땅집고

"상암동 따라잡는다" 시동건 수색의 변신

뉴스 이지은 인턴기자
입력 2017.12.17 07:05

[발품 리포트] 달동네에서 서울 서북부 중심으로…수색동의 변신 시작됐다

최근 뉴타운 개발 사업에 시동을 건 서울시 은평구 수색동과 증산동 일대. /네이버 지도


“(수색·증산동이) 상암동보다 못할 것도 없다고 봐요. 결국 뉴타운 사업과 수색역 개발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상암동과 어깨를 견줄 만한 수준이 될 것으로 봅니다.”

최근 서울 은평구 수색·증산동에서 만난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수색·증산동 개발에 큰 기대를 걸고 있었다. 실제 2005년 처음 뉴타운으로 지정됐던 수색·증산뉴타운은 올 6월에야 첫 아파트가 분양됐는데 큰 인기를 모았다. 당시 1순위에서 평균 37.9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것. 롯데건설 관계자는 “예상했던 것보다 실수요자 관심이 높아 깜짝 놀랐다”고 했다.

땅집고 취재팀이 최근 지역 개발이 본격화하고 있는 수색·증산뉴타운을 직접 찾아봤다.

■12년만에 본격 시동 건 뉴타운 개발

수색증산뉴타운 구역별 위치. /그래픽=이지은 인턴기자


수색증산뉴타운 구역별 사업 현황. /자료=서울시


서울 은평구 수색동은 1960년대 박정희 정권이 들어서며 도심 무허가 건축물 거주자들이 외곽으로 이주해 형성된 대표적인 단독·다가구 주택 밀집 지역이다. 교통 여건은 나쁘지 않은데 집이 낡고 대형 변전소가 있어 속칭 못사는 동네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증산동도 마찬가지다. 수색동보다 주거 환경은 조금 낫지만 주거 선호도는 낮다.

서울시는 이런 수색·증산동을 개발하기 위해 2005년 수색·증산뉴타운(79만3000㎡)을 지정했다. 수색1~14구역, 증산1~5구역으로 나눠 2025년까지 3만1800여 가구의 새 아파트를 짓는 프로젝트다.

하지만 지난 12년간 경기 침체와 사업성 부족 등으로 개발은 지지부진했다. 일부 지역은 아예 구역지정이 해제되기도 했다.

서울시 은평구 수색동 수색4구역. DMC롯데캐슬더퍼스트 아파트를 짓는 공사가 한창이다. /이지은 인턴기자


하지만 상암동 개발이 거의 끝나고 부동산 경기가 좋아진데다 서북권 일대에 각종 개발 계획이 집중되면서 뉴타운 사업이 탄력을 받고 있다.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른 곳은 수색4구역. 지난 6월 ‘DMC롯데캐슬더퍼스트’ 분양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현재 공사에 한창이다. 경의중앙선 디지털미디어시티역 6번 출구 옆에 있다. 상암동 DMC업무지구와 바로 건너편이어서 입지가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 DMC롯데캐슬더퍼스트는 분양 이후 입주권 가격이 상승 곡선을 타고 있다. 현재 조합원 입주권만 거래 가능한데 지난 10월 59㎡ 입주권은 5억3915만원, 84㎡는 6억6175만원에 거래됐다. 3.3㎡(1평)당 2000만원선이다. 이는 지난 6월 일반분양 당시 분양가(3.3㎡당 1669만원)와 비교하면 3.3㎡당 300만 정도 높은 가격이다.

서울시 은평구 수색증산뉴타운 수색9구역. 현재 주민 이주가 거의 끝났다. /이지은 인턴기자


증산2구역도 현재 90% 정도 주민 이주가 끝난 상태이며 내년 하반기에 철거하면 연말쯤에는 아파트 분양이 가능할 전망이다. 증산2구역 시공은 GS건설이 맡았다.

서울시 은평구 증산동 일대 낡은 주택가. /이지은 인턴기자


수색·증산 뉴타운에는 정비구역에서 해제된 지역이 섞여 있어 향후 개발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증산동 C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가로주택사업 같은 대안 사업을 반드시 시행해야 수색·증산동이 반쪽짜리 뉴타운 신세가 되는 상황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변전소 지중화·수색역 개발 등 호재 많아

수색증산뉴타운에 인접한 지하철역. /그래픽=이지은 인턴기자


수색·증산뉴타운의 최대 장점은 지하철이다. 지하철 3개 노선을 낀 이른바 ‘트리플 역세권’이다. 지하철 6호선과 경의중앙선, 공항철도선이 교차하는 디지털미디어시티역이 있다. 경의중앙선 수색역과 6호선 증산역도 이용할 수 있다.

상암지구로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에게 수색·증산뉴타운은 직주근접(職住近接)이 가능한 주거지 1순위로 꼽힌다. 대중 교통을 이용하면 DMC 업무지구에 15분 내로 도착할 수 있고 집값도 상암보다 저렴하다. 광화문·시청 진입도 편리하다. 지하철과 버스로 30분 이내에 도심 업무지구에 닿는다.

수색·증산뉴타운에는 또 다른 개발 호재도 있다. 그동안 혐오시설로 눈칫밥을 먹던 수색변전소와 전력설비 지중화 사업이 그것. 지난 4월부터 사업이 시작됐다. 수색동 주민 A씨는 “송전탑 근처를 지날 때마다 꺼림칙하고 무서웠는데 없어진다니 정말 반갑다”고 했다.

지중화 사업이 진행 중인 수색변전소. /이지은 인턴기자


변전소 지중화 사업은 2020년 10월 완료된다. 지상에는 수색·증산뉴타운 주민들을 위한 복합시설이 들어선다.

수색역 일대를 서울 서북권의 상업·업무·문화기능을 갖춘 광역 중심권으로 개발한다는 계획도 진행 중이다. 지난 10월 코레일 롯데쇼핑과 손잡고 ‘DMC역 구역’ 개발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디지털미디어시티역과 철도 용지에 1500억원을 들여 판매·역무·문화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코레일과 롯데쇼핑이 개발할 'DMC역 구역' 완공 후 예상 모습. /코레일 제공


수색동 D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10년 이상 걸릴 사업으로 보고 있지만 수색역 일대에 랜드마크가 들어선다면 상암동과 견줄 수 있을 뿐 아니라, 그동안 소외됐던 서울 서북권 발전에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기존 집값 상승세…상암동보다는 2억쯤 낮아

각종 개발 호재의 영향으로 수색·증산동 일대 기존 아파트값도 상승 흐름을 타고 있다. 분양권 가격도 강세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길건너 상암동과 비교하면 전용면적 84㎡ 기준으로 수색·증산동은 4억 후반대, 상암동은 6억 후반대여서 평균 2억원쯤 낮게 형성돼 있다.

수색동과 증산동, 상암동 일대 전용 84㎡ 아파트 매매가 추이. /그래픽=이지은 인턴기자


이 일대에서 가장 규모가 큰 단지는 수색동의 수색e편한세상대림한숲타운(975가구)과 증산동의 증산동우방아파트(429가구)다. 나머지는 100~200가구의 소규모 아파트와 빌라가 대부분이다.

수색e편한세상대림한숲타운과 증산동우방아파트 84㎡는 올 상반기 4억 중후반대에 주로 팔렸다. 하지만 지난 6월 수색4구역에 DMC롯데캐슬더퍼스트가 분양된 이후 집값이 5억원 초반대까지 올랐다.

DMC롯데캐슬더퍼스트 84㎡ 분양권은 지난 10월 6억6175만원에 거래됐다. 상암동에서 수색역과 가장 가까운 상암월드컵파크4단지 84㎡가 지난달 7억4800만원에 팔린 것과 비교하면 8600만원 낮다. 하지만 상암월드컵파크12단지 84㎡가6억4500만원(9월)에 거래된 것보다는 1600만원 정도 높다.

수색동 E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아무래도 업무지구를 끼고 있는 상암동 집값을 따라잡기는 아직 힘들다”며 “몇년 후 뉴타운에 아파트가 속속 들어서 자리가 잡히면 상암동과 비슷한 가격 수준을 기대해 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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