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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물 집창촌에 대낮 취객…청량리가 왕십리에 밀리는 이유

    입력 : 2017.10.24 06:50

    [발품리포트-청량리동] 교통 인프라 뛰어나지만 주변 환경 열악

    서울시 동대문구 청량리동은 왕십리와 함께 대표적인 강북 교통 요지로 꼽힌다. 하지만 그동안 부동산 시장에서는 왕십리와 비교하면 별로 인기를 끌지 못했다. 가장 큰 이유는 주변 환경이 열악하고 개발이 덜돼 동네 전체가 낙후된 탓이다.

    그렇다면 청량리는 정말 발전 잠재력이 없는 걸까. 그렇지는 않다. 교통만 놓고 보면 왕십리 못지 않게 인프라가 뛰어나다. 향후 교통 개발 호재도 줄줄이 대기 중이다.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B·C 노선과 지하철 신분당선 연장이 추진되고 있다. 여기에 지난 10여년간 지지부진했던 주택재개발 사업도 최근 속도를 내면서 주민들 사이에는 신흥주거지로 변모할 것이란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땅집고 취재팀이 20일 찾아간 청량리 일대는 답답한 현실과 미래의 기대감이 뒤엉켜 있었다.

    청량리역엔 지하철 1호선·경의중앙선·경춘선 ITX·KTX 등 각종 철도망이 구축돼 있다. 사진은 청량리역 광장. /이윤정 기자

    ■'사통팔달' 청량리…녹지도 많아

    청량리의 가장 큰 장점을 꼽으라면 역시 '교통'이다. 청량리역엔 지하철 1호선·경의중앙선·경춘선 ITX·KTX 등 각종 철도망이 거미줄처럼 지난다. 청량리역 바로 앞엔 60여개 노선이 다니는 버스환승센터도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이곳 하루 평균 이용객은 1만5000여명. 서울 전체 버스정류장 중 서초구 방배동 사당역 정류장(3만6710명)에 이어 두번째로 많다.

    이 때문에 청량리역 일대는 출퇴근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직주근접' 주거지로 꼽힌다. 지하철 1호선을 타면 서울시청까지는 25분, 경의중앙선·분당선 급행열차를 이용하면 강남 선릉역까지 25분만에 도착할 수 있다. 사당까지는 30분, 여의도까지는 35분 소요된다.

    교통 인프라는 더 좋아질 전망이다. 분당선이 청량리역까지 연장되는 사업은 이미 확정돼 2018년 8월 개통을 앞두고 있다. 인천 송도에서 청량리를 거쳐 경기 남양주 마석까지 닿는 GTX B노선은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으로 선정됐고, 경기 군포 금정~청량리~의정부를 지나는 GTX C노선은 예비타당성 조사를 진행 중이다. 평창동계올림픽 기간엔 인천공항~강릉을 잇는 KTX 열차도 청량리에 정차한다.

    부도심이지만 청량리는 이름처럼 녹지도 제법 많다. 청량리란 이름은 이곳에 있던 청량사(淸凉寺)에서 유래했다. 옛날 청량사가 있던 바리산의 수목이 울창하고 샘이 맑았는데, 남서쪽이 트여 있어 늘 시원하고 청량한 바람이 불었다고 한다.

    실제로 청량리동 북쪽엔 홍릉근린공원과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 홍릉림 등이 있다. 홍릉 인근의 청량리주택재개발 6·7구역에 가면 청량리역 일대와는 공기부터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대낮에도 취객…아이 못키워"

    서울의 대표적 집창촌 '청량리588'. 현재 청량리 주택재개발 4구역으로 지정돼 있지만 일부 주민 반대로 철거가 지연되면서 흉물로 남아있다. /이윤정 기자

    하지만 아직까지 청량리의 현실은 녹록치가 않다. 청량리 일대 아파트 값은 다른 지역보다 저렴한 편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청량리동 일대 전용 84㎡ 아파트 실거래 가격은 4억~5억원대다. 서울 평균이 6억원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저평가된 셈이다. 단지 규모가 크고 입지가 가장 좋아 ‘청량리 대장주’로 꼽히는 미주아파트(1089가구·1978년 입주) 84㎡의 경우 지난 7월 5억2500만원(3층)에 거래됐다.

    청량리 아파트값이 낮은 이유는 주변 환경 영향이 크다. 집창촌인 '청량리588'은 수 년째 철거가 마무리되지 않아 흉물로 남아있다. 청량리588과 청량리역 사이에 들어선 모텔촌과 노점은 낮인데도 취객들의 노상방뇨로 지린내가 코를 찌른다. 청량리역 맞은편 홍릉로엔 성인오락실과 성인용품점, 다방이 빼곡하게 늘어서 있다.

    청량리 역 근처 모텔촌에서 청량리역으로 이어지는 길엔 노점상이 들어서 있는데, 노숙자들과 취객들의 노상방뇨로 낮에도 지린내가 심하다. /이윤정 기자

    손녀를 봐주러 지방에서 올라와 아들 집에서 잠시 살고 있다는 김모씨는 "허름한 옷차림의 취객들이 대낮에도 엄청 많다"며 "그냥 길을 가는데 뭘 쳐다보냐며 욕을 들은 적도 있다"고 했다. 이어 "지금이야 손녀가 갓난아이니까 다행이지, 좀 더 컸다면 무서워서 밖에 내놓지도 못할 것 같다"고 혀를 찼다.

    학군도 약점으로 지적된다. W부동산 관계자는 "학군은 청량리의 최대 취약점 중 하나"라며 "1980년대까지만 해도 청량리는 종로나 중구 일대 명문고에 다니기가 좋아 학군이 굉장히 뛰어났지만, 이후 명문고들이 강남으로 이전하면서 학군이 뒤쳐지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A부동산 관계자는 "아이 키우는 부모들은 저렴한 집값 때문에 청량리를 찾았다가도 학군 때문에 발길을 돌리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10년 묵었던 청량리 재개발, 속도낸다

    청량리7구역 모습. 시공사로 선정된 롯데건설이 조합원들에게 감사 메시지를 담은 현수막을 걸어뒀다. /이윤정 기자

    청량리 일대 주민들과 부동산 전문가들은 현재 상황에 대해 혀를 차면서도 미래 가치에 대해선 기대감이 크다. 최근 청량리 곳곳에서 멈춰있던 재개발 사업이 속도를 내면서 낙후된 환경이 정비된다면 신흥 주거지로 떠오를 것이란 이유에서다.

    실제 청량리 6·7·8 구역은 약 10년간 지지부진했지만 최근 다시 추진 동력을 얻었다.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른 곳은 롯데건설이 시공하는 7구역. 내년 초 관리처분인가를 받을 예정이다. 6·8구역은 조합 설립을 위한 주민동의를 받고 있다. 3개 구역은 청량리역까지 도보로 20분 정도 걸려 역세권에서는 벗어났지만, 홍릉 바로 옆이어서 이른바 '숲세권' 프리미엄을 누릴 것으로 전망된다.

    E부동산 관계자는 "재작년부터 거래가 많았었는데 8·2부동산 대책 이후 매물이 나오지 않고 있다"며 "아직 청량리가 저평가돼 있어 이 동네 집을 팔아서 다른 동네로 가기가 쉽지 않다. 값이 더 오를 때까지 주인들이 기다리는 것"이라고 했다.

    청량리미주아파트 입구엔 재건축추진위원회 사무실이 마련될 예정이다. /이윤정 기자

    청량리 미주아파트도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 주민동의율 75%를 넘어 조합 설립을 신청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M부동산 관계자는 "미주아파트는 재건축만 된다면 30평대 기준으로 현재 5억원대에서 10억원대까지는 오를 것"이라며 "청량리가 구도심이라서 낙후돼 있지만 앞으로 점점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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