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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대책 수혜' 송파동이 웃지 못하는 속사정

    입력 : 2017.08.28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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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품 리포트-송파구 송파동] ②재건축 사업 많은 송파동의 두 얼굴

    서울시 송파구 송파동은 서울의 대표적인 노후 주거지역이다. 대부분 아파트는 준공한 지 20년이 넘었다. 단독주택과 빌라 역시 대체로 불량 건축물로 분류된다. 투자자들 사이에는 “재건축 물건을 잡으려면 송파동으로 가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송파동에선 재건축이 예정되지 않은 곳을 찾기가 더 힘들 정도다.

    송파동에서는 단독주택이 밀집한100번지 일대와 송파한양2차 아파트, 가락삼익맨숀이 대표적인 재건축 지역으로 꼽힌다. 그러나 최근 송파동 100번지 일대는 정비구역 지정 해제 위기에 놓여있다. 송파한양2차아파트와 가락삼익맨숀은 아직 조합설립인가를 받지 않았다. 이 때문에 8·2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몸값이 치솟고 있지만, 투자자들은 아직 눈치만 보고 있는 형국이다.

    송파동 일대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거래가 워낙 없어 개점 휴업이나 마찬가지”라며 “(손님도 없어서) 요샌 날이 더워도 에어컨을 안 켠다”고 한다.

    ■송파동 100번지 정비구역 해제 위기

    서울시 송파구 송파동 100번지 일대. 노후빌라와 단독주택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 /이윤정 기자

    송파동 100번지 일대는 단독주택과 다가구주택 등이 뒤섞여 있다. 이 가운데 불량 건축물 비율이 80%나 된다. 그만큼 주거환경 개선이 시급해 2014년 주택재건축 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현재 용적률 250% 이하, 건폐율 30% 이하를 적용해 최고 14층 8개동에 507가구 아파트로 재건축한다는 계획안이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를 통과한 상태다.

    그러나 송파동 100번지 일대는 최근 정비구역 지정 해제 위기를 맞았다. 2015년 3월 추진위원회 설립 승인을 받았지만 정비구역해제 일몰제 규정에 따라 2년 뒤인 올해 3월까지 조합설립인가를 신청했어야 했는데 이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조합설립인가 신청을 위해선 주민 4분의 3(75%) 이상, 토지면적의 3분의 2(67%) 이상 동의가 필요하다. 송파동 100번지 일대는 주민 동의율 83.9%를 얻었지만 토지 면적에서 약 55% 동의를 얻는 데 그쳤다.

    반대하는 주민들은 주로 상가와 단독주택 등 넓은 대지를 갖고 있다. 송파구청과 송파구 100번지 일대 조합설립추진위원회에 따르면 이들은 정비구역 지정 이전 송파구청이 실시한 '약식' 감정평가에서 토지 가치가 낮게 나오자 불만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감정평가에선 빌라가 3.3㎡(1평)당 3000만원으로 나온 반면 단독주택은 1500만~1800만원으로 책정됐다. 송파동 M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단독주택 소유자 입장에서는 재건축에 동의하고 적은 보상금을 받느니 기존 단독주택을 허물고 다세대주택을 지어 전·월세를 놓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송파구청 관계자는 “단독주택 토지소유자들은 빌라보다 자신들 땅이 더 넓은데 가치는 더 낮게 나와 피해를 봤다고 생각한다”며 “약식 감정평가여서 정확하지 않다고 설명해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했다. 조합설립추진위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감정평가를 다시 실시했는데, 빌라는 평당 약 2800만원, 단독주택은 2500만원, 상가는 3000만원으로 책정됐다”며 “단독주택 소유자들에게 이 결과를 알리고 계속 설득하고 있다”고 했다.

    서울시 송파구 송파동 100번지 일대는 토지소유자들의 동의를 얻지 못해 정비구역 지정 해제 위기에 놓인 상황이다. /이윤정 기자

    조합설립추진위원회 측은 일몰제 기한 연장을 추진하고 있지만 상황이 녹록치 않다. 일몰제 기한 연장을 신청하려면 주민 30% 이상 동의해야 한다. 추진위 측은 주민 56% 동의를 받았다. 하지만 단독주택 소유자 중 15%가 연장 신청에 반대했고, 이들이 가진 토지는 정비구역의 35%에 달한다, 결국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는 일몰기한 연장 자문안을 부동의 처리했다. 지난 7월 3일 정비구역 해제 관련 주민의견 청취를 위한 공람 공고 절차를 끝냈고, 앞으로 송파구의회 의견 청취와 서울시 도계위 심의 절차가 남아있다. 그 전까지 토지소유자들의 동의를 이끌어내면 정비구역 해제는 막을 수 있다.

    송파동의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토지소유자들이 워낙 완고해 이들의 동의를 얻어낼 수 없을 것”이라며 “사실상 해제됐다고 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추진위 측은 “일몰제 기한 연장만 되면 조합설립에 동의하겠다는 단독주택 소유자들도 점점 나타나는 상황”이라며 “서울시가 연장만 해준다면 가능성은 여전히 살아있다”고 주장했다.

    ■송파한양2차 등 초기 재건축 단지 몸값 급등

    서울시 송파구 송파동 한양2차아파트. 1984년 입주했는데 현재 재건축 조합설립인가를 앞두고 있다./이윤정 기자

    송파동 100번지 일대와 달리 송파동에서 재건축을 추진 중인 다른 아파트의 경우 '몸값'이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8·2 부동산 대책은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 단지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다. 조합설립인가가 난 이후에는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조합원 분양권 전매제한 등이 적용된다. 송파동 일대 재건축 단지의 경우 아직 조합이 설립되지 않은 '재건축 초기 아파트'라는 점에서 가치가 상승하고 있다.

    송파한양2차아파트는 2010년 7월 조합설립 추진이 시작된 이후 조합설립인가 단계로 진도가 나가지 않고 있다. 이 아파트는 1984년 10월 입주했고 최고 12층 10개동 744가구로 구성돼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올해 2월 7억4000만원에 거래됐던 84㎡(이하 전용면적 기준)가 약 5개월 뒤인 지난 7월 8억8000만원까지 뛰었다. 같은 기간 64㎡ 역시 6억700만원에서 7억3250만원으로 약 1억2000만원 올랐다.

    송파동 S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다음에는 매매가 금지되니까 추진위 쪽에서도 인가를 늦추려고 한다"며 "조합설립인가를 늦춘다고 해서 받는 불이익도 없으니 버틸 수 있을 때까지는 버틸 것"이라고 했다.

    1984년 입주한 가락삼익맨숀은 재건축을 통해 최고 31층, 1650가구 규모의 대단지로 재탄생할 예정이다. /이윤정 기자

    가락삼익맨숀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다. 서울시는 지난 7월 이 아파트의 재건축 사업을 통과시켰다. 가락삼익맨숀은 1985년 12월 입주했고 최고 12층 14개동에 936가구다. 재건축을 통해 최고 31층 16개동에 1650가구로 재탄생할 예정이다. 지난 7월 84㎡가 8억3000만원에 거래됐는데, 이는 지난 2월 6억75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1억5000만원 이상 오른 수준이다.

    다만 8·2대책 이후 투자자들은 잠시 관망세를 유지하며 숨고르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송파동 Y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한양2차아파트의 경우 하루 3~4통씩 꾸준히 문의 전화가 왔지만, 8·2대책 이후 전화가 한 통도 오지 않고 있다"며 "얼마 전에는 이미 계약한 물건을 계약금까지 날려가면서 취소한 사례도 있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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