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11.05 06:31
[발품리포트-운정신도시] 입주 8년 맞았지만 교통 열악…집값 발목잡아
서울에서 차를 타고 강변북로와 자유로를 이용해 문발IC를 빠져나오면 거대한 아파트 숲이 눈에 들어온다. 바로 파주 운정신도시다. 파주시 와동·야당·목동동 일대 1650만㎡ 면적에 모두 완공되면 인구 20만여명을 수용하는 매머드 도시다.
운정신도시는 개발 당시부터 부동산 시장의 관심이 컸다. 일산신도시(1570만㎡)보다 규모가 큰 경기 북부의 최대 신도시였기 때문이다. 2009년 6월 첫 아파트 입주가 시작돼 이제 약 8년이 지났다. 운정1·2지구는 주택 입주가 끝났지만 3지구는 아직도 개발 중이다.
땅집고 취재팀은 최근 입주 8년차를 맞은 운정신도시를 찾았다. 이곳에는 LG디스플레이 공장 등에서 일하는 직장인들이 주로 살지만, 저렴한 집값과 쾌적한 주거 환경을 좇아 서울에서 이사오는 수요자도 꽤 많았다. 그동안 교통이 최대 약점으로 꼽혔지만 최근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와 지하철 3호선 연장이 잇따라 추진되면서 주민들의 기대감도 한껏 높았다.
■“한번 들어오면 나오기 싫은 동네”
운정신도시는 택지개발이 어느정도 마무리되면서 입주 초기 부족했던 녹지와 도로, 공공시설이 들어서면서 이젠 제법 도시다운 모습을 갖췄다. 특히 자연 환경이 쾌적한 게 강점이다. 신도시 한가운데 있는 운정호수공원을 비롯해 심학산과 황룡산이 도시를 둘러싸고 있다. 서쪽으로 가면 한강도 멀지 않다. 2년 전 신도시에 터를 잡은 박모씨는 “자연 경관은 판교 못지 않다”며 “생각보다 훨씬 동네가 멋있고 가끔은 외국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했다.
깨끗한 거리에 맑은 공기, 자연 경관이 더해져 주민들은 ‘한번 들어오면 못 나가는 동네’, ‘살기 좋은 도시’라고 말한다. 주민 이모씨는 “많은 이들이 운정의 장점을 아직도 잘 모른다, 나도 들어와 살면서 알게 됐다”고 했다.
■“교통인프라 부족…차 없으면 못 살아”
그러나 운정신도시는 열악한 교통 인프라가 발목을 잡고 있다. 서울시청까지 직선 거리로 25km 남짓 떨어져 있지만 출퇴근 시간에는 차로 1시간 30분 안팎 소요된다. 대중 교통도 비슷하다. 서울 도심을 오가는 광역버스(M7111번·2000번·1500번)가 11~15분 간격으로 운행되지만 도심까지 1시간 이상 걸린다. 현재 유일한 전철인 경의중앙선(야당역)을 이용하면 서울역까지 54분 걸리지만 전철역 위치가 운정신도시 동쪽 끝이어서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신도시 내 각종 편의시설도 아직은 많지 않다. 새암공원 옆에 이마트가 있고, 청암초등학교 건너편에 홈플러스가 입점했다. 하지만 다른 상업시설이 턱없이 부족해 주민들은 일산신도시로 장을 보러가는 일이 다반사다. 주민 김모씨는 “차가 없으면 마트 한번 가기도 부담된다”고 했다.
파주에 직장이 있으면서도 운정신도시로 이사하지 않고 일산신도시나 화정·원당 등 고양시에 사는 직장인들이 많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일산에서 운정신도시로 통근하는 주민 강모씨는 “운정으로 이사하고 싶어도 아직 차가 없어 엄두를 못내겠다”고 했다.
■ 전철 3개 노선 건설 추진
그런데 그동안 지역 발전을 막았던 교통망 확충 계획들이 최근 속속 발표되면서 주민들의 기대에 부풀어 있다.
국토교통부는 GTX-A노선(일산 킨텍스~서울 삼성)을 파주까지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현재 킨텍스에서 파주 운정 노선6.4㎞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가 진행 중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난 4월 연장 노선에 대한 기본계획을 세우는 데 착수했다”면서 “공사 진행이 타당하다는 결론이 나오면 연내 고시해 2018년 말 착공, 2023년 완공을 목표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했다.
GTX-A노선이 완성되면 파주 운정에서 서울 삼성동까지 24분만에 주파한다. 현재 지하철로 98분, 버스로 92분 걸린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효과가 기대되는 상황이다.
GTX노선 연장과 함께 지하철3호선 연장 계획도 추진되고 있다. 국토부는 2016년 6월 발표한 ‘제3차 국가철도망구축계획’에서 종점이 일산 대화역인 3호선을 2025년까지 파주까지 잇는 방안을 내놓았다. 현재 예비타당성 조사가 진행중이다. 파주시 관계자는 “작년 12월부터 파주시 자체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며 “내년쯤 검증이 끝나고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했다.
GTX-A노선과 3호선 연장이 실현되면 운정신도시는 전철 교통망에 획기적 개선이 기대된다. 그동안 경의중앙선이 유일했지만 간선 전철망 3개가 도시 중앙과 동서쪽 끝을 지나면서 신도시와 서울를 잇는 핵심 교통 수단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 GTX 노선따라 희비 엇갈리는 집값
올 들어 운정신도시 집값은 GTX 노선이 좌지우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GTX가 지날 것으로 예상되는 아파트는 집값이 크게 뛰었다. 2018년 6월과 7월에 각각 입주를 앞둔 목동동 센트럴푸르지오(전용 74~114㎡1956가구)와 힐스테이트운정(전용 59~119㎡2998가구)이 최대 수혜 단지로 꼽힌다.
실제 이 아파트들은 올해 분양가 프리미엄(웃돈)도 급등했다. ‘힐스테이트 운정’은 분양가가 84㎡ 기준으로 최고층 3억5900만원이었는데 지난 7월 초 분양권이 4억412만원(13층)에 거래됐다. 한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프리미엄이 4000만원 정도 붙었는데 운정에서는 상승폭이 아주 높다”고 했다.
바로 옆에 들어서는 ‘센트럴푸르지오’ 84㎡ 분양가는 최고층이 3억5500만원이었다. 이 아파트도 지난 5월 2740만원 오른 3억8240만원(25층)에 팔렸다. 대로변에 가까운 산내마을 6단지 한라비발디(823가구) 84㎡도 6개월 전보다 2000만원 오른 3억7000만원에 팔리며 역대 최고가를 찍었다.
■개발 호재 영향권 벗어나면 보합세
GTX 예상 노선에서 떨어진 아파트는 전반적으로 보합세였다. 파주시는 8·2 부동산 대책 영향권에서 벗어났지만 매매 시장에 별다른 변화가 없다. 야당역 주변 부동산중개업소 대표는 “산내마을이나 한울마을 정도만 잔뜩 올랐지 여기는 변화가 없다”며 “개발 소식이 있어도 완공되는 것은 먼 훗날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투자 수요는 많지 않고 일산 주민들이 이사오는 경우가 많은 데 활발한 편은 아니다”라고 했다.
실제 야당동 한빛마을 캐슬앤칸타빌(2190가구) 84㎡는 지난 7월 초 4억1900만원(28층)에 팔렸다. 1년 전(4억1000만원) 비교하면 800만원 올랐다. 그나마 거래는 많지 않다. 인근 단지인 휴먼빌레이크팰리스(1123가구) 84㎡는 지난 7월 3억5300만원(19층)에 팔린 것이 최고가였다. 대부분 실거래가는 평균 3억원대 초반으로 3.3㎡(1평)당 900만원 안팎이다.
그나마 호수공원에 인접한 단지는 집값이 약간 올랐다. 해솔마을 7단지 롯데캐슬(1880가구)이 대표적. 이 아파트 역시 84㎡ 최고가는 지난 8월 4억3000만원(22층)이었다. 연초보다 4000만원쯤 올랐다.
현지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이미 작년부터 교통망 호재가 반영돼 집값이 소폭 올랐지만 기대만큼 뛰지는 못했다. 교통망 추진 속도가 더뎠고 개발이 이뤄질지도 불확실한 것 아니냐”며 “결국 교통망 확충 프로젝트들이 더 확실하게 가시화된다면 운정신도시 전체가 지금보다 가치가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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