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11.30 06:55
올해로 입주 4년차를 맞은 위례신도시는 당초 서울 강남을 대체할 만한 신도시로 개발이 추진됐다. 실제로 입지 여건만 보면 수도권 신도시 가운데 판교에 버금갈 만큼 뛰어나다. 서울 송파구에 붙어 있고, 남한산성 등 녹지 공간도 풍부해 주거 환경이 쾌적하다.
그러나 문제는 교통이다. 도로망은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모습을 갖춰가고 있지만 ‘신도시의 발’로 불리는 전철이 아킬레스건이다. 전문가들은 위례신도시 집값이 많이 올랐지만 외부로 연결되는 전철 문제가 빠른 시일 안에 해소되지 않으면 강남급 신도시의 위상을 갖추기에는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땅집고 취재팀은 위례신도시 교통의 핵으로 꼽히는 이른바 3대 교통망 구축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 지 점검했다. 3대 교통망 계획이란 ▲지하철 8호선 역사(驛舍) 신설 ▲경전철 위례신사선 ▲트램(TRAM·노면전차) 위례선을 말한다. 3개 노선은 신도시 구석구석을 지나게 된다. 위례신사선은 강남을 최단거리로 연결해주고, 신도시 핵심 상업시설인 ‘트랜짓몰’에서 트램과 만난다. 신도시 남쪽에는 8호선 신설역이 놓여 출퇴근 불편을 덜어준다.
이들 3개 교통망 중 8호선 신설역을 제외한 나머지 2개는 사업실행 여부조차 확정되지 않은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3개 교통망이 모두 추진된다고 해도 완공 시기는 최소 4~5년 더 걸릴 것으로 전망한다.
■8호선 신설역 내년 착공…트램은 오리무중
현재 가장 빠른 진척을 보이는 교통망은 8호선 역사 신설이다. 내년 상반기 착공, 2019년 하반기 개통이 확정됐다. 8호선 신설역이 개통되면 남위례 아파트 단지에서 걸어서 평균 5~10분 이내로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고 서울로 나가는 시간이 지금보다 15분쯤 단축될 전망이다.
8호선 신설 역사가 들어설 곳은 성남시 구 도심쪽에 있는 창곡교차로 지상 구간이다. 8호선은 전 구간이 지하역사로 이뤄졌는데 복정역에서 산성역을 가는 도중에 잠시 지상으로 올라온다. 이곳에 지상 역사를 만들고 위례선 트램과 환승하도록 하는 방안이 추진 중이다.
8호선 신설역 명칭은 당초 ‘우남역’으로 알려졌는데 ‘우남(雩南)’이 이승만 전 대통령의 아호에서 따왔다는 이유로 논란이 됐다. 성남시가 서울도시철도공사에 이름을 쓰지 말라는 의견을 내면서 끝내 ‘우남역’은 없던 일이 됐다. 국토교통부는 “신설역 명칭은 아직 미정인 상태”라고 밝혔다.
도로 위에 놓인 레일을 타고 다니는 트램은 유럽·일본 등 전 세계 50개국에서 운영 중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898년 경성전차를 시작으로 해방 전까지 운영되다가 1968년 모두 폐기됐다. 위례신도시에 트램이 도입된다면 국내에 부활하는 첫 노면전차가 된다.
위례선 트램(5.44㎞)은 마천역(5호선)~위례중앙역(위례신사선)~복정역(8호선) 노선과 마천역~위례중앙역~8호선 신설역(우남지선) 등으로 계획돼 있다.
당초 계획은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1080억원을 부담하고, 민간사업자가 나머지 비용을 부담해 오는 2021년 완공하는 게 목표였다. 하지만 아직까지 사업계획만 나온 상태에서 민간사업자 선정도 하지 못하고 있다.
■표류하는 위례신사선, 2024년 개통 힘들어
서울 강남 주요 지역을 한번에 연결되는 경전철 ‘위례신사선’ 역시 위례신도시의 핵심 교통수단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아직도 불확실하다. 위례신사선은 신사역과 위례중앙역을 잇는 노선(14.8km)이다. 중간에 가락시장과 학여울, 청담을 경유할 예정이다. 위례신사선이 완공되면 신도시에서 신사역까지 20~25분이면 닿는다. 지금은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해 1시간 정도 걸린다.
위례신사선은 당초 2024년 개통이 목표였지만 지난해 10월 주간사였던 삼성물산이 사업을 포기하면서 표류하고 있다. 현재 GS건설이 새 주간사로 나선 상태이지만 삼성물산이 ‘사업성이 없다’고 포기한만큼 다시 추진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위례신사선 경전철과 위례선 트램은 모두 민간투자사업이어서 성사 여부가 아직까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두 노선 모두 기획재정부에서 민자 적격성 심사가 진행 중이며, 내년 상반기쯤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면서 “결과는 알 수 없지만 위례신사선이 심사를 통과할 가능성이 위례선보다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철역 인근 집값 상승…미래는 불투명
위례신도시에서 전철역이 예정된 주변 아파트는 이른바 역세권 프리미엄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가격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향후 전망은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철 역사 예정지 주변 아파트의 시세는 분양가와 비교하면 최고 3억원 안팎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8호선 신설역과 걸어서 8분 거리인 ‘위례역푸르지오 4단지’ 전용면적 83㎡는 지난 9월 8억5860만원(11층)에 실거래 신고됐다. 이는 분양가(5억4570만원~5억7160만원)와 비교하면 3억원 이상 오른 셈이다.
트랜짓몰 바로 앞에 있는 주상복합아파트 ‘위례중앙푸르지오 1단지’ 전용 84.9㎡는 7억7410만원(17층)에 거래됐다. 분양가보다 최소 1억원 이상 올랐다. 이 아파트는 위례선 트램과 위례신사선이 가장 가까운 단지다.
‘위례자연앤래미안e편한세상’ 전용 84㎡도 현재 시세가 9억원에 육박한다. 분양가(4억8540만원)를 감안하면 3억원 정도 웃돈(프리미엄)이 붙었다. 이 단지는 8호선 신설역이 놓일 창곡교차로까지 걸어서 10분이 걸린다.
‘위례24단지 꿈에그린’ 전용 84㎡는 지난 8월 초 9억원(6층)에 거래돼 입주 후 최고가를 기록했다. 위례광장이 걸어서 6분 거리에 있으며 단지 앞에 위례중앙로가 바로 놓여 도로망 이용하기에도 편리하다. 위례신도시의 모두부동산 관계자는 “교통망 호재는 이제 어느 정도 시세에 반영됐다고 본다”면서 “전철 건설의 불확실성이 확실하게 해소된다면 매매 가격은 더 오를 수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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