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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동네에 고기 비린내 물큰"…우시장에 발목잡힌 마장동

    입력 : 2017.08.31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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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품 리포트-성동구 마장동] ①‘관광 명물’ 마장동 축산물시장, 주민들은 불만

    성동구 마장동 축산물시장. 비가 오는 날이면 고기 비린내가 동네 전체에 더욱 심해진다. /김리영 인턴기자

    서울시 성동구 마장동 '우시장'은 1960년대 종로구 숭인동에 있던 우성산업 도축장이 마장동으로 이전하면서 형성된 곳이다. 약 11만㎡ 규모의 마장동 우시장은1만여명의 도축(屠畜) 도소매업 종사자들이 근무하는 일터이자, 연간 200만명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관광 명소다. 2004년 성동구청은 23억원을 들여 마장동 우시장 명칭을 '축산물시장'으로 바꾸고 주변 환경을 정비했다.

    마장동 축산물시장은 외지인들에겐 '명물' 대접을 받는다. 하지만 정작 마장동 주민들에겐 애물단지가 따로 없다. 환경 정비 사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낙후된 시장 주변 환경, 시장에서 나온 오수(汚水)와 악취 문제가 마장동의 부동산 가치를 떨어트리고 있기 때문이다. 마장동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올 상반기 마장동 아파트 가격이 소폭 오르긴 했지만, 전반적인 부동산 시장이 올랐기 때문이지 특별히 호재가 있는 건 아니다”라며 “서울 부동산 전체에 투자 열풍이 불고 있다지만 마장동은 축산물 시장 문제가 워낙 심각해 투자 수요가 아예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했다.

    ■축산물시장까지 거리가 좌우하는 아파트값

    마장동 축산물시장 바로 옆에 있는 마장현대아파트. /김리영 인턴기자

    땅집고 취재팀이 찾은 마장동은 서울 여느 동네와 다소 분위기가 달랐다. 도선사거리부터 축산물시장 방향으로 걸어가면서 점점 비릿한 냄새가 코끝을 심하게 자극했다. 마장동에서 만난 한 주민은 "시장에서 나는 고기 비린내가 동네 전체에 퍼진다"며 "오늘처럼 비오는 날이면 냄새가 더 심하다"고 했다.

    최근 마장동 축산물시장은 고객이 주문한 고기를 직접 배달해주는 '장바구니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서비스로 고객들은 편리해졌지만 마장동 환경은 더 나빠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상인들은 오토바이와 트럭, 수레 등을 이용해 배달하는데 인근 주택가나 학교 주변에 빽빽하게 주차돼 있다. 한창 바쁠 때면 사람이 걸어다니는 보도까지 오토바이가 돌아다녀 주민들은 안전 문제를 걱정하고 있다.

    마장동 축산물시장 위치. 마장동 축산물시장과 가까운 아파트일수록 가격이 낮게 형성돼 있다. /네이버 지도 캡처

    결국 마장동 일대 아파트 가격은 축산물시장과의 거리가 좌우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축산물시장과 먹자골목 입구 사이에 있는 마장현대아파트 84㎡(이하 전용면적 기준)는 이달에 5억3000만원(13층)에 거래됐다. 반면 마장동 남쪽 끝에 있는 금호어울림아파트는 지난 5월에 84㎡가 6억9000만원(12층)에 팔렸다. 마장현대보다 1억6000만원 더 높은 가격에 거래된다. 마장현대(1998년 입주)가 금호어울림(2006년 입주)보다 더 오래되긴 했지만 단지 규모는 마장현대(1017가구)가 금호어울림(367가구)보다 3배 가량 크다.

    마장현대 84㎡는 올 2월 4억7700만원(26층)에 거래된 이후 6개월간 약 5000만원 상승했다. 금호어울림은 지난해 12월 5억9800만원(4층)에 거래됐다가 올 5월까지 9000만원 이상 오른 것과 비교하면 가격 상승세 역시 더디다. 마장동 일대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들은 "마장동 아파트는 축산물시장과 가까울수록 저평가돼 있다"며 "마장현대는 5호선 마장역까지 걸어서 6분 거리로 역세권 아파트라고는 하지만 축산물시장 영향이 워낙 커 가격 상승이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마장현대아파트를 지나야 축산물시장이 나오는 신성미소지움아파트(286가구·2004년 입주)는 지난달에 84㎡가 5억4500만원(5층)에 거래됐고, 축산물시장과 한 블럭 떨어진 마장동삼성래미안아파트(430가구·1996년 입주) 84㎡도 같은 달 5억4800만원(6층)에 팔렸다.

    ■200억 들여 도시재생 추진하는 축산물시장

    마장동 축산물시장 안으로 들어가면 고기 배달에 나서는 오토바이가 행인들과 뒤엉켜 어수선하다. /김리영 인턴기자

    성동구청 역시 축산물시장으로 인한 마장동 주민들의 불편을 잘 알고 있다. 지난해 6월 서울시 도시재생 활성화지역 추가 모집에 마장동 축산물시장 일대가 선정됐고, 이에 따라 약 200억원의 사업비를 확보해 현재 도시재생사업이 진행 중이다. 축산물시장 악취를 줄이기 위해 복합효소제 살포, 하수관거 준설 등 물리적 정비와 함께 시장 인근에서 잔재물을 수거하는 트럭 수도 줄이는 등 시스템 개선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과 협력해 월 1회 악취 측정도 실시한다.

    그러나 이를 지켜보는 마장동 주민들은 이 정도로는 축산물시장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축산물시장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지금 추진되고 있는 환경개선사업 수준으로는 마장동 주민들의 주거 환경이 획기적으로 좋아진다고 보기 어렵다"며 "시장 전체를 뜯어고치지 않는 한 낙후된 환경이 나아지기는 힘들고 주민 불만 역시 점차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성동구청 관계자는 "근본적인 문제는 낙후된 시장 내부 시설과 하수관 때문"이라며 "이 문제는 주민들 뿐만 아니라 상인들에게도 큰 걱정거리인 만큼, 재생사업을 진행하면서 주민과 상인의 갈등을 최소화하고 리모델링 지원이나 하수관 교체 같은 해결 방안을 찾고자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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