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품리포트-행당동] 개발 바람부는 행당동, 이미 왕십리도 따라잡아
서울 성동구 행당동(杏堂洞)은 옛날 살구나무와 은행나무가 많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서울 광화문·시청, 강남권 출퇴근이 모두 편리해 직장인들의 선호하는 지역 중 하나다. 지하철 5호선 행당역과 왕십리역을 이용하면 광화문역까지 12~14분이면 도착한다. 분당선 왕십리역에서 선릉역까지 11분이면 닿는다. 차로 성수대교와 동호대교를 이용하면 강남으로 바로 연결된다.
한강이 가깝고 중랑천 너머로 서울숲 조망도 가능하다. 왕십리역 일대는 지하철 2·5호선, 경의중앙선, 분당선 등 4개 노선이 지나는 이른바 ‘쿼드러플 역세권’으로 강북 교통 요지로 꼽힌다.
그러나 약점도 있다. 주거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 행당 1동에는 2014년 ‘서울숲더샾’ 아파트가 들어서기 이전까지 아파트로는 삼부아파트가 유일했다. 왕십리역도 거쳐가는 곳에 불과해 유동인구는 많아도 상주인구가 적었다.
그런데 최근 행당동 지도가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왕십리와 성수·옥수동 중심으로 진행되던 재개발 사업이 행당동에서도 본격화하기 시작한 것. 대표적인 곳이 행당 6·7구역이다. 두 곳 곳 모두 왕십리역을 걸어서 다닐 수 있고 한강과 서울숲이 보여 수요자들의 관심이 높다.
■“왕십리뉴타운 시세 이미 따라잡아”
행당 6구역과 7구역 중 속도가 더 빠른 곳은 6구역. ‘서울숲리버뷰자이’ 아파트(1034가구)가 2018년 6월 입주를 앞두고 있다. 7구역에는 아파트 949가구가 들어설 예정이며, 현재 사업시행인가 단계로 내년 초쯤 관리처분인가를 받는다는 목표다.
6구역 분양권 가격은 정부의 부동산 규제에도 불구하고 고공 비행하고 있다. 행당동 일대 부동산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서울숲리버뷰자이’ 입주권은 한강 조망이 가능한 전용면적 84㎡가 지난 10월 11억2000만원(29층)에 팔리며 해당면적 최고가를 기록했다.
직전 거래는 8·2 부동산 대책 발표 이전인 지난 7월 말로 9억5900만원(18층)이었다. 8~9월 거래가 끊겼다가 두 달만에 1억6100만원이 뛰었다.
푸르니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분양 초기에는 왕십리 뉴타운, 옥수동, 금호동 아파트보다 저렴했지만 이제 그 가격을 따라잡았다”며 “행당동은 강남이 가깝고 한강 조망도 가능해 성수동 트리마제나 갤러리아포레 같은 성동구 최고가 단지들의 가격을 어느정도 따라갈 것”이라고 했다.
■정부 규제에도 집값 상승세 유지
새로 짓는 아파트 뿐만이 아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준공해 입주 10년 넘은 아파트들도 주변 지역 재정비 기대감이 확산되면서 덩달아 집값이 오르고 있다.
행당동의 에이스공인중개사무소 장수정 대표는 “신축 아파트를 구입할 자금력이 충분하지 않은 수요자들은 입지 조건이 괜찮은 행당동 기존 아파트로 눈을 돌리고 있다”며 “8·2대책 이후 투자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서긴 했지만 집주인들도 매물을 잘 내놓지 않는다”고 했다.
아파트 입지 조건은 고산자로를 중심으로 행당1동과 2동에 다소 차이가 있다. 왕십리역을 낀 행당1동은 교통 여건이 상대적으로 좋고, 지형도 평지에 가깝다. 현재 행당6·7구역 재개발이 끝나면 환경 개선 효과가 클 것으로 보인다. 행당 2동은 지하철이 5호선(행당역) 1개 노선만 지나고 지대가 높은 것은 단점이다. 하지만 아파트 단지가 몰려 있어 당장 생활하기에는 1동보다 낫다는 평가다. 성공공인중개사무소 홍영철 대표는 “1동과 2동의 입지 여건이 약간 다르긴 한데 전체적으로 보면 행당동 기존 아파트들은 가격에 큰 차이는 없다”고 했다.
실제로 84㎡(이하 전용면적) 기준으로 실거래가를 보면 서울숲더샵을 제외하고 6억 중반에서 7억 중반에 형성돼 있다. 행당 2동의 경우 행당한진타운 84.71㎡가 지난 9월 23층이 7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행당대림아파트 84.87㎡는 지난 8월 12층이 6억6800만원에 거래됐다.
행당1동에서는 행당한신아파트 84.95㎡가 지난 7월 6억5500만원(17층)에 팔린 것이 최고가였다. 이보다 입주가 오래된 왕십리역 인근 삼부아파트 84.09㎡는 지난 7월 7억2500만원(15층)에 거래됐다.
현재 왕십리역 일대 대장주로 꼽히는 서울숲더샵아파트 84.06㎡는 지난 10월 15층 매물이 8억5000만원에 팔렸다. 올 초(7억6000만원)과 비교하면 1억원 가까이 오른 것이다. 중대형인 101.45㎡도 지난 9월 10억2000만원에 거래되며 정부 규제에도 불구하고 강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
두산위브아파트 84.99㎡는 지난 9월 7억7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 2월까지 12층이 7억원이었는데 꾸준히 상승했다. 서울숲행당푸르지오 84.81㎡는 지난달 7억5900만원(9층)에 실거래되며 오히려 8·2대책 이전보다 1억원 가까이 뛰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