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진혁의 세무神功] “자식에게 빚과 자산을 함께 넘겨라”
Question ☞
현재 재건축 진행 중인 서울 강남의 아파트 한 채와 자녀와 함께 살고 있는 경기도 분당신도시 아파트 한 채까지 집 두 채가 있어 정부로부터 미운털이 박힌 ‘다주택자’입니니다.
‘8·2부동산 대책’에 따르면 서울과 수도권 주요 도시의 경우 내년 4월 1일부터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세가 부활한다고 해서 고민 중입니다. 재건축 중인 강남 아파트는 준공되면 직접 거주할 생각입니다. 또 현재 거주 중인 분당 아파트도 위치가 좋고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당장 팔고 싶지는 않습니다.
분당 아파트의 시세는 7억원 정도되고 분당 아파트를 담보로 은행에서 4억원 정도 대출을 쓰고 있습니다. 30대 초반 미혼 직장인인 아들에게 은행 대출을 승계하는 조건으로 분당 아파트를 넘겨주고 싶습니다. 어떻게 하는게 좋을까요.
Answer☞
8·2대책 발표 이후 다주택자들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게다가 성남시 분당구는 얼마전 투기과열지구로 추가 지정됐고, 다주택자는 내년부터 은행에서 돈을 더 이상 빌리기가 힘들 전망입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가 본격 시행되는 내년 4월 1일 이전에 충분한 시세차익을 얻었거나 향후 투자 전망이 불투명한 주택을 처분하려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시장에선 집을 처분하려는 다주택자는 많지만 정작 수요가 끊겨 제값 받고 팔기가 힘든 상황입니다.
그래서 차라리 이번 기회에 자녀에게 집을 넘겨주려고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자녀에게 부동산을 넘겨주는 방법에는 돈을 받고 파는 ‘양도’와 무상으로 넘겨주는 ‘증여’가 있습니다.
통상 양도세가 증여세보다 적습니다. 그러다보니 정상 가격을 받지 않고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에 자녀에게 넘기거나 형식적으로만 양도 방식을 취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주의해야 합니다. 부모 자식간이나 조부모와 손자손녀간 부동산 매매의 경우 정상 거래가 이뤄지는지 세무 당국에서 눈여겨 보고 있습니다.
부모 자식간에 비정상적인 매매 방식으로 양도했다가 세무조사를 받고 적지 않은 증여세를 추징당하는 경우도 왕왕 있습니다. 따라서 자녀들에게 실제로 현금을 받고 매매하는 것이 아니라면 증여 형태로 부동산을 넘겨주는 게 좋습니다.
은행대출이나 전세보증금 등 부동산에 담보채무가 있을 경우 채무액에 대해서는 증여하는 부모가 양도세를 냅니다. 부동산 가액에서 담보채무액을 뺀 나머지에 대해서만 자녀가 증여세를 부담하게 됩니다.
이를 ‘부담부 증여’라고 하는데 단순 증여보다 절세 측면에서 유리합니다. 분당 아파트 7억원 중에서 아들이 승계받는 은행대출 4억원에 대해서는 증여자인 아버지가 양도세를 부담하시고, 차액인 3억원은 아들이 증여세를 부담하면 됩니다.
이 경우 은행대출 원금(4억원)과 대출이자는 반드시 승계받은 아들이 상환해야 합니다. 세무서에서 사후 관리하면서 대출 원리금을 증여자(부모)가 대신 부담한 사실이 밝혀질 경우 자칫 채무인수가 안된 것으로 처리돼 7억원 전체에 대해 증여세를 추징당할 수 있습니다.
분당 아파트를 아들에게 증여할 경우, 아들이 결혼해 따로 나가 살게되면 부모가 아들 아파트에 세를 들어 사는 결과가 됩니다. 여력이 있는 부모라면 분가해서 따로 사는 아들에게 전세보증금을 지불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부모에게 받은 전세보증금으로 은행대출 4억원을 갚아 아들의 대출 부담을 줄이는 것도 고려해볼 만합니다.
통상 유사한 매매사례가액이 없는 상가건물이나 단독주택, 땅은 시세에 비해 훨씬 낮은 기준시가(공시가격)로 증여가액을 계산합니다. 하지만 대단지 아파트나 오피스텔은 최근 거래된 주변 매매사례가액으로 증여가액을 계산합니다.
그렇다면, 이번 8·2 대책 등으로 아파트 값이 다소 떨어질 것으로 본다면 좀 더 기다린 뒤 가격이 내린 이후에 증여하는 것도 고려해 볼만 합니다. 다만, 부담부증여를 할 때는 전세보증금이나 은행대출 등 담보채무에 대해 증여자가 양도세를 내야 하고, 다주택자의 경우 내년 4월 1일 이후부터 양도세가 중과세되기 때문에 늦어도 내년 3월 말까지는 부담부증여를 끝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