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세금 안내려고 이혼까지 했는데 말짱 도루묵이라니…

뉴스 주용철 세무법인 지율 대표
입력 2017.07.29 06:35

[주용철의 절세캅] 이혼할 때 집을 위자료로 받으면 좋을까?

나지율씨는 두 채의 집을 가지고 있다. 둘 다 고가 주택이어서 먼저 양도하는 주택에는 거액의 양도소득세를 내야 할 상황이었다. 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없는지 고민하던 중 우연히 양도소득세를 회피하기 위한 위장 이혼이 늘고 있다는 기사를 읽었다. 지율씨는 고민 끝에 법원에 찾아가 이혼 신청을 하고 두 채중 한 채의 명의를 배우자에게 위자료로 넘겨주고 나머지 1채는 부동산 중개업소에 팔려고 내놨다.

그 이후 집이 팔리고 지율씨는 배우자 소유 주택에 대해 당연히 1세대 1주택이라고 판단해 양도소득세를 신고 납부했다. 그런데 얼마 후 세무서에서 위자료 명목으로 지급한 부동산에 대해서는 양도소득세를 내야 한다는 통지서가 날아왔다. 양도소득세 안내려고 이혼까지 했는데, 말짱 도루묵이라니 “절세캅 도와줘요!”

주용철 세무법인 지율 대표

이혼을 하면서 위자료 또는 자녀양육비 명목으로 현금을 받는 경우에는 무상으로 받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증여세가 과세되지 않는다. 대가 관계가 있다고 하여도 현금은 양도소득세의 과세대상이 아니어서 역시 세금을 내지 않는다.

그런데 위자료를 부동산으로 주는 경우는 다르다. 우선 증여세가 과세되지 않는다는 점은 동일하다. 다만 위자료를 현금으로 주지 않고 대물(代物)인 부동산으로 지급했기 때문에 대가 관계가 있다고 본다. 즉 위자료를 지급할 채무를 부동산으로 변제한 것이어서 유상 양도됐다고 판단해 양도소득세를 과세하는 것이다.

반면, 재산분할청구를 통해 부동산의 소유권을 가져온 경우에는 부부 공동노력으로 취득한 재산을 당초 소유자 명의로 회복시키는 개념으로 본다. 그래서 부동산 명의를 가져오더라도 증여세나 양도소득세가 발생하지 않는다.

■위자료로 준 부동산은 양도세 내야

이혼에는 협의 이혼과 재판상 이혼이 있다. 재판상 이혼 중 판결에 의한 경우에는 위자료, 양육비, 재산분할에 대한 사항이 판결문에 나오기 때문에 그 내용대로 세무 처리가 이루어진다. 즉 위자료나 양육비로 부동산이 대물 변제되면 양도소득세가 과세되고, 재산분할이라면 과세되지 않는다.

문제는 협의 이혼이나 재판상 이혼이라도 화해나 조정에 의한 이혼을 할 때다. 이 경우에도 명확하게 위자료 등에 대해 금액을 합의해 정한다면 그에 따르면 되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소유권 이전에 대해 어느 부분이 위자료이고, 어느 부분이 재산분할인지 논란이 될 수 있다. 이 때에는 과세 관청의 사실 판단에 따라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어 반드시 가액 등을 명기해야 한다.

서울가정법원 이혼조정실 내부. /조선일보 DB


위자료 명목으로 또는 재산분할을 원인으로 소유권을 이전할 때 그 원인을 편의상 ‘증여’로 하는 경우가 있다. 이혼하기 이전이라면 배우자공제 6억원이 적용돼 6억원까지는 별도 증여세가 발생하지 않는다. 그래서 적은 금액의 증여로 등기이전하고 이혼 절차를 마무리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이혼한 이후 증여를 원인으로 위자료 등을 지급하는 경우 더 이상 부부가 아니므로 배우자공제 6억원은 적용되지 않는다. 타인으로서의 증여이므로 거액의 증여세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부득이하게 증여로 이전 시 이혼 전에 등기이전을 하고 진행해야 한다.

■재산 분할한 부동산은 비과세

재산분할은 혼인 중 부부가 공동으로 협력해서 모은 재산으로 그 소유가 불분명한 공동재산을 대상으로 한다. 따라서 분할된 공동재산은 새로운 취득이 아니다. 원래 소유자 명의를 회복하는 것에 불과하다. 이혼하고 재산분할을 통해 기존 1명 명의였던 두 채의 주택 중 한 채를 다른 배우자 명의로 바꾸었다면 원래부터 배우자의 명의로 있었던 것처럼 취급한다.

예를 들어 지율씨가 소유한 주택 두 채의 가격이 각각 9억원이고, 보유 기간은 5년(재산분할 대상 주택)과 10년이라고 가정해보자. 취득한 금액은 각 3억원이다. 이혼에 의한 재산 분할로 새로 주택을 취득한 배우자의 경우 그 취득 시기는 재산분할로 소유권을 이전해온 시점이 아닌 원래 명의자가 취득한 때가 된다. 즉, 5년의 보유 기간을 인정받을 수 있다. 따라서 재산분할로 소유권을 가져온 후 바로 양도한다고 해도 1세대 1주택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나머지 한 채도 이혼을 통해 세대가 분리돼 1세대 1주택이므로 양도세가 비과세된다. 그런데 만약, 재산분할이 아닌 위자료 성격이라면 지율씨는 9억원과 3억원의 매매차익에 대해 장기보유공제 15%를 적용받아 8000여만원의 양도소득세를 내야 한다.

양도소득세를 줄이기 위해 위장 이혼을 했다가 들통나면 증여세까지 포함해 세금 폭탄을 맞을 수 있다. /조선일보 DB


실질적인 이혼이 아니고, 위장 이혼인 경우에도 문제는 발생한다. 대법원에서는 1세대 1주택 비과세 규정을 적용할 때 동일세대 여부를 판단할 때 부부관계는 법률혼 관계를 따르고 있다. 즉, 법률상 이혼했으면 동일세대가 아니라는 것이다. 다만 양도세 회피용 이혼에 해당하는 경우 이혼의 실질이 없으므로 혼인 상태의 지속으로 본다. 따라서 지율씨 경우처럼 양도소득세를 피하기 위해 서류상으로만 이혼하고 동일 주소지에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면, 위장이혼으로 판단해 1세대 2주택 상태의 양도로 과세될 수 있다.

위 사례에서는 배우자 상태에서 재산분할된 것이므로 증여로 보게 되고, 이 경우 증여공제 6억원을 초과하는 3억원에 대해 증여세가 과세되며, 증여 후 5년 이내 매매이므로 세법상 이월과세 적용 대상이 된다. 즉 9억원과 증여자의 당초 취득가액3억원의 차액에서 증여세 납부액을 필요비용으로 차감한 뒤 양도소득세를 물리게 되는 것이다.

[절세캅의 한마디]

양도소득세를 비과세받기 위해 위장 이혼하는 것은 일종의 모험과 같다. 걸리지 않는다면 2채 모두 비과세되지만, 반대로 걸린다면 다주택자로 양도세를 계산하게 되고, 무상으로 명의를 이전한 것이므로 추가로 증여세까지 부과될 수 있다. 혹 떼려다가 혹 붙이는 격인 셈이다. 차라리 시간이 걸리더라도 배우자에 대한 증여공제 6억원을 활용해 시가로 증여한 후 5년 경과한 뒤 양도하는 것이 합법적이고 주변 사람들 보기에도 민망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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