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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집에서 월세 80만원 나와" 베이비부머의 최대 효자

뉴스 고성민 기자
입력 2017.09.14 07:00

이젠 큰 집에 대한 생각을 바꿀 차례입니다. 조선일보 땅집고와 ㈜얼론투게더가 손잡고 최근 골칫덩이가 된 대형 아파트를 효자로 만드는 『투·하우스』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아파트 1채를 2채로 쪼개 작은 집은 월세를 놓는 사업입니다. 집 소유주에겐 월세 수입을, 젊은층에겐 저렴한 주거공간을 제공하는 주택 공유 경제 모델이 될 것입니다.

[투·하우스 프로젝트] 베이비부머 ‘효자’로 떠오른 세대 분리형 아파트

“사는 집에서 월세 80만원이 나오는데, 이 정도면 은퇴자한테는 정말 큰 돈이죠. 다(多)주택자로 세금 폭탄 맞을 일도 없고 말입니다. 사실 월세 나오는 집이 용돈 주는 자식보다 훨씬 낫지요.”

중견기업에 다니다가 4년전 은퇴한 이모(62)씨. 요즘 주요 수입원은 본인이 사는 집에서 나오는 월세다. 그는 서울 동대문구 용두동 ‘롯데캐슬리치’ 아파트 전용 114㎡에 산다. 이 아파트는 애초 분양할 때부터 한지붕 두가족이 살 수 있는 이른바 ‘세대 구분형’으로 만들어 분양했다. 세대 구분형 아파트는 출입문 2개와 내벽을 설치해 한 아파트에서 두 세대가 완벽한 독립 생활이 가능하도록 한 주택이다. 본인이 살면서 월세를 놓아 ‘거주와 임대’를 동시에 해결할 수도 있고, 투자용으로 두 공간을 모두 임대할 수도 있다.

서울 용두동 롯데캐슬리치 아파트의 세대분리형 114㎡ 평면도.


이씨는 부인과 함께 전체 주택의 4분의 3 정도인 84㎡ 공간을 사용하고, 나머지 주택의 4분의 1(30㎡) 공간은 원룸으로 만들어 월셋집으로 세를 놓았다. 이씨가 사는 공간도 방 3개에 욕실이 2개가 있어 부부가 사는데 전혀 불편이 없다. 분양 당시 이 아파트는 “구조가 이상하는 하다”는 이유로 청약경쟁률도 낮았다. 하지만 입주 이후 상황이 바뀌었다. 주민들 사이에 “세대 구분형 아파트에서 월세 70만~90만원씩 나온다더라”는 소문이 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단지 내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나이 든 사람들도 부러워하지만, 한참 돈을 버는 40~50대 주민들도 많이 부러워 한다”고 말했다. 세대구분형 아파트는 집값도 강세다. 중개업소에 따르면 롯데캐슬리치의 일반형 114㎡ 시세는 7억5000만원이다. 하지만 같은 크기의 세대 구분형은 8억5000만원 선으로 1억원 정도 비싸다.

주택시장에서 ‘세대 구분형 아파트’가 주목받고 있다. 세대 구분형 아파트는 2000년대 후반 잠깐 시장에 등장했다가 인기가 없어 사라졌다. 하지만 최근 2~3년새 다시 등장하기 시작했다. 인구 구조가 변하고, 임대주택 시장이 바뀌면서 다시 부상한 것이다. 기존 아파트 시장에서는 중대형을 세대 구분형으로 쪼개 월세 수입을 올리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아파트 원룸 대학생·직장인에 인기…3개월 만에 임차 완료

최근 5년새 분양한 아파트 중 서울 동대문구 용두동 용두롯데캐슬리치, 성북구 보문동 보문파크자이, 동작구 흑석뉴타운 아크로리버하임과 롯데캐슬에듀포레, 용산구 용산롯데캐슬센터포레, 서대문구 신촌e편한세상 등이 세대 구분형 아파트를 일부 배치해 분양했다. 세대 구분형 아파트는 설계할 때부터 출입문을 따로 달고 화장실과 주방이 별도로 딸려 있다.

세대 구분형 아파트 월세는 오피스텔보다 높은 편인데도 입지만 좋으면 수요자는 넘쳐난다. 작년 말 입주한 신촌e편한세상의 경우 보증금 1000만원, 월세 70만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신촌 e편한세상 믿음부동산 관계자는 “일반 아파트의 전세나 반전세는 세입자를 찾는데 6개월 이상 걸린 경우도 많았지만, 세대 구분형 원룸은 인기가 좋아 입주 3개월만에 세입자가 모두 들어찼다”고 했다.

세대 분리형 아파트인 신촌e편한세상의 원룸 주택 내부. /북아현동 다올공인중개사무소 제공


세대 구분형 아파트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인구 구조와 임대주택 시장이 동시에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1인가구 비중은 2000년 15.5%에서 2015년 27.2%, 2016년 27.9%까지 급증했다. 혼자 사는 가구가 늘다보니 당연히 원룸 수요가 늘어나는 것이다.

전세 위주였던 임대주택 시장이 월세 위주로 재편되는 것도 세대 구분형 주택이 인기를 끄는 이유다. 서울시가 지난 6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작년 서울시민의 주거 형태 가운데 월세 비중은 31.3%로, 전세 비중(26.2%)을 넘어섰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일본은 주택도 수익형 부동산으로 보는 경우가 많아 시세 차익보다 월세 수익에 투자의 중점을 두고 있다”며 “기존 아파트도 세대 구분 사업을 통해 수익형 부동산으로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세대 분리형 아파트인 신촌e편한세상의 투룸 주택 내부. /북아현동 다올공인중개사무소 제공


세대 구분형 아파트는 대학가, 사무실 등 업무시설 밀집지역 등에 적합한 편이다. 하지만 수도권의 경우 전철 교통망이 워낙 발달돼 있고, 젊은층 직장인들이 수도권 일대에 몰려 있어 원룸 수요는 늘 풍부한 편이다. 서울 뿐 아니라 전철교통망이 발달해 있는 분당·일산·평촌·용인 수지구 등에서도 원룸 수요는 많다.

문제는 가격이다. 세대구분형 아파트는 설계할 때부터 원룸을 위한 출입문과 주방, 욕실을 만들어 원룸 크기가 30㎡ 안팎으로 제법 넓고, 구조도 좋아 월세가 비싸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신규 분양하는 세대 구분형 아파트는 서울 기준으로 보증금 1000만~2000만원, 월세 80만~90만원 정도여서 대부분 대기업 직장인이나 경제사정이 좋은 대학생으로 수요층이 다소 좁은 편”이라고 말했다.

반면, 기존 중대형 아파트를 세대 분할하면 구조는 약간 떨어져도 월세는 40만~50만원으로 예상돼 입주자 층이 넓을 전망이다. 공동주택 세대구분 전문 업체 ‘얼론투게더’ 최한희 대표는 “최근에는 주택 개조 공사 기술이 발달해 기존 아파트도 두 세대가 완전한 독립 생활이 가능하도록 분할할 수 있다”며 “대형 아파트를 보유한 중장년층과 살만한 원룸이 필요한 젊은층이 서로 ‘윈윈 게임’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대분리형 아파트인 신촌e편한세상 아파트. /심기환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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