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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명이 20채 샀다" 입주 21년된 낡은 아파트에 투자자 몰린 이유

뉴스 한상혁 기자
입력 2016.10.11 10:56 수정 2016.11.30 22:42

아파트를 살 때 꼭 따져봐야 할 요소 중 하나가 환금성이다. 아파트를 팔고 싶을 때 잘 팔리느냐는 것이다. 환금성은 거래 회전율로 알수 있다. 전체 가구 중 매매된 가구의 비율이다. 조선닷컴의 부동산 콘텐츠 플랫폼 땅집go는 올 상반기 국토교통부의 아파트 실거래가 통계를 전수(全數) 분석해 서울에서 가장 환금성이 높았던 아파트 10곳을 찾아냈다. 이 아파트들을 집중 분석해 본다.

[서울 끓는 아파트 Top 10] ①강서구 방화동 신동아파밀리에

입주 21년됐지만 거래회전율 서울 최상위권
갭투자 몰려 “1명이 20채 샀다” 소문도
9호선 신방화역 바로 옆…길건너엔 마곡지구
전용 59㎡ 고점 돌파…추가 상승엔 물음표

서울 강서구 방화동 '신동아 파밀리에' 아파트 전경./한상혁 기자


강서구 방화동 ‘신동아 파밀리에’는 올해 서울에서 가장 핫(hot)한 아파트 중 하나다. 전체 가구수 대비 거래량, 즉 거래 회전율에서 전체 2위에 올랐다. 총 224가구 가운데 24가구가 매매됐다. 거래 회전율이 10%가 넘는다. 서울 평균(4%)과 비교하면 2배가 넘는다.

거래도 활발했지만 매매가격도 지난 1년새 25% 정도 급등했다.

서울 강남지역도 아닌데다 단지 규모도 작고 올해 입주 21년째를 맞는 낡은 이 아파트는 인터넷 카페 투자자들이 대거 몰려들면서 싹쓸이했다는 얘기가 나올 만큼 큰 인기를 끌었다.

서울 강서구 방화동 신동아 파밀리에 아파트 개요


■마곡지구 바로 옆…신방화역까지 도보 3분

서울 강서구 방화동 '신동아 파밀리에' 아파트에서 걸어서 3분 정도 떨어진 지하철 9호선 신방화역 출구. /한상혁 기자

방화동 신동아 파밀리에의 최대 매력은 지하철 교통이다. ‘골드 라인’으로 불리는 지하철 9호선 신방화역에서 걸어서 불과 3분쯤 떨어진 이른바 ‘초역세권’ 아파트다. 5호선 방화역까지도 도보 15분쯤 걸리는데 언덕이 없어 걸어다니기에 불편하지 않다.


마곡지구 후광(後光) 효과도 크다. 서울의 마지막 택지개발지구인 마곡지구도 길만 건너면 닿는다. 마곡지구는 서울시가 서울 강서구 마곡·가양동 일대 366만여㎡에 개발하는 주거·업무 복합도시로 LG사이언스파크 등 대기업 R&D센터가 대거 들어선다.

2014년부터 입주한 마곡지구 아파트 단지들은 현재 전용면적 84㎡가 7억원대에 거래된다. 반면 마곡지구 길건너에 있는 ‘신동아 파밀리에’는 같은 면적의 현재 가격대가 4억2000만원대로 마곡지구의 60%선에 불과하다.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지만 방화동 '신동아 파밀리에' 아파트(빨간색 동그라미 부분)의 전용면적 84㎡는 매매가격 4억, 마곡동 '마곡엠벨리1단지'(파란색 네모친 부분)의 전용면적 84㎡는 7억원대이다. /네이버 지도

물론 시세 차이에 이유는 있다. 행정 구역이 마곡동과 방화동으로 서로 다르다. 신동아 파밀리에가 입주 21년차의 낡은 아파트라는 점도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신동아 파밀리에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다는 점이 오히려 투자자의 관심을 끌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근 단지와 비교해도 가격 경쟁력이 있다. 신동아 파밀리에 바로 북쪽에 있는 ‘강서동부센트레빌3차’(147가구)는 비교적 새 아파트(2009년 입주)라는 장점이 있지만 전용 59㎡ 기준 매매가격이 4억3000만원으로 1억원쯤 더 비싸다.

■갭투자 노린 수요자 몰려…1년새 1억 급등

방화동 신동아 파밀리에 아파트의 인기는 주변 전세난에 지친 실수요자의 가세와 이른바 ‘갭(gap)’ 투자가 맞물렸다는 분석이다. ‘갭투자’는 몇 년 새 전세 시세가 급등하면서 요즘 유행하는 투자 방식이다. 전세금과 매매가격에 차이(갭)가 크지 않은 아파트를 매입했다가 시세가 오른 후 되팔아 차익을 남기는 투자법이다. 상대적으로 매매가 대비 전세금 비율이 90% 안팎으로 높은 아파트가 투자 대상으로 꼽힌다.

실제 지금도 마곡지구 아파트 전세금이면 신동아 파밀리에 아파트를 살 수 있다. 마곡지구 엠벨리1단지의 전용 84㎡ 전세금은 4억5000만원대로 신동아 파밀리에의 매매가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높다.

방화동 한 공인중개사는 “작년 상반기쯤 인터넷 카페 등으로 모인 투자자들 방화동 일대 소형 아파트를 싹쓸이했다”며 “한 사람이 많게는 20채를 샀다는 이야기도 들었다”고 했다.

방화동 '신동아 파밀리에' 전용 59.4㎡의 실거래가 변동. 동그라미 친 시점에 ‘갭 투자’가 본격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자료:국토교통부

현지 공인중개사들에 따르면 갭투자자들은 작년 상반기에 신동아 파밀리에 전용 59㎡를 2억5000만원 전후에 매입했다. 대부분 1000만원쯤 들여 내부 수리를 한 후 2억3000만원 안팎에 전세를 내놨다고 한다. 전세금을 감안하면 순수 자기 자본은 3000만원만 투입된 것이다.

전세금이 오르자 매매가격도 상승하면서 현재 시세는 3억2000만원, 일부 매물은 3억5000만원에 나온다. 결과적으로 실투자금 3000만원 정도로 1년만에 1억원대 시세 차익을 거둔 셈이다.

■조용한 주거지역…유흥시설 없어

사진 왼쪽으로 서울 강서구 방화동 '신동아 파밀리에' 아파트 단지 내 상가가 보인다. /한상혁 기자

방화동 신동아 파밀리에는 지상 15층 2개동(棟)에 총 224가구로 구성된 소형 단지다. 2개동에 각각 지하주차장이 있지만 전체 주차 공간은 가구당 0.67대 꼴이어서 불편할 수도 있다.

각 동에는 작은 어린이 놀이터가 있고 경비원도 근무한다. 커뮤니티시설은 경로당만 있다. 1995년 입주한 만큼 요즘 짓는 아파트와 같은 최첨단 편의시설은 갖추지 못했다.

서울 강서구 방화동 '신동아 파밀리에' 아파트 단지 주변 환경/한상혁 기자

주변은 소규모 아파트 단지와 단독주택, 빌라로 둘러싸인 전형적인 주거지역이다. 개인 교습학원과 작은 할인마트, 교회 등도 있다. 어린이공원이 단지 옆에 있고 큰 길 건너에 송화초등학교가 있어 자녀 양육 환경이 나쁘지 않다. 술집 등 유흥시설도 거의 없다.

■이전 고점 돌파…추가 상승 쉽지 않아

그렇다면 이 아파트는 가격이 더 오를 수 있을까.

이 아파트의 과거 시세를 보면, 2007~2011년 전용 59㎡ 기준 3억원 정도가 최고 시세였다. 이후 2억5000만원까지 떨어졌다가 작년 초부터 급등했다. 현재 시세는 이미 과거 고점을 넘었다.

방화동 ‘신동아 파밀리에’ 전용 59.4㎡ 과거 시세/출처:KB부동산

일각에서는 지은 지 21년됐다는 점에서 향후 재건축을 염두에 두고 추가적인 가격 상승 가능성을 점친다. 하지만 추가 상승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방화동 일대 공인중개사들 사이에는 “새 아파트 선호 현상 탓에 오래된 아파트는 가격 상승에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많다. 아파트 층수가 15층으로 중층(中層)인데다 주변 집값이 높은 지역이 아니어서 단기간에 재건축을 추진하기에는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분석도 나온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가파른 가격 상승으로 주변 지역 아파트와 시세 차이가 많이 줄어든 만큼 상승 여력은 낮아졌다고 봐야 한다”면서도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고 교통과 향후 주변 개발 가능성 등을 감안하면 실수요 측면에서 신혼부부 등 젊은 실수요자의 첫번째 마이홈(my home)으로는 고려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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