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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아파트 공화국'의 그늘] 저층 개발로 경관도 살고 가격도 살리고

뉴스 <특별취재팀>
입력 2009.11.04 02:58

"도심 속 전원주택이 따로 없죠. 왜 굳이 아파트만 고집하는지 모르겠어요."

3일 서울 공노원구 릉동의 '태릉 현대홈타운 스위트' 주변에서 만난 주민들은 한결같이 "저런 곳에 살아보고 싶다"는 반응을 보였다. 3층짜리 134가구로 이뤄진 이 주택단지는 아파트가 아니라 연립주택이다. 지난 2002년 말 분양 당시 미분양이 많아 인기를 끌지 못했던 이곳이 이젠 노원구를 대표하는 단지로 자리 잡았다. 분양 당시보다 시세도 두배쯤 뛰었다. 인근 화랑공인 관계자는 "살기 좋다는 입소문을 듣고 변호사, 의사 등 전문직 종사자들이 많이 찾아오는데, 매물을 내놓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 주택단지는 국내에서 보기 드문 저층 개발의 성공 사례로 꼽힌다. 이유가 뭘까. 쾌적한 환경이다. 3층짜리로 짓다 보니 용적률이 89%에 불과하고, 동과 동 사이도 널찍하다. 단지 안은 1년 내내 공원을 연상시킬 만큼 나무와 녹지로 덮여 있다. 당시 공사를 맡았던 현대건설 임동영 차장은 "건물 외관도 성냥갑 모양이 아니라 다양하게 만들어 아파트처럼 주변에 위압감을 주거나 경관을 해치지 않도록 지었다"고 말했다.

옛 대한주택공사가 부산 망미동에 지은 테라스 하우스. 총 40가구로 구성된 이 주택은 아랫집 지붕이 윗집 1층의 테라스가 되는 형태를 띠고 있다./한국토지주택공사(LH) 제공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외국처럼 다양한 형식의 재개발·재건축 사례를 찾기 어렵다. 대부분 획일적인 고층 아파트 일색이다.

그러나 최근 도시 미관이나 환경을 고려한 저층·친환경 주택을 개발하거나 재개발의 대안을 찾으려는 시도가 늘어나고는 있다. 분당 판교·용인 죽전 등 수도권 신도시에는 자연지형을 살린 전원주택형 연립주택과 타운하우스가 일부 들어서고 있다. 단독주택과 아파트의 장점을 결합시킨 테라스 하우스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서울시도 앞으로 노후 단독주택 지역이나 구릉지에 재개발·재건축을 할 경우, 5~7층짜리 도시형 타운하우스를 많이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 정릉동의 경우, 고층 아파트 대신 4층 이하로 다양한 유형의 친환경 주택을 짓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서울산업대 강부성 교수는 "아파트는 편리하지만 경관을 해치고, 삶의 개성과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다"면서 "개성을 살린 다양한 주거 문화가 확산돼야 우리 사회의 건전성도 높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멀쩡한 주택을 헐고 무조건 아파트를 지어 공급을 늘리겠다는 재개발 방식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주거학회 최재필 회장은 "단기적 주택 수요에 대응해 무조건 기존 주택을 허물고 새로 짓겠다는 건 짧은 생각"이라며 "다른 대안도 얼마든지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서민 주택의 파괴를 초래하는 재개발 대신 비어 있는 공장이나 학교, 동사무소 같은 건물을 리모델링해 주거용으로 활용하는 이른바 '트랜싯하우징(transit housing)' 기법의 도입도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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