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9.11.02 03:04 | 수정 : 2009.11.02 09:18
정부·건설사, 수요분석 없이 "짓고 보자"
112개단지, 3년넘게 방치… 우범지대로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 도시들이 온통 아파트로 뒤덮여 있다. 1995년 이후 15년간 전국에 지은 주택(728만채) 중 80%(560만채)가 아파트이다 보니 '아파트 공화국'이라는 비아냥도 나온다. 정부와 건설사들은 "국민들이 아파트만 유독 좋아해 대안이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아파트는 무조건 팔린다는 '아파트 불패신화'는 이미 옛말이다. 소비자들의 외면으로 공사가 중단돼 방치된 유령아파트가 속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달 30일 충남 천안시 목천읍에 있는 A아파트를 바라보던 주민 김모(52)씨가 혀를 찼다. "해 질 녘만 되면 애들이 슬금슬금 저기로 기어올라간단 말이야. 동네에선 저 썩어 가는 아파트가 완전히 애물단지야."
3개 동(棟)으로 된 이 건물은 회색빛 외관의 골조(骨組)만 덩그렇게 올라간 채 공사가 중단된 '유령 아파트'다. 건물 사이 빈 공간엔 사람 키높이는 됨직한 잡풀이 무성했다. 폐허가 된 내부에는 썩은 물이 고여 악취가 진동했다. 깨진 유리창과 뜯겨 나간 창틀은 아무렇게나 나뒹굴었다.
지난달 30일 충남 천안시 목천읍에 있는 A아파트를 바라보던 주민 김모(52)씨가 혀를 찼다. "해 질 녘만 되면 애들이 슬금슬금 저기로 기어올라간단 말이야. 동네에선 저 썩어 가는 아파트가 완전히 애물단지야."
3개 동(棟)으로 된 이 건물은 회색빛 외관의 골조(骨組)만 덩그렇게 올라간 채 공사가 중단된 '유령 아파트'다. 건물 사이 빈 공간엔 사람 키높이는 됨직한 잡풀이 무성했다. 폐허가 된 내부에는 썩은 물이 고여 악취가 진동했다. 깨진 유리창과 뜯겨 나간 창틀은 아무렇게나 나뒹굴었다.
이곳에서 자동차로 20분쯤 거리에도 작년에 공사가 중단된 아파트 공사장이 방치돼 있다. 펜스막 뒤로 회색 콘크리트 건물이 3~7층까지 올라가 있지만 출입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공사장을 오가는 차량도, 지키는 사람도 없었다. B건설사가 1300여 가구 규모로 지하 2층, 지상 35층짜리 10개 동을 지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계약자가 없어 결국 지난해 하반기 공사 도중 사업을 중단했다. 주민들은 "공사중단으로 우범지대로 변하고 있다"면서 "주변에 논바닥밖에 없는 곳에 아파트를 지을 생각을 한 건설사들의 발상이 황당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이처럼 공사를 하다가 3년 이상 방치된 유령 아파트는 전국적으로 112개 단지에 달한다. 연면적으로 치면 여의도(850만㎡) 면적의 절반에 가까운 354만㎡나 된다.
완공은 됐지만 주인을 찾지 못해 빈집으로 남아 있는 아파트도 전국적으로 5만 가구가 넘는다. 대구(8662가구), 부산(5186), 광주광역시(4930), 원주(2132)뿐만 아니라 경기도(2121)에도 빈 아파트가 늘어나고 있다. 현재 공사 중인 미분양 아파트까지 합치면 13만 가구 수준. 최근 조금 줄고 있지만, 3만 가구 수준이던 2001~2003년과 비교하기조차 힘들다. 대구에만 2만 가구가 넘는 미분양 아파트가 몰려 있다. 미분양 급증으로 인해 자금난을 겪는 건설사들의 부도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짓기만 하면 무조건 돈이 된다'는 '아파트 불패 신화'만 믿고 건설사들이 장소를 가리지 않고 아파트를 짓다 자초한 자승자박(自繩自縛)이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아파트가 돈이 되기는커녕 대량 미분양으로 건설사들의 연쇄부도로 이어지고 있다"면서 "미분양 아파트에 잠긴 돈만 가구당 1억원으로 계산해도 13조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건국(建國) 이후 우리나라에 아파트가 처음 선보인 건 1958년. 서울 종암동에 지은 5층짜리 '종암아파트'가 효시다. 당시 "서울에 명물이 등장했다"고 할 정도로 아파트는 희귀했다. 당시 부족한 주택을 대량공급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일 수 있었던 측면도 있었다.
대량 생산이 가능한 아파트의 확산으로 1970년 78% 수준이던 주택보급률이 지난해 100%를 처음 넘어설 수 있었다. 그러나 아파트가 남아도는 지역에서도 지방자치단체들이 아파트가 지역 개발의 상징이고 세금을 더 걷을 수 있다는 이유로 아파트 인허가를 남발하고 있다. 정부도 주택공급 실적을 올리기 위해 주택공사(현 LH공사)를 동원해 주택이 남아도는 지방까지 아파트를 대량으로 짓고 있는 실정이다.
외국인들로부터는 특색 없는 도시라는 비판까지 받고 있다. 한국 생활 10년이 넘은 영국인 존 세이가(38)씨는 “서울에 오는 외국인이 첫눈에 가장 놀라는 건 도시 전체를 뒤덮은 아파트”라며 “땅값 싸고 사람도 별로 없는 농촌까지 아파트가 있다는 게 아직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이처럼 공사를 하다가 3년 이상 방치된 유령 아파트는 전국적으로 112개 단지에 달한다. 연면적으로 치면 여의도(850만㎡) 면적의 절반에 가까운 354만㎡나 된다.
완공은 됐지만 주인을 찾지 못해 빈집으로 남아 있는 아파트도 전국적으로 5만 가구가 넘는다. 대구(8662가구), 부산(5186), 광주광역시(4930), 원주(2132)뿐만 아니라 경기도(2121)에도 빈 아파트가 늘어나고 있다. 현재 공사 중인 미분양 아파트까지 합치면 13만 가구 수준. 최근 조금 줄고 있지만, 3만 가구 수준이던 2001~2003년과 비교하기조차 힘들다. 대구에만 2만 가구가 넘는 미분양 아파트가 몰려 있다. 미분양 급증으로 인해 자금난을 겪는 건설사들의 부도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짓기만 하면 무조건 돈이 된다'는 '아파트 불패 신화'만 믿고 건설사들이 장소를 가리지 않고 아파트를 짓다 자초한 자승자박(自繩自縛)이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아파트가 돈이 되기는커녕 대량 미분양으로 건설사들의 연쇄부도로 이어지고 있다"면서 "미분양 아파트에 잠긴 돈만 가구당 1억원으로 계산해도 13조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건국(建國) 이후 우리나라에 아파트가 처음 선보인 건 1958년. 서울 종암동에 지은 5층짜리 '종암아파트'가 효시다. 당시 "서울에 명물이 등장했다"고 할 정도로 아파트는 희귀했다. 당시 부족한 주택을 대량공급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일 수 있었던 측면도 있었다.
대량 생산이 가능한 아파트의 확산으로 1970년 78% 수준이던 주택보급률이 지난해 100%를 처음 넘어설 수 있었다. 그러나 아파트가 남아도는 지역에서도 지방자치단체들이 아파트가 지역 개발의 상징이고 세금을 더 걷을 수 있다는 이유로 아파트 인허가를 남발하고 있다. 정부도 주택공급 실적을 올리기 위해 주택공사(현 LH공사)를 동원해 주택이 남아도는 지방까지 아파트를 대량으로 짓고 있는 실정이다.
외국인들로부터는 특색 없는 도시라는 비판까지 받고 있다. 한국 생활 10년이 넘은 영국인 존 세이가(38)씨는 “서울에 오는 외국인이 첫눈에 가장 놀라는 건 도시 전체를 뒤덮은 아파트”라며 “땅값 싸고 사람도 별로 없는 농촌까지 아파트가 있다는 게 아직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