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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공화국의 그늘] 대형 건설사 간부도 두손 든 수주전(戰)

뉴스 특별취재팀
입력 2009.11.03 02:34

●갈수록 지능화
안 살면서 월세 계약 위장… 집주인에게 1000만원 '뇌물'
●특급호텔 유람
재개발 주민 마음 잡으려 고기에 공짜 디너쇼 관람
건설업체간 과당경쟁 때문… 비리 구속된 조합장 15명

"깨끗해졌다고요? 글쎄요, 갈수록 수법이 지능화되고 있는데…."

최근 만난 대형 건설사 중견 간부는 재건축·재개발 수주전(戰)이 많이 깨끗해지지 않았느냐는 말에 혀를 찼다. 그는 수도권의 모 재건축 추진 현장을 예로 들면서 이른바 '월세 로비'란 신종 수법까지 등장했다고 말했다. 월세 로비란 건설회사가 재건축 시공사로 선정되기 위해 직원이나 용역업체를 동원해 주민들과 가짜 월세계약서를 쓴 뒤 1년치 월세를 한꺼번에 주는 방식이다. 물론 이들은 실제 세를 살지는 않는다. 일부 현장의 경우 주민 1인당 최고 1000만원씩 이런 방식으로 금품을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월 초 시공사를 선정한 서울의 한 재개발구역 주민들은 총회 직전 한달여 동안 서울시내 특급 호텔을 3~4곳이나 돌아다니며 스테이크를 먹고 디너쇼를 공짜로 관람했다. 대형 건설사 2곳이 치열한 수주전을 벌이면서 조합원 '표심(票心) 잡기'용으로 접대에 나섰던 것이다. 업체당 100~200여명의 용역 직원을 동원해 집안일을 도와주기도 하고, 홍삼이나 한우를 선물로 안겼다. 서울에서 활동하는 한 도시정비전문업체 관계자는 "수십만원짜리 루이비통 가방을 주거나 1박2일 호텔 숙박이나 온천 관광을 시켜주면서 주민들을 자기 편으로 만드는 일은 지금도 비밀이 아니다"고 털어놨다.

건설업체 간 과당경쟁으로 재건축·재개발시장은 갈수록 혼탁해지고 있다. 경기 침체로 일감이 줄고, 집 지을 땅마저 확보하기 어려워지면서 건설사마다 재건축·재개발에 목을 매고 있기 때문이다. 수주전에서 표를 얻기 위해 수십억원의 자금을 뿌리고, 자기 회사에 유리한 사업조건을 만들기 위해 조합장을 매수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지난 2000년 이후 서울의 재개발·재건축사업장에서 각종 비리 혐의로 구속된 조합장만 15명에 달한다. 이들의 혐의는 대부분 건설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았다는 것이다. 조합장을 하면 아파트 1채가 생긴다는 말은 비밀 축에도 끼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이로 인해 주민 불신으로 조합장이나 시공사도 자주 바뀌고 있다.

재건축·재개발사업이 비리로 얼룩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주민에게 정보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민주당 강창일 의원은 "서울시내 445개 재건축·재개발사업구역 중 91개 구역(20%)만 인터넷에 각종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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