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2.05.20 07:09 | 수정 : 2022.09.26 19:01
[발품 리포트] 지식문화도시 만든다더니…백운밸리, 기반시설 전무한 베드타운 전락
[땅집고] “땅을 팔아서 4000억원 이상 챙기고도 의왕시민 생명줄인 종합병원마저 날리려고 합니다. 대장동 일당도 기반시설까지는 안 팔았는데, 여기는 그보다 훨씬 더 심각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17일 오후 경기 의왕시 백운밸리. 과천봉담 도시고속도로 청계IC를 빠져나오자, 도로 양쪽으로 수풀만 무성한 드넓은 땅이 보였다. 수년간 개발이 안돼 버려진 모습이었다. 이곳에서 약 400m 떨어진 곳에 의왕백운해링턴플레이스 아파트가 눈에 들어왔다. 아파트 외벽에는 ‘종합병원 유치 없는 부지 매각은 절대 반대’라는 20m 높이의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아파트 정문에서 종합병원 유치 촉구 1인 시위를 펼치는 입주민을 만났다. 입주한지 4년 됐다는 김양수 씨는 “분양 당시 짓기로 한 기반시설 중 조성된 건 롯데 쇼핑몰 밖에 없다”며 “사업시행자는 용도변경을 통해 땅을 비싸게 팔면서 수백억원씩 배당금을 챙기는 동안 입주민들은 철저히 기만당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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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집고 취재팀이 백운밸리 일대를 직접 둘러본 결과, 아파트로 개발한 곳을 제외한 부지 대부분은 허허벌판으로 남아있었다. 은행이나 우체국, 병원, 학원 등 기본적인 인프라 시설조차 찾기가 어려웠다. 학교 역시 개교 3년된 백운호수초등학교가 유일하고 중·고등학교는 전무하다. 초등학교 앞에서 만난 아파트 입주민 정혜수 씨는 “초등학교 졸업생들은 중학교 통학거리가 40분에서 1시간 정도 걸려 상당히 불편을 겪고 있다”며 “일부 학부모는 벌써부터 다른 지역으로 이사하려고 생각하고 있고, 백운호수초등학교는 학급이 줄었다”고 말했다.
분양 당시 천혜의 자연환경에 지식문화복합도시, 명품 테마도시를 조성하겠다는 취지로 민관 합동 개발사업으로 추진한 백운밸리는 공동화(空洞化) 현상이 뚜렷한 전형적인 베드타운으로 전락했다. 2019년부터 아파트 8개 단지, 4000여가구가 입주했지만 지구 내 지원시설 부지 4곳 중 롯데프리미엄아울렛을 제외한 나머지 3곳은 텅텅 비어있다.
입주민들이 주로 오가는 청계IC 진출입로 양쪽으로 비어있는 부지가 대표적이다. 면적만 6만44㎡(1만8163평)에 달한다. 이 땅은 애초에 각각 업무시설과 종합병원으로 개발할 계획이었다. 4~5성급 고급 호텔, 제약 관련 기업 등의 업무시설과 400병상 이상의 종합병원이 들어서려고 했던 것.
그러나 백운밸리 개발 사업을 추진하는 의왕백운PFV가 업무시설 부지를 오피스텔 등 주거 용도로 변경하고 땅을 부동산 개발회사 MDM에 4000억원에 팔았다. 주거 비율이 높아지면서 공급예정가(1692억원)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팔아 의왕백운PFV에 적게는 1억원, 많게는 11억원 정도만 투자한 민간업체들이 1개사당 최대 500억원, 총 1000억원이 넘는 배당금을 챙긴 것으로 확인됐다. 의왕백운PFV 지분은 의왕도시공사가 49%이며 ▲개성토건 22% ▲비더블유 14% ▲미주산업개발 5% ▲케이프증권 5% ▲롯데 2% ▲효성 2% 등이다. 종합병원을 짓기로 했던 부지도 최근 주거 비율을 대폭 높이는 방식으로 용도변경하고 이 땅을 1300억원대에 매각할 계획이라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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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당초 백운밸리에 짓기로 했던 각종 주민편의시설과 기반시설은 전혀 들어서지 않고 있다. 의왕백운PFV는 오히려 병원·호텔·비즈니스센터 용도였던 ‘지식문화지원시설’ 부지를 주거용으로 용도변경한 뒤 전부 팔아치우고 있다.
이에 대해 의왕도시공사 측은 “해당 부지는 수차례 매각공공에도 미매각으로 남아 있어 관련 절차에 맞춰 인허가 변경을 추진하였다”면서 “인허가 변경 과정상 추가 공공기여를 제시하고 인허가를 받은 사안”이라고 반박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의왕 백운밸리 사태가 제2의 대장동이 아닌 ‘대장동의 모티프’가 된 사업으로 평가한다. 실제로 대장동 사업 공모지침서는 백운밸리 사업의 공모지침서를 참고해 작성했고, 백운밸리 사업과 대장동 사업은 ▲사업 면적 ▲민관 공동 사업 방식 ▲PFV(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 방식 ▲사업규모(1조8000억원·1조6000억원) 등에서 거의 비슷하다. 진봉균 백운밸리비상대책위원장은 “의왕도시공사와 민간 시행사가 기반 시설을 다 없애고 수천억원의 돈을 챙겼음에도 시민들의 마지막 숙원인 종합병원마저 없애고 최고가 입찰로 비싸게 팔아먹겠다는 탐욕에 입주민들은 배신감과 분노가 상당하다”며 “개발업자 주머니만 채우는 비리 개발 사업의 모태가 되고 있는 백운밸리 사업에 대해 철저한 진상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의왕=박기홍 땅집고 기자 hong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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