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한치 앞 안보이는 아파트 분양시장

뉴스 탁상훈 기자
입력 2008.10.17 03:22

기대주 반포 래미안도 청약 저조
인근보다 분양가 낮은 광교 신도시 청약 몰려
강남권 아파트 오히려 미달 오산·파주 등 외곽은 더욱 위축

글로벌 금융 위기와 부동산 경기 침체로 신규 아파트 분양 시장도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수원 광교신도시의 경우 당초 기대보다 높은 가격에 분양됐음에도 청약 과열 양상을 보인 반면, 올 하반기 서울 강남의 최고 인기 단지로 꼽히던 반포 래미안 퍼스티지는 청약 1순위에서 미달 사태를 맞았다. 전문가들은 이젠 청약도 마치 주식 시장처럼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장세가 펼쳐지고 있는 만큼, 철저하게 실수요 위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분양가 영향 큰 듯

최근 청약을 실시한 수원 광교신도시 '울트라 참누리 더 레이크힐'의 경우, 분양시장 침체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인파가 몰렸다. 1순위에만 1만1668명이 몰려 평균 10.6대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한 것. 총 4개 주택형을 공급한 이번 청약에서 대형 주택인 187㎡(56평)형에는 3가구 모집에 무려 400명이 몰려 133.3대 1의 경쟁률을 보였고, 4가구를 모집한 232㎡(70평)형에도 111명이나 신청했다.

이는 3~4년간 계속된 광교 신도시에 대한 기대감과 이 아파트 분양가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참누리 더 레이크 힐' 분양가는 3.3㎡(1평)당 평균 1285만원. 이는 광교 아파트 분양가가 3.3㎡당 1100만원대가 될 것이란 당초 기대에 비해선 높은 것이지만, 올 여름 인근 용인 성복·신봉 지역에서 공급된 아파트 분양가(3.3㎡당 1500만원 안팎)에 비해서는 낮은 가격이다.

반면 강남권 요지의 아파트로 꼽히던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퍼스티지'는 15일 실시된 1순위 청약에서 411가구 모집에 380명만 청약, 미달됐다. 84가구를 분양한 113~114㎡(34평)형에는 모집 가구를 넘는 127명이 청약을 신청해 1.5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87.4㎡형(131가구)과 86.5㎡형(147가구)의 청약률이 각각 74%와 70%를 기록하는 등 대부분 평형에서 청약이 저조, 전체적으로는 100여 가구가 미달됐다.

이는 강남 지역 웬만한 아파트들이 1순위에서 상당한 경쟁률로 마감되던 그간의 흐름과는 크게 달라진 것이다. 지난 8월에 실시된 서울 서초동의 '래미안 서초 스위트' 청약 때만 하더라도 1순위 평균 2.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었다. 삼성물산은 래미안 퍼스티지의 분양가를 지난 6월 같은 서초구에서 분양된 '반포자이'보다 3.3㎡당 20만원 정도 낮췄다고 밝혔다. 내집마련정보사 김영진 사장은 "하지만 최근 인근 주택 가격 등이 급락하는 바람에 청약 대기자들이 3.3㎡당 2900만~3200만원이란 가격에 적지 않은 부담을 가진 것 같다"고 말했다.



◆외곽은 계속 침체

서울에서 멀리 떨어졌거나 인근에 공급물량이 많은 수도권 외곽지역은 공공 아파트도 고전하고 있다. 대한주택공사가 이달 초 분양한 오산 세교2택지지구 휴먼시아 1060가구는 3순위까지 청약을 받았음에도 무려 87.5%(928가구)가 미달됐다. 오산 세교2지구의 경우 정부가 오산시 금암동·서동 일대를 합해 2기 신도시로 개발한다고 발표한 후 첫 분양이어서 기대를 모았지만 '신도시 후광효과'는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아무리 공공 아파트라 하더라도, 경기 침체가 심한 데다 인근에 화성 동탄1·2신도시 등 공급물량도 많았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경기지방공사가 파주시 당동지구에 공급한 아파트(700여 가구)도 대거 미달됐다. 부동산써브 채훈식 팀장은 "정부가 서울 근교 그린벨트를 풀어 저렴한 아파트를 짓겠다고 발표한 데다 1주택자 양도세 면제를 위한 실거주 여건까지 강화하고 있어, 수도권 외곽으로 나가 분양 받으려는 수요가 더욱 위축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방의 경우엔 여전히 상황이 심각하다. 10월 들어 청약을 받은 경남 마산시 교원동의 무학자이(461가구)엔 1순위에서 단 7명만 청약했고, 충남 천안시 쌍용동 두산위브는 아예 1순위 청약자가 없었다.

스피드뱅크 이미영 팀장은 "10월 들어 전 세계적인 금융 불안 사태가 극심해지면서 내집 마련 대기자들의 심리도 크게 흔들리는 것 같다"며 "미국발 금융 불안이 가라앉기 전까지는 국내 청약 시장의 움직임도 예측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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