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韓·美·日 주택시장 비교해보니…
금리 오름세로 바뀌자 주택수요 위축
집값급락에 담보부실로 금융권 불안
집값 하락에 이어 금융 위기가 발생한 미국 경제가 일본식 장기 불황 모델의 전철을 그대로 밟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경기 부양을 위한 초저금리 정책과 금융기관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에 의한 부실 대출, 집값 급락에 의한 금융 위기 발생은 일본과 미국이 닮은꼴이다. 한국도 최근 고가 주택을 중심으로 집값이 급락하고 있어 일본식 버블 붕괴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미·일의 주택 가격 급등과 하락의 메커니즘을 비교해 본다.
◆주택 가격 급등의 원인은 저금리 정책
일본과 미국의 부동산 가격이 급등한 근본 요인은 저금리 정책이었다. 일본은 경기부양을 위해 1985년 정책금리를 5%에서 1987년 2.5%까지 인하했다. 당시 일본의 무역수지 흑자가 큰 폭으로 늘어나자 미국 등은 이를 견제하기 위해 일본에 엔고 정책을 요구했다. 엔고로 인한 수출 감소와 불황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자 일본 정부는 초저금리 정책을 통한 경기부양 정책을 선택했다.
그러나 저금리 대출을 이용한 투기가 성행하면서 집값이 3~4년 사이에 서너 배 급등하면서 각종 부작용이 속출했다. 일본 정부는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해 금리를 1990년 8월에 6%까지 인상했다. 여기다가 강력한 대출 규제 정책과 세금 정책을 함께 펴면서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기 시작했다. 도쿄 고급주택지의 3.3㎡(1평) 당 가격은 250만엔에서 1990년에는 1000만엔까지 급등했지만 91년 말에는 500만엔까지 하락했다. 부동산 가격 급락에 따른 담보상실로 기업과 가계 부도가 잇따르자 다시 금리를 내렸지만 백약이 무효였다.
미국 집값 급등의 직접적인 원인은 초저금리 정책이었다. 미국은 IT버블 붕괴와 9·11테러 등에 따라 경기침체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자, 경기부양을 위해 저금리 정책을 사용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2000년 5월 6.5%였던 기준 금리를 2003년 6월에는 1%까지 인하했다. 초저금리로 주택시장에 돈이 몰리면서 건설 경기가 활황을 이뤘으며 집값이 오르면서 주택을 담보로 한 대출을 받아 소비를 늘리는 국민들이 늘어나 내수 경기도 호황이었다.
하지만 저금리로 주택가격이 급등하고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가 본격화되자 2006년에 5.25%까지 기준금리를 급격하게 올렸다. 금리 상승으로 주택수요가 위축되면서 주택가격이 급락했고 주택담보 부실이 급격히 증가했다. 미국 20개 대도시의 집값 지수인 케이스 실러 지수에 따르면 7월 말 현재 전년 동월 대비 16.3% 하락, 2001년 집계가 시작된 이래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라스베이거스·피닉스·마이애미 등은 30% 정도 하락했다. 2007년 들어 다시 정책금리를 인하했지만 집값 하락에는 효과가 없었다.
IMF외환 위기로 고금리와 불황 속에 빠졌던 한국도 부동산 경기부양을 위해 각종 부동산 규제를 완화하고 저금리 정책을 사용했다. 2000년 10월 5.25%에서 2004년 11월 3.25%로 기준금리가 인하되면서 부동산 담보대출이 급증했다. 당시 집값 급등의 원인이 저금리 정책 때문이라는 비판이 많았지만 정부는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와 대출에는 손을 대지 않았다. 집값 급등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지만 정부는 재건축 규제, 분양권 전매 등의 비 금융 정책으로 일관했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는 경기가 어느 정도 회복되자 2006년부터 주택대출을 강력하게 규제했다. 결국 최근 기준금리가 5.25%로 인상되고 고정담보 대출 금리가 10%대를 육박하면서 주택수요가 급감하고 주택가격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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