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8.10.06 03:04
中·베트남 최근 20~50% 빠져 '불패신화' 마감
유럽 공사중단·미분양 속출… 실업률 치솟아
高금리에 홍콩·싱가포르도 하락세로 돌아서
베트남 수도 하노이의 신시가지로 꼽히는 미딩(My Dinh) 지역의 '마노'(Manor) 아파트. 작년 말 준공된 이 아파트는 밤마다 암흑천지로 돌변한다. 전체 가구의 3분의 2 이상이 미분양돼 빈집으로 남아있다.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연초만 해도 ㎡당 2000~3000달러(약 244만~366만원)에 달했던 집값이 경제 위기 여파로 최근 20% 이상 빠졌다"고 말했다.
하노이의 대표 아파트 단지인 쭝화년찡·메찌 등도 작년보다 20~30%씩 가격이 떨어졌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실업자도 늘어나는 양상이다. 호찌민의 'B무역개발'이란 부동산 회사에 다니던 응웬 � 중(38)은 "최근 경기 침체로 회사가 사실상 영업을 중단해 월 200만동(약 12만원)을 받고 채권추심인으로 일하고 있다"면서 "회사 직원 30명 중 10명이 짐을 쌌다"고 전했다.
지난 2~3년 동안 동남아지역에서 가장 뜨거웠던 베트남 부동산 시장도 최근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고 있다. 집값이 급락하고 있는 것은 미국뿐만 아니다. 베트남 중국 등 아시아는 물론 유럽 등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집값이 급락하면서 건설·부동산업체 부도, 실업률 증가 등 경기침체도 본격화되고 있다.
◆중국도 집값 하락 몸살
지난달 중국의 남동부 항저우(杭州)에 있는 한 아파트 모델하우스. 이곳에 기존 아파트 계약자들이 몰려와 가구와 내부 인테리어 물품을 마구 부수며 '분양가 인하'를 요구했다. 중국의 최대 부동산 기업인 완커(万科)사가 현재 건설 중인 아파트가 완공을 앞두고 대규모 미분양이 발생하자 신규 계약자에 대해 분양가를 25~30% 할인해 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가격 급락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곳은 항저우만이 아니다.
중국의 선전 경제특구의 아파트들은 151㎡(약 45.7평)의 가격이 ㎡당 2만~2만300위안으로 작년 7월(3만8000~4만2000위안)의 거의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급락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주택 시장과 관련, "부동산 가격이 최고가 대비 10~40% 떨어진 남동부를 시작으로 중국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모건스탠리의 제리 루 애널리스트는 "중국의 집값은 이미 주요 대도시에서 무너지고 있어 부동산 시장의 붕괴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유럽도 집값 하락, 실업률 치솟아
스페인의 대표적 휴양도시 알리칸테(Alicante). 자동차로 해안가를 따라 달리다 보면 파헤치다 만 땅과 황폐한 언덕, 공사가 중단된 주택 등이 삭막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끝없이 이어진다. 이 지역은 원래 골프장과 주택 1100가구가 함께 들어설 예정이었던 곳. 그러나 전세계적으로 불어닥친 주택경기 침체로 부동산개발업체 산호세(San Jose)가 지난 7월 부도를 내면서 공사가 전면 중단됐다. 스페인은 집값이 하락하면서 주택공사 중단이 속출, 건설·부동산 산업 중심으로 실업자가 급증하며 실업률이 전년도 7%에서 최근 11%로 뜀박질하는 등 경기침체가 본격화되고 있다.
영국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리즈(Leeds)시에서도 100여 개의 중개업소 가운데 10곳이 최근에 문을 닫았다. 지난 8월에 쏟아져 나온 신규 주택 중에 5% 정도만 팔릴 정도로 매출이 뚝 떨어졌기 때문. 최근 요크셔(Yorkshire)주 동부 지역에 아파트를 지은 주택건설업체 '배럿'(Barratt)사는 분양가를 절반 이하로 낮췄다. 그런데도 집을 사려는 사람은 전혀 찾을 수 없다. 영국상업회의소(BCC)는 "주택 가격 하락 등으로 소비자 지출이 급감하면서 영국의 실업자 수가 앞으로 25만~30만 명쯤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질랜드·캐나다도 줄줄이 급락
뉴질랜드도 지난 8월 한 달 동안 뉴질랜드에서 판매된 주택 가구수는 4220가구로 1년 전 같은 기간(6394가구)보다 34%나 줄었고 주택 평균가격도 5.7% 떨어졌다고 밝혔다. 미국과 달리, 상반기에 집값이 오름세를 보였던 캐나다도 지난 8월 5.1%나 급락, 지난 10년 사이 최대의 하락폭을 기록했다. 메릴린치는 "캐나다에 미국식 주택시장 붕괴와 유사한 사태가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홍콩·싱가포르의 경우, 올 6월 말까지 연간 상승률이 10~20%에 달할 정도로 주택시장이 호황을 보였지만 담보대출에 대한 제한이 강화되는 데다 금리가 오름세여서 2분기에는 하락세로 돌아섰다.
집값 하락이 유럽·중국·뉴질랜드 등 전세계로 확산되면서 실업자 증가 등 경기침체가 본격화되고 있다. 세계적 경제분석기관인 '글로벌 인사이트' 하워드 아처(Archer) 이코노미스트는 "금융위기에 따른 주식·집값 등 자산가격 하락과 소득 감소가 소비 위축으로 이어져 실물 경제 침체를 가속화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