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09.09 06:00
[땅집고 창간기획 5편]일본 전략특구 주도한 다케나카 헤이조 인터뷰(상)
제로 규제, 원스톱 인허가로 암반규제 돌파구 마련
고이즈미 내각 개혁 사령탑으로 잃어버린 20년 탈출 주도
고령화 저출산 대응책으로 외국인 가사도우미 도입
기업과 인재는 더 매력적인 도시를 찾아 국경을 넘어 움직인다. 싱가포르 창이공항의 ‘쥬얼’, 일본 ‘도시재생 전략특구’와 ‘다카나와 게이트웨이 시티’, 홍콩의 ‘철도+도시 복합개발’까지…. 땅집고는 세계 선진 도시의 현장 사례와 인터뷰를 통해 그들의 성공 공식을 짚어보고, 이를 용산국제업무지구·창동아레나·한강 개발과 교통 계획 등 서울이 마주한 과제들에 대입했다. 땅집고 창간 7주년 기획 ‘서울 재창조 - 도시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언’은 10여회에 걸쳐 서울을 경쟁력을 갖춘 도시로 다시 그리기 위한 방안을 제언한다./편집자 주
[땅집고] 한때 “저출산·고령화와 부동산 버블 붕괴로 빈집만 넘쳐나면서 부동산 시장이 완전히 죽었다”는 소리를 들었던 일본 도쿄. 그러나 최근 도쿄를 찾은 한국인들은 도심 곳곳에 치솟고 있는 초고층 복합 빌딩들을 보고 깜짝 놀란다. 규모에도 놀라지만 초등학교와 호텔, 버스터미널을 묶어 개발한 ‘미드타운 야에스’, 지하 도로 위에 초고층 빌딩을 지은 도라노몬 힐스 등 파격적 발생이 충격적이다. 한때 한국보다 훨씬 관료적 규제가 강하다는 일본의 도시계획이 천지개벽한 이유는 뭘까.
이런 변화는 민간이 제안한 파격적인 아이디어를 원스톱 심의로 풀어주는 ‘국가전략특구’ 라는 제도가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길게는 7년 넘게 걸리는 도심 재정비 사업 인허가 절차도 국가전략특구를 활용, 1~2년 정도로 단축시켰다. 도시의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되는 아이디어라면 기존의 법과 규제를 가볍게 뛰어넘을 수 있다. 제도 개혁은 곧바로 폭발적인 민간 투자로 이어졌다. 오테마치·마루노우치·도라노몬·시부야 등 도쿄 랜드마크 지역을 중심으로 초고층 복합 빌딩 개발이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됐다.
복합개발은 단순히 건축이 아니라 외국인 전문가 유치, 글로벌 기업 본사 이전, 관광 활성화로 이어지면서 일본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로 이어졌다. 땅집고는 창간을 기념해 고이즈미 내각의 ‘구조개혁 사령관’이자 2차 아베 내각에서 국가전략특구를 주도한 다케나카 헤이조(竹中平蔵) 게이오대 명예교수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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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토쓰바시 대학교 경제학부를 졸업하고 일본개발은행을 게이오대학 교수 등을 역임했다. 2001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에 의해 경제재정정책담당상으로 발탁된후 금융담당상, 총무상, 우정민영화 담당상 등을 겸임하며 부실채권 정리, 우정 민영화를 추진했다. ‘잃어버린 20년'의 늪에 빠져 있던 일본 경제를 시장 중심의 구조개혁과 규제 완화로 활력을 불어 넣은 학자 출신 경제 정책 책임자였다. 서울의 기자와 도쿄의 다케나카 헤이조 교수의 인터뷰는 8월13일 줌을 통해 이뤄졌다.
◇“모든 규제 백지에서 출발하는 특구”
- 과거 도쿄는 서울에 비해 상당히 정체 돼 있다는 느낌을 줬다. 지금은 주거, 호텔, 오피스, 상업시설이 한데 어우러진 복합 개발로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초고밀 개발과 복합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이를 가능하게 한게 국가전략특구라는데 어떻게 구상하게 됐는가.
“국가전략특구는 제2차 아베 내각( 2012년 12월 ~ 2014년 12월)이 출범했을 때 내가 제안을 했다. 아베 총리는 일본의 성장을 촉진시키기 위해 총리 직속으로 '성장전략회의'를 신설했다. 성장전략회의 민간 위원으로 참여했는데, 일본의 경제를 되살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 제안할 기회를 얻었다. 여러 전문가와 깊이 있는 논의를 거친 끝에, '제도 및 규제의 개혁'이 필수적이라는 결론에 다다랐다.
하지만 관료 조직이나 기존 기득권 세력의 반대 등 넘어설 장벽이 너무나 많았다 이를 정면으로 돌파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결론은 총리의 강력한 리더십 아래 모든 규제를 백지에서 출발하는 ‘특구’를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소소한 규제 완화 수준을 넘어 총리가 직접 주도하는 특별구역을 만들어 파격적으로 규제를 푸는 방식이었다. 이른바 돌덩이 처럼 굳어진 암반 규제(岩盤規制) 개혁의 돌파구로 활용했다. 규제를 제로베이스 다루는 ‘전략 특구’ 덕에 파격적인 개혁이 가능했다. 스가 관방장관과 아베 총리가 이를 흔쾌히 받아들이면서 현실화됐다.”
(2013년 국가전략특별구역법에 따라 총리를 의장으로 하는 국가전략특구자문회의가 설치됐으며 장관과 전문가 및 기업인들이 참여했다. 이 회의를 통해 특구를 지정, 외국인 의사의 국내 진료요건 완화, 대도시의 용적률 규제완화 및 개발승인 절차 간소화, 기업의 농지소유 권한 완화 . 자율주행, 드론 배송, AI 기반 스마트시티 기술의 실증 실험 추진 등 규제 완화가 이뤄졌다)
- 도쿄 도심 재개발 사례 외에, 국가전략특구를 통해 거둔 대표적인 성과로는 또 어떤 것들이 있나.
"가장 눈에 띄는 성공 사례는 도쿄의 도시 재개발이다. 예전에는 도시계획 심의 하나를 통과시키는 데만 5~7년이 소요되었으나, 특구 구역회의를 통하면서 이를 2년 안팎으로 대폭 줄였다. 그 덕분에 도쿄 도심 내에서 25개가 넘는 대규모 글로벌 프로젝트가 동시에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었다.
또 다른 주요 사례는 외국인 가사도우미(홈 헬퍼)의 수용이다. 일본은 급격한 고령화와 여성의 사회 진출 확대로 가사 지원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났으나 인력이 턱없이 부족했다. 특구 제도를 활용해 필리핀 등 해외의 우수한 가사 인력을 받아들였고, 이는 일본 여성의 노동 참여율을 미국보다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2017년 도쿄도, 가나가와 오사카 등 6개 국가전략특구를 중심으로 필리핀 가정부 1000여명이 활동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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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지역에 전략특구 개방, 산간지역”
- 국가전략특구라는 개념 자체는 한국에도 존재하지만, 일본만의 독특한 점은 도쿄를 특구로 지정했다는 것이다. 지방 균형 발전이나 지방 활성화를 우선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반발이 꽤 거셌을 텐데, 이 반대를 어떻게 극복했는가?
“제도 자체는 모든 지자체가 특구 지정을 신청할 수 있도록 열려 있는 평등한 구조이다. 지방 도시들이 지역 활성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손을 들어주기를 기대했으나, 막상 지방 지자체장들은 지역 내 기득권(농협 등)의 반발을 무릅쓸 만큼의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결과적으로 이 제도를 가장 적극적이고 효율적으로 활용한 곳이 도쿄, 오사카, 가나가와 같은 대도시권이다. 그렇다고 지방의 성공 사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효고현 야부시(養父市)의 경우, 시장이 매우 개혁적인 마인드를 갖고 있어서 농업 관련 규제를 푸는 특구를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지자체장의 강력한 리더십과 의지이다.”
효고현 북부 산간 지역에 위치한 인구 2만3000여 명의 소도시 야부시는 고령자 비율이 40%에 육박하고 빈집이 급증할 정도로 쇠퇴한 상태였다. 전략특구 지정을 통해 기업의 농지 직접 소유를 허용했다. 이후 20개의 기업이 몰려들어 첨단 스마트 온실과 고부가가치 농업이 도입됐다. 야부시는 특구를 통해 농가 레스토랑과 체류형 민박에 적용되는 위생·시설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산간 오지의 고령자를 위한 원격 의료와 드론 배송도 허용됐다. 자율주행버스를 통해 교통 사각지대도 없앴다. /hbch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