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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을 '꼭 들러야 할 여행지'로…연 8000만명 방문 '쥬얼'의 비밀 [창간기획]

    입력 : 2026.09.02 06:00

    ① 싱가포르 '쥬얼(Jewel)'로 보는 '개발 성공 방정식'
    중심부에 상업 시설 대신 공공 공간 배치로 '대박'
    사업성 부족 표류한 서울 개발 사업들에 시사점
    "한국 고유 경험으로 다시 찾아올 이유를 줘라"


    기업과 인재는 더 매력적인 도시를 찾아 국경을 넘어 움직인다. 싱가포르 창이공항의 ‘쥬얼’, 일본 ‘도시재생 전략특구’와 ‘다카나와 게이트웨이 시티’, 홍콩의 ‘철도+도시 복합개발’까지…. 땅집고는 세계 선진 도시의 현장 사례와 인터뷰를 통해 그들의 성공 공식을 짚어보고, 이를 용산국제업무지구·창동아레나·한강 개발과 교통 계획 등 서울이 마주한 과제들에 대입했다. 땅집고 창간 7주년 기획 ‘서울 재창조 - 도시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언’은 총 10회에 걸쳐 서울을 경쟁력을 갖춘 도시로 다시 그리기 위한 방안을 제언한다./편집자 주

    [땅집고] 2023년 11월 오전 싱가포르 창이공항의 '쥬얼'의 명소인 '레인 보텍스'에 떨어지는 분수줄기를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이태경 조선일보 기자
    [땅집고] 2023년 11월 오전 싱가포르 창이공항의 '쥬얼'의 명소인 '레인 보텍스'에 떨어지는 분수줄기를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이태경 조선일보 기자

    [땅집고] 싱가포르의 관문 공항인 창이 공항. 1 터미널 랜드 사이드(출국수속 전 구역)에서 10분 정도 통로를 따라 걸어가면 40m 높이 돔 형태 유리지붕에서 떨어지는 인공 폭포 주변으로 짙은 녹색의 나무·관목 수천 그루로 둘러싸인 널찍한 공간이 나온다. 2025년 한 해에만 8000만명이 이곳을 방문했고, 1년 내내 해외 관광객과 싱가포르 국민이 여기서 사진을 찍으며 시간을 보낸다. ‘거쳐가는 관문’에 불과하던 공항을 여행의 목적지로 바꿔버린 복합개발의 성공 사례로, 최근 개발 전문가들이 가장 주목하는 ‘쥬얼(Jewel)’이다.

    ‘쥬얼’은 싱가포르 창이 공항에 코엑스몰(11만9000㎡)보다 조금 큰 13만5700㎡ 규모로 2019년 4월에 들어섰다. 나무 2000그루가 자라는 실내 정원(포레스트 밸리)과 세계 최대 실내 인공 폭포 ‘레인 보텍스’(Rain Vortex)를 중심에 두고, 도넛 모양으로 6개 층 상업 공간이 둘러싸는 구조를 가졌다. 실내폭포·정원·쇼핑몰·레스토랑·플래그십 스토어 등 여러 가지 기능이 한데 섞여 있다. 쥬얼 창이공항은 “쥬얼은 단순한 인프라가 아니라 하나의 ‘장소’로 구상됐다”며 “쥬얼의 가장 큰 성과는 사람들이 그곳에 있고 싶어 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쥬얼’은 개발 설계·운영뿐 아니라 공공 공간 배치·콘텐츠 기획 등 여러 측면에서 서울시가 추진하는 개발 프로젝트들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 과거 용산국제업무지구와 DMC 랜드마크 부지, 서울역 북부역세권 등 대형 개발 사업들이 막대한 투자금 대비 사업성을 확보하지 못해 오랫동안 표류해온 전력이 있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2010년 문을 연 송파구 '가든파이브'가 개장 초기부터 지금까지 공실에 허덕이는 이유도 공간성 형성에 실패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최원철 연세대 책임교수는 “온라인 쇼핑 발달과 함께 단순 볼거리나 상업시설로는 살아남기 어려워지는 현상이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며 “개발 프로젝트에서는 ‘사람들이 일부러 찾을만한 장소’를 만들어내는 것이 관건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쇼핑몰 대신 ‘실내 폭포와 정원’… 쥬얼 설계사 “다시 찾을 이유를 줘라”

    [땅집고] 2023년 11월 오전 싱가포르 창이공항의 '쥬얼'의 인공 폭포 '레인 보텍스'와 실내 정원 '포레스트 밸리'를 바라보는 관광객들./이태경 조선일보 기자
    [땅집고] 2023년 11월 오전 싱가포르 창이공항의 '쥬얼'의 인공 폭포 '레인 보텍스'와 실내 정원 '포레스트 밸리'를 바라보는 관광객들./이태경 조선일보 기자

    설계 면에서 ‘쥬얼’의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시설 중심부에 거대한 유리돔 중심부에 상업시설이 아니라 수익을 창출하지 않는 공공 공간(공원과 폭포)을 배치했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수익성을 고려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쥬얼은 레인 보텍스를 중심에 두고 6층 높이, 도넛 모양으로 상업시설을 배치했다. 상업시설 구역은 현재 260개 이상의 리테일 매장과 레스토랑을 갖췄다. 창이공항의 리테일 부문 매출은 20억 싱가포르 달러(약 2조2000억원) 정도인데, 창이 공항에 따르면 쥬얼이 개장한 이후 2024년 기준 면적(Square Foot) 당 리테일 매출이 2023년 대비 전년 대비 6% 성장하는 등 매년 5% 내외 매출이 성장하고 있다.

    인천공항 연간 이용객 수보다 많은 연간 8000만명이 단순히 세계 최대 실내 인공폭포 같은 구경거리를 보기 위해 이곳을 찾는 것도 아니다. 싱가포르의 세계적 랜드마크 ‘마리나베이 샌즈’를 설계한 샤프디 건축사무소의 야론 루빈(Jaron Lubin) 선임 파트너는 땅집고 인터뷰에서 “많은 건축주들이 소위 ‘와우 팩터(wow factor·한눈에 사로잡는 요소)’를 요구하지만, 우리는 그 단어를 그리 선호하지 않는다”며 “실내 인공폭포 같은 명소는 한 번 감탄을 자아낼 뿐, 다시 찾아올 이유를 제공하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창이공항에 따르면 쥬얼 방문객 중 60% 이상은 싱가포르 현지 방문객이고, 싱가포르는 전체 인구가 600만명이 채 되지 않는다. 1회성 방문이 아니라 지속적인 재방문이 이뤄지고 있다는 의미다. 루빈 선임 파트너는 “쥬얼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스스로를 드러내는 살아있는 환경으로 설계했고, 운영사인 창이공항·입점 업체들 역시 다양한 이벤트와 끊임없이 진화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지속적으로 ‘장소성 형성(place making)’에 노력한다”고 말했다.

    [땅집고] 싱가포르 쥬얼 창이 개요./사진=창이공항
    [땅집고] 싱가포르 쥬얼 창이 개요./사진=창이공항

    [땅집고]싱가포르 쥬얼 창이 단면도.실내정원과 인공폭포를 지하1층부터 지상5층까지의 상업시설들이 도넛 형태로 감싸고 있는 형태다./샤프디 건축사무소.
    [땅집고]싱가포르 쥬얼 창이 단면도.실내정원과 인공폭포를 지하1층부터 지상5층까지의 상업시설들이 도넛 형태로 감싸고 있는 형태다./샤프디 건축사무소.
    입점사들의 이벤트도 ‘쥬얼’을 다채롭게 만드는 요소다. 예를 들어 포르쉐는 올해 2월 ‘언더그라운드 카 미트(car meet)’를 열어 클래식 카부터 현대 수퍼카에 이르는 120대의 차량을 전시했다. 스타벅스는 쥬얼 내부 아트룸(Art Room)을 활용해 스타벅스 커피 마스터들이 이끄는 커피 세미나를 열었다. 2019년 이래 쥬얼에는 총 17개의 플래그십 스토어가 오픈했다. 2024년에는 빔바이롤라(Bimba Y Lola), 찰스앤키스(Charles & Keith), 휠라(FILA), 뉴에라(New Era) 등이 플래그십을 열었다. 쥬얼을 싱가포르 진출의 발판으로 선택한 싱가포르 최초 진출 해외 브랜드도 10여개에 달한다.

    ◇용산 국제업무지구· 영동대로 지하개발에 벤치마킹 가능

    쥬얼의 성공 사례를 주목하는 이유는 해외 관광객이나 국내 방문객들 할 것 없이 더 이상 아무 데서나 흔히 볼 수 있는 볼거리·먹거리를 찾아 이동하지 않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정빈 서울시립대 교수는 “싱가포르 도시개발청(URA)은 10여년 전부터 특정 장소를 활력 있고 매력적인 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플레이스 메이킹(place making)’ 개념을 모든 개발 사업에 도입하고 있다”며 “일본 등 선진국 디벨로퍼들 역시 단순한 부동산 개발을 넘어 지역 전체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전략에 집중한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진행 중인 주요 개발 사업들에도 쥬얼의 ‘플레이스 메이킹’ 사례를 벤치마킹할 수 있다. 현재 부지 조성 공사 중인, ‘단군이래 최대 개발 사업’으로 불리는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이나 영동대로 복합환승센터 복합 개발도, 도심 한복판이나 지하 환승 통로를 배경으로 하는만큼 쥬얼과 같은 녹지 공간을 전략적인 집객 요소로 도입하는 것이 가능하다. 코엑스·수원스타필드가 ‘별마당도서관’이라는 공공 공간을 상업시설의 한가운데 배치해서 쇼핑몰 전체를 외국인들도 방문하는 ‘핫 플레이스’로 만든 것도 유사한 사례다.

    특히 국제업무지구의 경우, 재추진 과정에서 사업지가 국제업무·업무복합·업무지원 등 3개 존(zone)으로 쪼개져 자칫 공간 파편화 우려가 있는 만큼, 통합적인 장기 운영을 위한 방안을 별도로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단, 이때 외국 사례를 무작정 베끼는 것보다는 한국의 고유한 문화를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설명이다. 루빈 선임파트너는 “자연이 중심 역할을 할 수는 있지만 오직 한국에만 존재할 수 있는 경험, 즉 한국 고유의 풍경, 문화, 전통에 의해 형성된 공간이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sh0293@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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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싱가포르 '쥬얼'·'마리나 베이 샌즈' 설계 샤프디(Safdie) 건축사무소 야론 루빈 선임 파트너 이메일 인터뷰(☞바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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