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04.28 06:00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바꾼 부동산 지각변동] ④ 삼성에 웃고 우는 ‘롤러코스터’ 평택…미분양 절반 털어냈다.
공사 재개에 외지 투자자 ‘줍줍’…월세는 150만원 시대
공사 재개에 외지 투자자 ‘줍줍’…월세는 150만원 시대
[땅집고] 27일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정문 앞. 점심시간이 되자 안전모를 쓴 수천 명이 쏟아져 나오며 이 일대는 순식간에 인파로 가득 찼다. 현장에서 만난 건설 근로자 최모(43) 씨는 “작년에는 일감이 끊겨 원룸촌이 유령도시 같았는데, 최근 공사가 재개되면서 지금은 보증금 없이 월세방을 구하기 어렵다”고 했다.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생산기지인 평택캠퍼스가 다시 가동되기 시작하자 평택 부동산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반도체 업황에 따라 지역 경제 전체가 널뛰는 ‘삼성 종속형’ 도시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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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룸 월세 150만원까지”…임대차 시장 ‘과열’
2024년 1월, 반도체 업황 부진의 직격탄을 맞았던 평택캠퍼스는 P4·P5 공사 중단이라는 초강수를 뒀다. 수천 명의 건설 노동자와 협력업체 직원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며 평택 고덕신도시는 일시적인 공동화 현상까지 겪었다. 밤이면 불 꺼진 원룸이 늘었고, ‘임대 문의 환영’이라는 종이가 붙은 채 비어 있는 방들이 줄지어 나타났다. 당시 삼성전자가 평택에 낸 법인지방소득세도 0원이었다. 평택 도시 전체가 산업 사이클에 직접적으로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삼성전자가 기침을 하면 평택은 몸살을 앓는다”는 이야기가 나왔던 시기다.
평택캠퍼스 맞은편 고덕동 다가구주택 밀집 지역의 월세 상승세는 가히 파격적이다. 지난해 말 80만원 수준이었던 원룸 월세는 최근 150만원 선까지 치솟았다. 인근 웃는집부동산 관계자는 “현장은 일용직 근로자 비중이 높아 단기 임대 수요가 집중되는 구조”라며 “그동안 공실로 손해를 봤던 집주인들도 수요 급증에 맞춰 임대료를 올리며 손실 만회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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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삼성전자 공사 현장은 일반 아파트 현장보다 투입 인력이 압도적으로 많아 단기 임대 수요가 폭발적”이라며 “한 방에 여러 명이 거주하는 ‘팀 단위’ 숙소 수요까지 겹치면서 임대료가 서울 강남 수준을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삼성전자가 올해 1분기 57조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어닝 서프라이즈’를 달성하자 멈췄던 기초 공사 현장에도 다시 활기가 돌며 자금줄이 풀리는 모양새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57조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43조6000억원)보다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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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분양은 반토막
임대차 시장뿐만 아니라 분양 시장도 ‘삼성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미분양의 무덤이라 불릴 정도로 한동안 얼어붙어 있던 평택 분양 시장에 투자 수요가 유입되면서 거래량과 분위기가 동시에 반등하는 모습이다. 27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평택 미분양 주택은 작년 2월 5868가구에서 올해 2월 2612가구로 1년 만에 55.5% 감소했다.
한 중견 건설사 현장 소장을 맡은 이모씨는 지난해 평택역 인근 사업장에서 미분양이 대거 발생해 우려가 컸는데 삼성 덕분에 빠르게 완판에 성공했다. 덕분에 연말엔 승진까지 했다. 이 씨는 “마케팅 비용을 아무리 쏟아부어도 반응이 없었는데, 공사 재개 소식이 들린 이후 작년 하반기부터 미계약분이 팔렸다”며 “특히 전매가 가능한 물량은 외지 투자자들이 빠르게 가져갔다”고 말했다.
평택은 수도권 남부에서 상대적으로 가격 진입 장벽이 낮은 지역으로 꼽힌다. 동탄·광교 대비 저렴한 가격에 향후 산업 성장 기대까지 더해지면서 투자자 입장에서는 레버리지 투자가 가능한 시장으로 인식되고 있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공급 부담이 변수다. 평택은 도시와 농촌이 혼재된 도농복합 지역인데 최근 화양지구, 가재지구, 브레인시티 등 택지 개발이 활발해 아파트 공급이 많다. 전문가들은 일시적으로 공급 과잉 구간에 들어와있다고 분석한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경기도 주택 시장이 회복될 경우 수원, 용인, 성남 등 대도시부터 상승하는 경향이 있는데, 평택은 서울과의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화성 등에 비해 수요 유입도 제한적”이라며 “이 때문에 상승 시점이 다소 늦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반도체 업황과 투자 속도에 따라 시장 분위기가 빠르게 바뀔 수 있어 단기 접근보다는 중장기 관점이 필요하다”며, “아파트 시장은 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점진적인 회복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kso@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