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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닉스發 땅값 10배 폭등… '난개발·교통·주거' 3대 대란에 갇힌 용인

    입력 : 2026.04.21 06:00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바꾼 부동산 지각변동> ③SK하이닉스 산단 개발로 ‘상전벽해’ 용인

    선공장, 후 인프라 개발로 난개발 가속도
    땅값 10배 폭등, 교통대란, 주거대란

    [땅집고] 이달 14일 오전 6시, SK하이닉스 제 1주차장으로 향하는 출근 차량 행렬이 길게 늘어서있다. /배민주 기자

    [땅집고] 17일 오전 7시, 세종포천고속도로 남용인IC를 빠져나와 용인 원삼면 SK하이닉스 반도체클러스터로 향했다. 톨게이트를 빠져나와 제1 주차장 진입로로 가는 길은 이른 아침부터 거대한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출근 시간 도심 한복판을 옮겨놓은 듯했다. 승용차와 전세버스가 뒤엉켜 어림잡아 1km 넘게 꼬리를 물었다. 공사장 주변에 머물 곳을 구하지 못한 인력들이 평택·수원·안성 등에서 몰려들었다. 주차장 수용 규모는 970여 대에 그쳐 통근 인구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평택에서 오토바이로 출퇴근하는 이정석(32)씨는 용인까지 이동하는데 약 40분 걸린다. 그가 평택에 머무는 이유는 단순하다. 원삼면에 방이 없어서다. 현장 근처 원룸은 최근 월세 100만원을 훌쩍 넘겼는데, 평택에선 보증금 500만원, 월세 45만원이다. ‘절반 값’에 방을 구한 것이다. 그는 “현장 근처는 매물도 없고, 가격도 감당하기 어려워 결국 멀어질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땅집고] 용인 처인구 원삼면 독성리 'SK 하이닉스 제 1주차장에 빼곡하게 주차된 통근 차량. /강태민 기자

    ◇지금은 숙소난인데…

    반도체 호황으로 현장은 활기가 넘치다 못해 과열 상태다. 이달 기준 투입 인력만 약 1만 명. 공사가 본궤도에 오르는 연말에는 2만 명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10층 높이로 치솟은 철근 구조물 사이로 작업자들이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은 여의도 면적의 1.4배(416만㎡)에 달하는 국내 최대 토목 공사의 위용을 드러냈다.

    당초 120조원이던 투자 계획은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과 인공지능(AI) 메모리 수요 급증 속에 다섯 배로 불어났다. 총 4기의 반도체 팹(공장)과 100여 개 협력업체가 들어설 예정이며, 내년 봄 1기 팹 가동을 시작으로 2050년 완공을 목표로 한다. 하지만 돈이 도는 속도를 주거 인프라가 따라가지 못하면서 현장의 주거난은 극심한 수준이다.

    /그래픽=이혜림

    지역 중개업소에선 “지붕만 덮여 있으면 방이 나간다”는 말이 공공연한 사실로 통한다. 개발 전 평당 40만~50만원이던 땅값은 500만원을 돌파했고, 중심 상업지는 2000만원을 호가하며 7년 새 10배 이상 폭등했다. 처인구 일대 지가 지수 또한 개발 지정 전과 비교해 크게 올랐다.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2018년 72.11로 집계됐던 처인구 지가 지수는 2025년 99.72까지 뛰어 38%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가격이 올랐다고 해서 공급이 따라붙는 것은 아니다. 높은 지가와 공사비 부담이 신규 개발을 가로 막고 있다. 송희 리맥스 중개법인 공인중개사는 “임대료 부담 탓에 좁은 방에서 2명씩 합숙하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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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개발 오명 용인에서 자족형 신도시 개발 어렵나

    문제는 이 숙소난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용인시는 인구 100만명이 넘는 도시지만 정부 주도의 대규모 신도시가 없다. 처인구가 반도체 산업을 기반으로 자족형 도시로 도약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산지가 많아 대규모 택지 개발이 쉽지 않고, 공공 공급도 속도가 느리다.

    인근 이동읍에 1만6000가구 규모 공공주택지구가 예정돼 있지만, 이제 막 지정 단계다. 실제 입주는 2030년대 초반이 돼야 가능하다. 결국 내년 봄 1기 팹이 가동된 이후에도 원삼면의 주거난은 상당 기간 이어질 수밖에 없다.

    과거 평택 고덕이 기반시설을 먼저 갖춘 뒤 산업단지가 들어선 것과 달리, 원삼면은 기반 시설에 앞서 생산 공장부터 들어서는 ‘선(先)공장 후(後)인프라’ 구조다. 최근 공사비 상승 등으로 인해 사업성이 낮아 주택 공급도 더디다. 김종율 보보스 대표는 “원삼면 주변으로 주택 공급이 매우 더딘 데다 공사비 문제로 신규 분양도 쉽지 않다”며 “현실적으로 통근이 30~40분 내외로 가능한 처인구의 기존 단지에 국한돼 일부 반사이익을 얻고, 결국 수요가 인근 도시로 분산될 것이다”고 했다.

    실제 사례는 이천에서 이미 나타났다. SK하이닉스 공장 증설로 인구는 늘었지만, 주거 수요가 모두 지역 내에 정착하지는 않았다. 인프라가 부족하다 보니 근로자들이 지역에 정착하기보다 셔틀버스를 타고 외부로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이천은 여전히 미분양관리지역이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했다.

    ◇전문가 “결국 동탄·수원·분당·강남으로”

    용인에서도 같은 흐름이 재현될 가능성이 크다. SK하이닉스는 최근 반도체 초호황에 따라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파격적인 보상안을 예고했다. 영업이익 250조 원 달성 시 1인당 평균 약 7억원(세전)의 성과급이 지급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온다. 여기에 사내 대출까지 더해지면, 이들은 굳이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에 머물 이유가 없다. 자금력을 갖춘 임직원들의 시선은 인프라가 부족한 산단 주변이 아니라, 이미 완성된 생활권을 갖춘 인근 상급지로 향하고 있다. 동탄신도시는 직선거리 20km 내외로 접근성이 좋고, 이미 생활 인프라와 교육 환경이 갖춰져 있다. 여기에 수원, 분당, 판교, 광교, 나아가 강남권까지 이어지는 ‘상급지 라인’이 주요 선택지로 거론된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연구소장은 "거액의 성과급 등으로 풍부한 자금력을 갖춘 하이닉스 임직원 중 상당수는 자녀 교육과 생활 편의를 위해 강남권이나 판교, 분당, 광교, 용인 수지 등으로 향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러한 전환 수요가 앞으로 강남·분당 라인의 집값을 지지하고 상승 여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짚었다. /mjba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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