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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예산·데이터도 없는데…무늬만 농지 전수조사

    입력 : 2026.03.16 06:00

    농지 전수조사 지시했지만 후속 대책 안 보여
    정보·인력·예산 부족 지적

    [땅집고] 울산 북구에 위치한 한 농지. /조선DB

    [땅집고]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국무회의에서 사상 첫 ‘농지 전수조사’를 지시했지만 구체적인 실행 방안은 나오지 않고 있다. 전국 농지를 대상으로 한 전수조사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처음 추진되는 사업이다. 단순한 투기 적발을 넘어 농업 구조를 바로잡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정보·인력·예산 등 기본적인 준비가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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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일 정부와 농업계에 따르면 농지 전수조사가 난항을 겪는 가장 큰 이유는 기초 정보가 제대로 정비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농촌 지역에는 하나의 농지를 여러 명이 지분으로 나눠 가진 ‘공유 농지’가 적지 않다. 임차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 관행도 남아 있어 실제 경작자를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농지대장에 실경작자가 반영되지 않은 사례도 흔하고, 토지대장만으로는 소유자와 임차인의 연락처를 모두 파악하기도 쉽지 않은 구조다. 개인정보보호 규정 때문에 관련 정보를 일괄 수집하는 데 제약이 있다는 점도 장애 요인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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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산과 인력 문제도 부담이다. 정부가 매년 실시하는 ‘농지이용실태조사’는 전체 농지의 약 10%만을 대상으로 하는데 올해 관련 예산은 약 139억원 수준이다. 전국 농지를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실시하려면 이보다 훨씬 많은 재정과 행정력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현장 인력 확보도 과제다. 실제 경작 여부를 확인하려면 작물 식별이 가능한 영농철 이후 대규모 현장 조사가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지자체 농지 담당 인력만으로는 전국 단위 조사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정부가 농지 이용 실태를 전면적으로 들여다보겠다고 밝히면서 농지은행 위탁 상담도 늘고 있다. 농지는 원칙적으로 농사를 짓는 사람이 소유해야 하는 만큼 실제 자경 여부가 핵심 점검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세금 부담 등을 우려해 농지를 처분하거나 위탁하려는 문의가 증가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농지은행 역시 여력이 넉넉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농지은행 사업을 맡고 있는 한국농어촌공사는 전국 9개 지역본부와 90여 개 지사를 통해 사업을 운영하고 있지만 실제 농지 매입·임대 등을 담당하는 인력은 수백 명 수준에 그친다. 최근 농지연금 신청이 늘면서 기존 업무 대응만으로도 인력이 빠듯하다는 설명이다.

    예산 구조도 제약 요인이다. 정부는 2026년 농지은행 관련 예산을 역대 최대 수준인 2조4000억원 규모로 편성했다. 그러나 상당액이 청년농업 지원 사업에 배정돼 있다. 청년농에게 낮은 임대료로 농지를 빌려주는 ‘공공임대용 농지매입사업’에 1조6170억원이 투입되고, 청년농에게 장기 임대한 뒤 매도하는 ‘선임대 후매도 사업’에도 약 770억원이 배정돼 있다.

    여기에 고령 농업인이 농지를 매도하거나 임대할 경우 지급되는 직불금 사업에도 적지 않은 예산이 들어간다. 고령농의 은퇴를 유도해 농지를 청년농에게 이전하기 위한 정책이지만, 이 역시 농지은행 재정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결국 농지 매입과 임대, 청년농 지원, 고령농 직불금 등 기존 사업에 예산이 이미 배분돼 있어 전수조사 이후 늘어날 수 있는 농지 위탁·관리 수요까지 감당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농지 전수조사가 본격화될 경우 농지은행 업무 부담이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한 농업 업계 관계자는 “양도세 문제 등을 우려해 농지를 위탁하려는 상담 문의가 최근 늘고 있다”며 “전수조사가 시작되면 위탁 수요는 더 늘겠지만 현장 인력이 부족해 이를 모두 대응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mjba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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