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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서울대 관심없다" 유학 성지라는 강남 찐부자 동네

    입력 : 2025.12.19 06:00

    [편집자주] 강남과 비강남의 집값 격차가 무려 21배로 벌어지는 등 서울 전반에 부동산 양극화 그늘이 드리우고 있다. 전통 학군이 여전히 강세지만, 학군보다 차익을 우선시하는 수요자가 늘어난 배경이다. 그 결과, 서울 도심에서 학군 수요를 흡수해 성장하는 지역이 하나 둘 나타나고 있다.

    [대표 학군지] ③ 전통 유학 성지 ‘강남구 논현동’

    [땅집고] 오래전부터 강남에서도 재력을 갖춘 자산가나 사업가가 많이 사는 테헤란로 북쪽 지역에서는 유학을 선호하는 경향이 짙었다. 테헤란로 북쪽이라고 해서 ‘테북’이라 불리는 지역은 압구정동, 논현동 등 사업가 등 부자들이 많이 사는 지역이다. 어렵고 힘든 국내 대학 진학보다는 해외대학 유학을 보낸후 자녀에게 사업을 물려주는 진짜 부자들이 많이 사는 것으로 유명한 지역이다.

    테헤란로 남쪽인 ‘테남’이 대치동을 중심으로 국내 대학 입시에 매달리는 것과 사뭇 다르다. 이러한 분위기는 일대 영어 유치원 등장 및 성장으로 이어졌다. 2000년 이후로 강남에는 그레이스 인터내셔널 아카데미(GIA·Grace International Academy), 설리번 스쿨, 위즈아일랜드, 러닝트리 압구정 등 영유아 대상 교육기관이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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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에는 이러한 교육열이 한강을 따라 강북으로 번지고 있다. 서너살 무렵부터 강을 건너 ‘강남 영유’에 다니는 사례가 늘었다. 어학원들은 수요에 대응하고자 하나둘 대상과 교육 과정 등 사업 전반을 확대하는 추세다.

    [땅집고]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GIA' 유치부 건물. /김서경 기자

    ◇ 강남 유명 영어유치원, 연예인이 찾는 국제학교로 ‘급부상’한 배경

    12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 가구거리 뒤편 고급빌라촌을 찾았다. 개그맨 유재석이 87억원에 매입한 ‘브라이튼N40’ 옆 4층짜리 건물이 눈에 띄었다. 유아용 작은 공이 보이는 창문 너머에서 아이들의 웃음 소리가 들렸다. 짙은 회색 벽돌로 마감한 저층부에는 남색 로고가 크게 달려 있었다. 영어유치원 ‘GIA’다. 자칫 입소 시기를 놓치면 수십번 대기표를 받아야 입학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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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IA는 기독교 기반의 비인가 국제학교다. 법인 설립 시점이 2009년이나, 이전부터 유치부 과정을 운영한 것으로 전해진다. 2014년 당시 박홍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유아 영어학원(영어유치원) 교육비 납입금 현황’에 따르면 월 교습비 190만원을 기록해 전국 1위에 올랐다.

    2012년 영어권 국가 유학을 준비하는 초등부 과정(마이크로랩)을 선보인 뒤에는 수요가 더욱 늘었다. 연간 학비가 3300만원에 달하지만, 서울에서 인천 송도 채드윅, 제주 브랭홀섬아시아 등 인가 국제학교와 유사한 수업을 받을 수 있다. 가수 백지영과 배우 김태희, 모델 장윤주 등 유명 연예인들 역시 이곳에 자녀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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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IA는 현재 총 3개 건물을 빌려 유치부부터 중고등부까지 운영 중이다. 가장 규모가 큰 곳은 ‘브라이튼N40’ 앞에 위치한 초등부 건물이다. 지하2층~지상7층, 2개 동 규모로, 2022년 준공했다. 현재 초1과정 기준, 14명씩 3개 반이 있다.

    [땅집고] 서울 강남구 논현동 소재 '뉴튼아카데미' 1캠퍼스에서 2캠퍼스를 바라본 모습. /김서경 기자

    ◇ 영유·국제학교 덕에 논현동 월세 더 잘나간다

    GIA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뉴튼아카데미(Newton Academy)’도 영어권 학교 진학을 돕는 비인가 국제학교다. 회색 콘크리트 건물 외벽에 커다란 로고가 달려 있었다. 건물 곳곳에 운영 시간·주차장 위치 등 대부분 안내 사항이 모두 영어로 적혀 있었다.

    이 곳 역시 성장세를 거듭하고 있다. 당초 지하3층~지상4층 규모 건물에서 1캠퍼스를 운영했는데, 학생 수가 늘면서 맞은 편에 들어선 7층짜리 건물을 빌려 2캠퍼스를 열었다.

    현장에서는 영어교육시설 호황으로 논현동 일대 공실이 줄었다는 말까지 나왔다. GIA의 경우 최근 중고등부 대상 시설까지 확장하면서 3개 건물의 월 임차비용으로만 2억원을 지출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연간 월세로만 수십억원을 부담하는 셈이다. 뉴튼 아카데미의 2개 캠퍼스 건물 임차료도 월 5000만원을 상회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인근에는 이 외에도 ‘에더블빌리지’ ‘멘델 스콜라스’ 등 학습식·놀이식 영어유치원이 여럿 있다. 비인가 국제학교나 어학원은 일조권 등 건축 기준을 충족해야 하는 국내 인가 유치원과 달리, 일반 상업건물이나 단독주택에서도 운영이 가능하다.

    ◇ 강남 영유, 100평짜리 빌라 밀집 지역 콕 찍었다

    어학원들이 강남 내에서도 논현동에 터를 잡은 배경으로는 자산가 밀집 지역, 해외 유학 수요 등이 꼽힌다. 논현동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 관계자는 “대치동에서 특정 과목 학원을 필수로 꼽는다면 여기서는 20년 전부터 필수 코스가 유학이었다”며 “현재는 입소문이 나면서 유명인 자녀뿐 아니라 일반 맞벌이 가정에서도 이 일대 영어유치원을 보내는 추세”라고 했다.

    이 일대는 2000년대 초반부터 학동공원을 중심으로 ‘알파임하우스’ ‘논현멤버스카운티’ ‘논현브라운스톤로얄스위트’ 등 대형 빌라가 들어서면서 자산가 주거지로 평가받았다. 대부분이 전용면적이 250㎡(75평) 안팎인 대형 빌라로, 아파트 대비 여유로운 생활이 가능하다. 24시간 경비·사생활 보호 시스템도 갖췄다.

    유재석과 아이돌그룹 세븐틴 호시, NCT 마크 등 유명 연예인이 수십억원을 주고 산 ‘브라이튼40’도 이곳에 있다. 최근에는 가수 김종국이 ‘논현아펠바움2차’ 전용 243㎡ 1가구를 62억원에 샀다.

    가구거리 인근 공인중개사 사무소 대표 A씨는 “GIA나 뉴튼에 다니는 손자를 위해 바쁜 부모 대신 조부모가 이사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여기 집들이 워낙 커서 주거비로도 수백만원이 들지만, 그만큼 재력이 있는 사람들이 오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땅집고] 서울 강남구 논현가구거리 뒤편에 위치한 'GIA' 초등부 건물. 구름다리를 통해 2개 동을 오갈 수 있다. /김서경 기자

    최근에는 한강벨트 인근 전문직·맞벌이 부부 역시 이 곳을 찾는 추세다. ‘월천대사’로 알려진 이주현 월천재테크 대표는 “영어에 아쉬움을 가진 전문직·맞벌이의 경우 일찍이 자녀 영어 교육을 알아보는 반면, 이들이 거주하는 한강벨트 라인에서는 마땅한 기관이 없어 강남 영유 라이딩이 늘었다”며 “뉴타운 등 신축 아파트가 동시에 들어서면 교육 수준이 점점 올라가는데, 학군이 자리잡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했다.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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