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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실률 95%→0%…"대기업 신사옥 탈바꿈" 오피스로 갈아탄 건물이 승자

    입력 : 2025.11.06 11:22 | 수정 : 2025.11.06 14:24

    [땅집고] “미국 ‘아마존’도 뉴욕 맨해튼 로드앤테일러 백화점을 매입 후 대수선해 오피스로 쓰고 있습니다.”

    백화점 등 대형 유통 시설이 줄폐점해 도심 공실률이 상승하는 가운데, 건물 용도 변경으로 공실 문제를 해결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이미 미국 실리콘밸리 등 글로벌 산업단지에서는 넓은 사무실을 활용해 직원 및 계열사 간 시너지를 내는 기업이 많은 만큼, 한국 역시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공간을 재구성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땅집고]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디큐브시티'. /이지스자산운용

    ◇ “구글 사무실이 신도림에?” 백화점 가고 오피스 온다

    서울 구로구 랜드마크로 꼽히는 ‘디큐브시티’ 일대. 지하철 1, 2호선이 지나는 데다, 현대백화점 디큐브시티점과 이마트, 씨네Q가 한 데 있어 서울에서도 유동인구가 많은 곳으로 꼽힌다. 그러나 소비 행태가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변화한 여파로 현대백화점 디큐브시티는 문을 닫게 됐다. 2011년 개장 이후 14년 만이다.

    디큐브시티는 연면적 22만9988㎡(평6만9571평) 규모 복합 단지다. 호텔과 오피스, 백화점이 연결돼 있다. 이중 지하 2층~지상 6층에 걸친 백화점(상업시설) 연면적은 11만6587㎡(3만5267평) 규모다. 백화점 하나만 빠져도 초대형 공실이 생긴다. 이 곳을 이용하던 주민 불편은 물론, 일대 상권 침체에도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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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큐브시티를 보유한 이지스자산운용은 이 일대에 다시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젊은 층 밀집도가 높은 오피스로 방향을 틀었다. 백화점 자리에 업무시설 및 생활 편의 공간이 결합된 복합 허브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권순일 이지스자산운용 공간투자파트장 상무는 “서울 3대 업무지구 CBD·YBD·GBD(광화문·여의도·강남)의 경우 오피스 공급이 포화라서 신규 오피스를 공급해도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판단했다”며 “엔비디아, 구글, MS 등 미국 주요 IT기업이 ‘라지 플레이트’형 오피스를 쓰는 것에 주목했다”고 했다.

    [땅집고] 서울 성동구 행당동 '파크에비뉴 엔터식스 한양대점' 전경. /알스퀘어

    ◇ ‘공실률 95% → 0%’ 기적 만든 왕십리 엔터식스

    오피스는 최근 도심 공실률 해소 대표 방안으로 꼽힌다. 2014년 서울 성동구 행당동에 문을 연 ‘파크에비뉴 한양대점’이 대표적이다. 한때 100개 호실 중 95실이 비면서 공실률이 95%에 육박했으나, 오피스 변경 후 사실상 공실률 0%를 기록했다.

    실제로 2023년 7월 당시, 수백개 호실을 보유한 이 상가에는 단 5개의 점포만 있다. 코로나19 이후 외식 산업 쇠락,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소비 패턴이 넘어간 여파로 상인 대다수가 점포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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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다 2023년 말, 부동산 투자개발사 GRE파트너스가 건물을 넘겨받아 오피스로 탈바꿈하면서 날개를 달았다. 상업용 부동산 전문기업 알스퀘어가 매입매각단계부터 프로젝트 개발 기획, 설계, 시공, 임대, 운영관리까지 프로젝트 전 과정을 담당했다.

    그 결과, 대형 바이오 기업 GC녹십자그룹이 전체 1만1000평 중 8000평 이상을 사용하기로 했다. 녹십자는 그간 5곳에 나눠져 있던 계열사를 한 데 모으면서 왕십리를 신사옥 거점으로 삼았다.

    이러한 역전이 가능했던 배경은 2호선과 5호선, 수인분당선, 경의중앙선 4개 노선이 지나는 ‘쿼드러플 역세권’이라서다. 녹십자는 이번 이전으로 직원 통근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왕십리역은 추후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C 개통으로 5개 노선 확보할 예정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녹십자 측은 왕십리 일대가 성수동 상권이 매우 가까우면서도 성수동보다 합리적인 가격과 편리한 교통인프라를 가진 곳이라는 점을 높이 평가해 빠르게 입주를 결정했다”며 “넓고 쾌적한 오피스에서 여러 계열사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한 사례”라고 했다.

    ◇ 증가하는 도심 공실률

    5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전국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나날이 높아지는 추세다. 2024년 3분기 12.7%에서 올해 2분기 13.4%로 올랐다. 경기는 9.9%에서 10.8%로, 인천은 12.5%에서 12.6%으로 상승했다.

    공실률 증가세는 비수도권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같은 기간 세종은 23.2%에서 26.7%로, 대구는 15.5%에서 17.4%로 뛰었다. 부산도 14.0%에서 14.5%으로 변동했다.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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