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08.01 11:29 | 수정 : 2025.08.01 11:38
6년 만에 말 바꾼 LH…”주거용 오피스텔 매입하겠다”
[땅집고] 호반건설이 위례신도시 상업용지에 주거용 오피스텔을 지으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약 3300억원을 들여 신혼부부용 공공전세로 사주는 방안을 추진 중인 가운데, LH가 2019년 이 땅을 매각할 당시 학교 부족을 우려해 주거용 오피스텔을 짓지 못하도록 규정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관련기사: '위례 땅' 2500억 날릴 뻔한 호반건설…LH, 3300억 혈세 구제 논란
☞관련기사: 참여연대"LH, 위례 호반건설 오피스텔 매입 즉각 중단하라" 논평
[땅집고] 호반건설이 위례신도시 상업용지에 주거용 오피스텔을 지으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약 3300억원을 들여 신혼부부용 공공전세로 사주는 방안을 추진 중인 가운데, LH가 2019년 이 땅을 매각할 당시 학교 부족을 우려해 주거용 오피스텔을 짓지 못하도록 규정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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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가 위례신도시 학교 부족 사태가 더 나빠진 상황인데도 당초 매각 공고에서 정한 조건을 6년여 만에 스스로 뒤집었다는 점에서 그 배경을 둘러싸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호반건설은 2019년 위례신도시 내 일반상업용지 9-1·2블록 4442평을 총 2539억원에 매입했지만 개발에 실패해 6년여 동안 놀리던 중, 올 2월 LH에 신혼부부 공공전세용 신축매입임대주택 사업을 신청해 조건부로 심의를 통과한 상태다.
◇LH, 토지매각 당시 “주거용 오피스텔 안돼” 명시…스스로 원칙 뒤집어
땅집고 취재 결과, LH는 2019년 8월 ‘위례지구 일반상업용지9-1·2블록 공급 공고’를 통해 “해당 부지 내 오피스텔은 교육청 의견에 따라 학생이 거주할 수 없는 사무실(업무시설) 용도로만 사용 가능하다”고 명시했다. 학군 수요 증가를 방지하기 위해 원룸형 오피스텔만 허용하겠다는 취지다.
호반건설 측도 당시 이 같은 조건을 모두 인지하고 땅을 샀다. 실제로 호반건설은 이 땅에 원룸형 오피스텔과 호텔 등이 복합된 시설을 짓기 위해 인허가를 신청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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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LH가 최근 이 같은 조건을 스스로 뒤집는 어이없는 결정을 내렸다. 호반건설이 올 2월 이 땅에 주거용 오피스텔을 신축해 임대주택으로 사달라는 내용의 ‘신축매입임대주택 약정’ 사업을 신청했고, LH는 지난달 내부 심의를 통해 매입하기로 결정한 것.
호반건설이 전용면적 25평 안팎 오피스텔 약 336실을 지으면 LH가 사들여 시세의 90% 수준에서 전세로 공급하는 전세형 공공임대주택인 ‘든든전세주택’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이 주택은 6년 거주 후 분양 전환할 수 있다. 업계는 LH가 이 오피스텔을 사들이기 위해 투입할 예산이 1실당 약 10억원, 총 3300억원 이상이라고 추정한다.
LH 관계자는 “토지매각공고에 주거용 오피스텔을 짓지 말라는 교육청 의견이 들어가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면서 “다만, 지구단위계획 상 오피스텔을 짓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 파악해 매입임대사업 접수를 받았다”고 밝혔다. LH 측은 “매입약정을 체결하더라도 6개월 이내에 하남시에서 건축 인허가를 받지 못하면 사업이 취소된다”고 했다.
◇LH 주거용 오피스텔로 매입 결정…주민들 “철회하라”
위례신도시 주민들은 LH 결정에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위례신도시 주민 A씨는 “땅을 팔았던 6년 전보다 지금은 학교 부족 사태가 더욱 심각한 상황”이라며 “땅을 팔 때와 비교해 주변 여건이 아무 것도 달라진게 없는데 왜 주거용 오피스텔을 사주겠다고 하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LH와 호반건설은 “오피스텔은 법적으로 주택이 아니다”라는 논리를 들며 사업을 강행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현실을 무시한 이중적 해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LH홈페이지에 따르면 호반건설이 공급할 ‘신혼ㆍ신생아Ⅱ 매입임대주택’은 결혼 7년 이내 신혼부부, 예비신혼부부, 최근 2년 이내 출산 또는 입양한 자녀가 있는 가구를 대상으로 한다. 최장 10년, 자녀가 있는 경우 14년까지 거주가 가능하다.
사실상 신혼부부가 거주하고 아이를 키우는 것을 전제로 한 주거용 오피스텔인데다, 학군 수요 증가 유발 조건에도 정확히 맞아떨어진다. 하지만 호반건설은 “위례 일대 학령인구가 감소하는 2030년 입주를 목표로 했다”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시장 반응은 냉랭하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의 LH는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 과거 스스로 만든 규제와 싸우고 있다”며 “25평 오피스텔은 주거용이 아니고 업무시설이라는 황당한 논리를 내세우며, 주민 분노를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과밀 학급 문제, 교통 혼잡, 공공임대 과잉 공급 등으로 이미 지역 여론이 악화한 상황에서, 이번 사업은 주민 분노에 불을 지핀 격”이라고 했다. /pkram@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