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07.03 06:00
[땅집고] 지난달 27일 정부가 발표한 강력한 주택담보대출 규제 조치로 인해 이미 침체 상태인 건설 경기가 더 수렁에 빠질 전망이다. 국내 다수 증권사들은 대책이 발표되자마자 리포트를 앞다퉈 발표했는데 주택 수요가 억제되면서 장기적으로 아파트 분양 경기가 얼어붙을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에 더해 비아파트 공급도 꽉 막혀 수도권 주택 공급 부족 문제가 더 심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정부는 지난 27일 수도권 모든 지역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대출 총액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는 내용의 규제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지난 27일 수도권 모든 지역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대출 총액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는 내용의 규제책을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기존 아파트 매수세를 꺾을 뿐만 아니라 재건축, 재개발 등 새로운 주택 공급 시장에도 영향을 미쳐 건설사의 장기적인 성장에 변동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강남권 정비 사업지에선 이주비 대출이 막혀 사업이 속도를 낼 수 없게 됐고, 청약 시장도 대출이 불가해져 잔금 대출이 필요 없는 현금 부자만 신청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서울 핵심지에서도 미분양 단지가 속출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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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아파트 시장의 경우 정부가 전세 대출 한도를 깎아 매물이 줄고 월세화가 진행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그동안 건설 경기는 지방이 특히 침체하고 수도권은 온기가 돌고 있었는데, 대형 건설사도 주가가 하락하고 부침을 겪게 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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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막 상승하던 건설사 주가 하락할 듯…“분양 경기 변동성 높아져”
업계에서는 이주비 및 잔금 대출 한도가 6억원으로 묶이면서 청약 수요가 억제되면 공급자인 건설사들도 타격을 입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주비 대출도 6억원까지만 가능해져 강남권 사업지의 사업 속도가 느려질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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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번 대책이 건설사 실적에 미치는 단기적인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주택 거래 감소 장기화에 따른 분양 경기 위축이 현실화할 경우 건설사들의 분양 계획 변화에 중장기적인 실적 변동성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김승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서울 재건축, 재개발 사업지의 중장기적인 방향성이 건설사의 주가 상승에도 영향을 미쳤는데, 이러한 흐름이 다소 둔화할 수 있다”고 했다.
빌라 시장에선 전세구입자금 대출의 한도를 낮추고, 보증 비율도 축소한 것이 직격탄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전세대출 보증비율을 현행 90%에서 80%로 낮췄다. 또, 세입자들이 받는 전세대출인 버팀목 전세대출 한도를 기존 2억원에서 1억5000만원으로 줄였다.
성창엽 대한주택임대인협회 회장은 “지난 정부에서부터 갭 투자를 방지한다면서 빌라 전세 시세를 인위적으로 낮추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데, 신규 거래 뿐만 아닌 시세 변동이 전혀 없는 기존 빌라 전세조차 갱신시 보증금이 수천만원 낮아지게 됐다”며 “전세 매물이 줄어 월세화가 진행되고, 빌라가 경매에 대량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했다.
■ 일시적으로 효과 있지만…“현실적인 수도권 공급대책 뒷받침돼야”
업계에서는 이번 대출 규제가 수도권 주택 공급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강도 높은 수요 억제책인 대출 규제가 나온 만큼 수도권에 충분한 공급이 이뤄져야 풍선효과 등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세라 신영증권 연구원은 “민간 분양 공급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며 “대출한도에 영향을 받지 않을 만큼 우수한 입지인 강남에서 분양을 추진하는 것에도 부담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인데, 가수요를 일으키지 않을 충분한 공급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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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의 주택 가격 상승의 핵심은 레버리지 확대라고 판단하지만, 시장 불안의 원인은 공급 부족도 존재한다”며 “최근 몇 년간 서울을 중심으로 주택 착공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는 점에서 실효성 있는 공급 대책이 반드시 제시되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실수요를 위한 물량 확보와 예측 가능한 공급 시그널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시장은 다시 불안정한 기대 심리에 휘둘릴 수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rykimhp2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