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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대책이 이재명 정부에 독약이 되는 이유…"주택가격 통제는 집단 망상"

    입력 : 2025.06.27 06:00

    [시험대에 선 이재명 주택정책, 전문기자의 직설 - 4편] 집값만 올리는 규제 만능주의

    [땅집고] 최근 집값이 오름세를 보이자, 야권에서 일제히 집값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서울 매매, 전세, 월세 등 집값이 모두 불장”이라며 “정부는 소방수도 없이 불구경만 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안 의원은 “7월이 되면 서울 불장이 경기도로 넘어올 수 있다. 시간이 없다”며 “국민의 인내심을 시험하지 마라. 입으로만 하는 국정은 시효가 짧다”고 했다. 그는 또 “집 때문에 국민 모두가 고통받고 불만이었던 문재인 정부의 실패한 길을 답습하지 말기 바란다”면서 “대통령은 밤새워서라도 부동산 대책 세워야한다”고도 했다. .

    [땅집고] 이재명 대통령이 25일 광주광역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열린 '광주시민·전남도민 타운홀미팅'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안철수 의원뿐 아니라 한국의 정치권, 전문가, 언론은 정부에 주택가격 안정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도 조만간 집값 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기자가 보기에는 이들은 집단 기억 상실증에라도 걸린 듯 문재인 정부의 교훈을 벌써 망각했다. 문재인 정부는 집값이 오른다고 28번의 크고 작은 집값 안정 대책을 퍼붓었다. 세금, 대출, 거래제한, 공급 등 대책이라는 대책은 모두 꺼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집값 폭등의 확산이었다. 과거 노무현 정부에서도 ‘버블세븐’이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질 정도로 집값과의 전쟁을 펼쳤다. 그러나 강남에서 시작된 집값 상승이 규제를 가하면 가할수록 상승세가 전국으로 확산됐다. 만일 이재명 정부가 강남 집값 급등한다고 대책을 어설프게 꺼내면 불 붙기 시작한 집값에 휘발유를 뿌리는 격이 될 것이다. 이재명 정부가 성공하려면 먼저 기존 주택정책의 한계를 명확하게 파악하고 시장에 통용될 수 있는 정책 목표를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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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택시장의 붐앤버스트는 통제불가능한 숙명

    우리가 노무현, 문재인 정부를 경험하면서 얻은 교훈은 규제로 집값을 잡을 수 없다는 것이다. 붐앤버스트(Boom&Burst) 혹은 버블앤버스트(Bubble and Burst)는 주택을 포함한 자산 시장의 숙명이다. 부동산 교과서를 단 한번 만이라도 읽어봤다면 ‘주택시장의 사이클’이라는 말을 들어 봤을 것이다.

    보통 주택시장 침체기가 지속되면서 주택 공급 부족과 금리 인하 효과 등으로 집값이 꿈틀거린다. 발 빠른 이들이 주택을 먼저 사들이면서 집값 상승세가 확산되면서 뒤늦게 추격 매수세가 따라 붙으면서 시장이 과열된다. 시장이 과열되면 민간업체들이 택지확보 등 주택공급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정부도 규제완화나 신도시 개발 등을 통한 주택공급 확대에 나선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주택공급이 수요를 초과하고 집값이 하락하기 시작한다.

    주택시장의 과열에 부작용만 있는 것은 아니다. 침체기 사업성이 없어 방치됐던 이른바 ‘한계 토지’는 집값 급등기에 본격적인 개발이 이뤄져 주택공급이 늘어난다. 침체기에 줄어들었던 주택 공급이 과열기에 되살아나면서 과잉공급으로 이어져 집값이 하락한다.

    ■ 집값만 올린 토허제

    시장경제에서 자산시장의 사이클은 피할 수 없다. 집값은 대체로 글로벌 경제와 금리에 따라 이런 사이클을 그리면서 우상향해왔다. 한국이 글로벌 경제 편입되면서 주택시장도 글로벌 동조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IMF 외환위기와 리먼쇼크를 계기로 폭락했던 집값은 침체기를 거쳐 회복기, 폭등기로 이어졌다.

    문재인 정부 치솟던 집값은 윤석열 정부들어서 버블 붕괴를 우려할 정도로 집값이 급락세로 돌아섰지만, 다시 회복기를 거쳐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2021년 27억원까지 치솟았던 잠실 엘스 국평이 2023년에는 19억원대로 떨어졌지만 최근 거래가격이 32억원까지 치솟았다.

    문제는 이런 주택시장의 사이클을 정부가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군부독재 정권’이라는 비판을 받던 박정희-전두환 정부도 통제할 수 없었던 게 집값이다. 규제를 가하면 가할수록 집값이 올랐다는게 노무현- 문재인 정부의 교훈이다. 그 교훈은 지금도 유효하다. 최근 오세훈 서울시장이 강남3구와 용산에 대해 아파트 거래를 제한하는 토지거래허가제를 시행했지만, 오히려 풍선효과로 주변 집값을 과열시켰을뿐 아니라 해당지역의 가격도 더 올랐다.

    ■ 공산 독재 중국과 한국만 욕심내는 주택가격 통제

    주택가격을 잡겠다는 정책을 명시적으로 내놓는 나라는 한국과 중국 밖에 없다. 중국이 2021년 집값을 잡겠다고 일종의 부동산 대출총량제를 도입했다. 부동산으로 흘러들어가는 돈 줄이 막히자 민간 1위의 부동산 업체 헝다그룹이 부도를 내는 등 부동산 개발업체와 건설사들이 연쇄부도를 냈다. 그동안 만연하던 중국의 부동산 불패론이 한꺼번에 무너졌다.

    [땅집고] 헝다그룹 로고를 배경으로 휘날리고 있는 오성홍기. /사진=연합뉴스


    중국은 도시화의 진전, 부동산 외에 투자수단의 부재, 부동산 개발을 통한 지방정부 재원조달, 보유세 부재 등으로 인해 중국의 주택가격은 결코 침체할 수 없다는 믿음이 있었다. 중국정부는 집값 때려 잡겠다가는 나라가 망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꼈고, 부동산 경기 부양책으로 전환했다. 80년대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던 일본도 1990년대 “집값 때문에 못 살겠다”는 비판이 쏟아지자 금리인상과 대출 총량 규제정책을 한꺼번에 펼치면서 집값을 잡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대가는 혹독했다. 20년 경기불황 속으로 진입하면서 경제가 뒷걸음질 쳤다.

    노무현, 문재인 정부가 중국 공산당처럼 부동산 대출을 아예 막았다면 집값을 붕괴시킬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집값을 잡겠다고 경제 전체를 희생할 만큼 무모한 정부는 없다. 집값이 끝없이 폭등할 것처럼 보여도 결국 꾸준하게 공급대책을 마련하고 경제에 타격을 주지 않을 정도의 대출 규제를 하면 자연스럽게 집값은 폭락을 우려할 정도의 침체기가 도래한다.

    ■ 뉴질랜드 여당과 야당의 역사적 타협
    [땅집고] 뉴질랜드 정부여당과 야당이 2021년 10월 주택공급 확대를 위한 법률개정안을 공동 발의하겠다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오른쪽이 야당인 국민당 대표인 주디스 콜린스 의원, 왼쪽이 여당인 노동당 소속 메간 우즈 주택부 장관. 현지 언론들은 역사적인 정치 휴전이라고 보도했다./유튜브 캡처


    미국, 캐나다, 영국, 독일,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등에서도 집값 폭등이 정치적 쟁점이 됐지만, 정부는 장기적인 주택공급 확대 정책을 기본 대책으로 한다. 캐나다의 경우, 외국인들의 주택구입에 대한 일부 제한을 뒀으며 가산금리로 모기지 대출을 일부 규제했을 뿐이다.

    주택공급 확대에 여야가 있을 수 없다. 집값 폭등으로 유명한 뉴질랜드는 2022년 집권 여당인 노동당 소속 메간 우즈 주택부 장관과 야당인 국민당의 주디스 콜린스 대표와 기자회견장에 함께 등장했다. 이들은 10년내에 최대 10만5500채의 신규 주택 건설을 가능하게 하는 법률 개정안을 여야가 공동으로 발의한다고 발표했다. 현지 언론은 ‘주택문제 해결을 위한 여야의 역사적 정치 휴전’이라고 평가했다. 이들이 발표한 내용은 규제완화를 통한 주택공급확대이다. 우리식으로 말하면 용적률과 층고제한을 완화, 주택을 더 짓게 하도록 하기 위해 자원환경관리법(Resource Management Act)을 개정한다는 내용이었다.

    여야 참석자들은 “심각한 주택 부족을 겪고 있으면서도 충분한 주택을 짓지 못했다”면서 “뉴질랜드의 가장 가난하고, 취약하고, 어린 세대들을 어렵게했다”고 반성했다. 이들은 “부동산 사다리가 너무 많은 사람들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에 있다”, “주택 부족은 불평등을 부추기고 젊은이들의 희망을 빼앗고 있다”, “도시계획 규정이 집을 짓는 것을 더 어렵게 하고, 더 비싸게 만든다는 것은 미친 짓이다”라고 했다.

    한국도 여당과 야당이 손을 맞잡고 젊은세대를 위한 주택정책에 대해 밤 새워 토론해야 한다. 집값이 오르는데 이를 정부의 무능 탓으로 돌리는 것은 야당의 무능과 무지를 드러내는 것일뿐이다. /hbch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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