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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주택시장 슈퍼사이클 온다는데..투기꾼 탓만 하는 사이비 전문가들

입력 : 2025.06.24 06:00

[시험대에 선 이재명 주택정책, 전문기자의 직설 - 3편] 한국은 특별하다는 과대망상증에 빠진 주택전문가

[땅집고] 도쿄·오사카 등 일본 대도시의 고급 아파트 가격이 전년 대비 7~10% 급등했다. 코로나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대형 건설사의 주택 공급이 크게 줄어든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현지 언론들은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이른바 ‘파워 커플’(고소득 맞벌이 부부)의 도심 아파트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고 전한다. 여기에 도쿄 등의 주택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고 판단한 중국 등 외국인의 투자 수요까지 몰리면서, 도쿄 집값 상승세에 불을 지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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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상승을 디플레이션 탈출의 신호로 반기던 일본 정부는 최근 외국인의 주택 매입 실태 조사에 착수하는 등 집값 안정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불가리아, 헝가리, 폴란드 등 동유럽 국가들의 주택 가격은 지난 10년간 2~3배 뛰었고, 불가리아는 최근 1년간 18.3%나 상승했다.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등 서유럽 주요국들 역시 집값이 상승세로 전환했다. 한때 급락했던 호주도 퍼스(연간 17.6%), 애들레이드(13.1%), 브리즈번(11.0%) 등을 중심으로 다시 큰 폭의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원자재 가격 급등, 공급 부족, 외국인 이민자 증가 등이 주요 원인이다. 코로나 사태 당시 초저금리 정책으로 ‘1차 주택시장 랠리’가 촉발됐고, 최근 다시 ‘2차 랠리’ 국면에 진입한 것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온다.

[땅집고] 주요 도시별 주택 가격 상승률 비교. 서울의 주택 가격은 지난 11년간 112.3% 상승하며 주요 글로벌 도시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는 전국 평균 상승률(42.9%)보다 69.4%포인트 높은 수치로, 수도권 집중 현상이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베이징, 도쿄, 토론토, 시드니 등 주요 도시도 상승세를 보였으나, 뉴욕과 런던은 전국 평균보다 낮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조선DB, 한국은행


일부 전문가들은 진보정권 출범으로 한국만 집값 과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일본, 유럽, 호주 등 세계 주요 도시의 주택 가격이 일제히 상승세로 돌아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영국의 세계적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는 이미 지난해 10월 특집 기사(The house-price supercycle is just getting going)에서 이른바 ‘부동산 슈퍼사이클’의 가능성을 거론했다.

■ 왜 지금 ‘주택시장 슈퍼사이클론’이 나오는가

‘슈퍼사이클’이란 주택 가격이 단기적 상승에 그치지 않고, 구조적·장기적인 상승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의미다. 이코노미스트가 글로벌 주택시장이 슈퍼사이클에 들어섰다고 진단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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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공급 부족의 누적이다.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자재 부족 및 가격 급등, 인력난과 인건비 상승이 겹치면서 신축 주택의 공급 속도가 전 세계적으로 둔화됐다. 한국도 최근 4~5년간 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인건비가 상승하면서 건설사들이 재건축 조합과 공사비 갈등을 겪는가 하면, 일부는 국책사업 수주를 포기하고 있다.

둘째, 도심수요의 견고함이다. 도심 인근 주거 수요는 고령화, 1~2인 가구 증가, 원격근무의 정착 등 사회적 변화에도 여전히 견고하다. 자산시장 급등기를 거치며 신흥 부유층이 다수 등장한 것도 고가 아파트 수요를 지탱하고 있다.

셋째, 개발 가능한 토지가 고갈되고 있다. 선진국 대부분은 도시가 성숙 단계에 접어들면서 신규 택지 공급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 과거처럼 철도·도로 인근에 택지를 조성해 대량 공급하던 방식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넷째, 외국인 수요의 증가로 인해 초과수요가 발생하고 있다. 국경을 초월해 주택을 매입하는 외국인 수요가 늘어나고 있으며, 코로나로 중단됐던 해외 관광이 재개되면서 에어비앤비 같은 단기 임대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근본적으로 저금리 시대의 재도래 기대감도 퍼지고 있다. 글로벌 금리가 하향 안정세에 접어들면서 자산시장 전체가 다시 활기를 띨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 과대망상증에 걸린 좌·우파 전문가

노무현, 문재인 정권의 공통점은 주택가격을 잡겠다고 선언했지만, 집값을 잡기는커녕 사상 최악의 집값 폭등 정권으로 기억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노무현, 문재인 정권의 집값 폭등이 한국이 다른 나라보다 유별나게 투기꾼들이 많아서일까. 아니면 보수 학자들이 주장하듯 진보 정권이 지나치게 규제정책을 편 탓일까.

주택시장에 관한 한국의 좌파와 우파들은 한국의 투기꾼과 정부 규제에 대해 ‘과대망상증’을 갖고 있다. “한국은 유난히 투기꾼들이 많아 집값이 폭등한다”(좌파), “한국의 좌파정권이 지나친 규제 정책으로 집값을 폭등시켰다”(우파)

[땅집고] 뉴욕의 부동산 가격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장기간 하락세를 보이다가, 2020년 팬데믹 이후 폭등세로 전환됐다. 특히 2020~2022년 사이 주택가격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단기간에 급등했다. /조선DB

그러나 한국의 집값 폭등기에는 미국 유럽 등 선진국도 집값이 폭등했다. 선진국의 집값 침체기에도 한국 역시 집값이 내렸다. 이미 한국은 세계 10위권의 무역대국으로 글로벌 경제의 한복판에 자리 잡고 있다. 한국의 집값에 결정적 영향을 주는 금리와 경기의 글로벌 동조화로 인해 집값도 글로벌 동조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주택공급 감소는 한국만의 특수성이 아니다. 오히려 선진국은 환경규제가 한국보다 훨씬 강하고 산업화-도시화 역사가 길어서 가용토지 확보가 한국보다 더 어렵다. ‘주택님(NIMBY)’ 현상으로 집값이 치솟고 있다는 논문과 책들이 쏟아지는 나라가 미국이다.

한국은 진보 보수 정권을 가리지 않고 대규모 아파트 공급이 가능한 신도시 등 대규모 택지지구를 개발하지만, 선진국에서 신도시개발한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 도쿄의 재개발 재건축이 정부의 규제완화로 원활하게 이뤄지는 것처럼 한국 전문가들이 말하지만, 롯폰기힐스 등 대규모 재개발 사업은 30년이상 걸린다. 일본의 디벨로퍼 모리빌딩은 끈질긴 설득으로 재개발 반대 지주를 설득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한국의 일부전문가, 정치인, 관료들은 이런 글로벌 동조화 현상을 외면하고 한국의 특수성만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다. 마치 풍차를 괴물로 착각해 죽기살기로 달려드는 돈키호테와 같은 오류를 반복하고 있다. 집권 초반기에 투기꾼과의 전쟁을 벌였던 문재인 전 대통령은 퇴임을 앞두고 가진 외신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저금리 기조가 장기간 유지돼 유동성이 크게 확대되며 돈이 부동산으로 급격히 몰렸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공통된 현상이었다"고 밝혔다.

만일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집권초기부터 이런 인식을 갖고 있었다면 ‘투기꾼이 집값을 폭등시킨다’는 사이비 전문가들의 헛소리에 속아 엉뚱한 정책으로 허송세월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반면 우파 학자들은 진보 정권의 규제정책 비판에 경도돼 마치 전적으로 정권의 정책 잘못으로 집값이 폭등했다는 식의 비판을 가한다. 물론 진보정권의 규제정책이 집값 진폭의 완화가 아닌 진폭의 확대로 이어진 측면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진보정권의 규제정책 탓에 집값이 폭등했다는 식의 비판은 투기꾼 집값 폭등론만큼이나 현실을 왜곡한 자의적 진단이다. /hbch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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