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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억 테라스 아파트, 반값 '임대주택'으로 전락한 힐스테이트 동탄

    입력 : 2024.01.24 07:30

    [땅집고] 현대엔지니어링이 경기도 화성시 동탄2신도시 B8블럭에 선보인 '힐스테이트 동탄 더테라스' /현대엔지니어링

    [땅집고] “16억원 주고 테라스 하우스를 샀는데, 8억짜리 임대주택이라네요? 유주택자도 거주할 수 있고, 다른 사람에게 팔 수 있는 힐스테이트 아파트라더니 순 뻥이었습니다. 시행사가 돈이 없어서 계약 취소도 못 해준다고 합니다. 완전 사기 분양 아닙니까!” (힐스테이트 동탄 더 테라스 계약자 김모씨)

    2022년 2월 15억 8500만원을 주고 동탄신도시 한 테라스하우스를 분양받은 김모씨는 최근 잠을 이루지 못한다. 아파트 분양 당시엔 명의변경이나 전매, 전대가 모두 가능하다고 해서 이 집을 샀는데, 그는 앞으로 10년간 이 집의 임차인에 불과하기 때문. 더욱이 이 집은 파산하기 직전의 한 부동산 임대 회사로 넘어갈 가능성이 있다. 최악의 경우엔 계약금조차 못 건지는 셈이다. A씨와 같은 상황에 놓인 사람만 70여명에 달한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땅집고] '힐스테이트 동탄 더테라스' 입주자 모집 공고/청약홈

    해당 단지는 경기도 화성시 오산동 1013번지 일대에 들어선 ‘힐스테이트 동탄 더 테라스’다. 지하 1층~지상 4층, 9개 동, 전용면적 138㎡~148㎡, 총 125가구 규모로, 지난해 11월 준공됐다. 시공사는 현대엔지니어링이다. 이 단지는 2021년 12월31일 최초 입주자 모집 공고를 냈으며, 최초 청약에서 18.77대 1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최초 당첨자 명단에 들지 못했던 김씨는 당첨자 발표 며칠 후 분양회사로부터 ‘아파트가 미분양이 났으니, 견본주택에 오라’는 전화를 받았다. 그는 견본주택을 둘러본 뒤 계약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집값이 나날이 치솟는 상황에서 ‘힐스테이트’라는 1군 건설사 브랜드 아파트에 거주할 기회가 왔다는 점에서다.

    [땅집고] '힐스테이트 동탄 더테라스' 계약서 2장. 당시 실제 분양 업무를 맡은 B산업개발은 임대차계약서(위), 매매예약서(아래)를 받은 뒤 계약자들로부터 매매예약서 상 금액을 받았다. /독자 제공

    그러나 아파트 계약을 하려고 보니, 김씨가 내야 할 금액은 공고 상 임대보증금 8억5000만원이 아닌 15억8500만원으로 뛰어있었다. 김씨는 가격이 높게 책정된 이유에 관해 물었고, “계약 형식만 임대일 뿐 실제로는 아파트를 분양받는 것이라서 가격이 매매가 수준으로 정해졌다”며 “두 계약서 내용이 같으니 매매예약서에 따른 금액을 내면 된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했다.

    실제로 이 단지 분양 위탁사였던 B산업개발은 계약자들로부터 임대차계약서와 매매예약서를 같이 받은 뒤, 이중 매매예약서 상 금액인 15억8500만원을 각 계약자에게 청구했다. 이에 따라 계약자들은 2022년 6월부터 2023년 5월까지 계약금과 중도금 등으로 8억5000만원을 납부했다. 계약자들은 B산업개발이 알선한 대출 상품을 이용해 80% 가량을 대출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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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땅집고] '힐스테이트 동탄 더테라스' 매매예약서에 따른 분양가격 및 납부 일정. /독자 제공

    총분양가 15억8500만원은 이 단지 임대보증금 8억5000만원을 포함한 금액이다. 매매예약서에 따른 예약증거금 7억3500만원을 제외한 것으로, 매매예약서에 나온 계약금 7350만원, 중도금 4억1650만원, 3억1035만원이 결국 임대보증금인 셈이다.

    임대보증금과 매매예약금을 합한 금액으로 이미 대출이 실행됐으므로, 일반적인 전세 대출을 받기도 어렵다. 보증보험 역시 마찬가지다.

    A씨는 “매매예약서를 믿고 16억원에 가까운 돈을 냈는데, 이제서야 매매예약서는 효력이 없다고 하니 환장할 노릇”이라고 했다. 이어 “계약 이후 3개월 간 분양회사가 계약서 공개를 거부해 분양가와 납부 일정 등 중요 내용을 확인하지 못했고, 계약서를 돌려받기 전에도 해지를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고 했다.

    [땅집고] 부실시공 논란이 벌어진 '힐스테이트 동탄 더테라스' 현장. 창가에 결로로 인한 곰팡이가 펴 있는 모습(왼쪽), 걸레받이에 물이 잔뜩 고인 모습(오른쪽) /독자 제공

    B산업개발의 허위 광고 정황은 또 있다. C씨는 “당시 분양회사가 소득이 없는 자녀 명의로 계약한 후 바꾸라고 하더니, 학생임에도 불구하고 80% 가까운 대출이 나왔다”고 했다. 이어 “최근에는 명의를 바꾸려면 계약 관련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서명을 하라고 한다”고 토로했다. 현재 이 아파트는 부실시공 논란에 빠져 있다. 창틀엔 곰팡이가 핀 지 오래고, 걸레받이에는 결로로 인해 물이 줄줄 흐른다.

    [땅집고] '힐스테이트 동탄 더테라스' 입주자 오픈채팅방에서 계약자들이 2024년 1월 22일 오후 매매예약금 관련 투표를 진행한 결과, 43명 중 42명이 '반대한다'고 답했다. /독자 제공

    이러한 상황에서 계약자 40여명은 일반 임대아파트처럼 보증금만 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분양 당시 등기와 명의 변경, 전대가 가능한 집이라고 설명한 것과 달리, 임대주택에 불과해서다.

    일부 계약자는 계약금 3배를 포기하겠다며 임대차 및 매매예약 계약 취소를 요청했으나, B산업개발로부터 ‘돈을 돌려줄 여력이 없어 취소는 안 된다’는 답변을 받았다. 다만, 이들은 가등기를 해주겠다는 제안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B산업개발은 재정난에 처해 있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B산업개발의 부채는 2021년 말 560억원에서 1108억원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20억원에서 198억원으로 증가했다.

    최악의 경우에는 B산업개발 부채로 인해 아파트 경매행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이 단지 임대차계약서에 따르면 이 아파트는 현재 교보자산신탁 보유재산이나, 관리형토지신탁이 종료되면 임대주택 소유권 및 관리 책임은 모두 B산업개발로 포괄승계된다. 이 관리형토지신탁은 올 3월 종료된다.

    주무관청인 화성시 도시주택국 관계자는 “임대차 모집 공고 직후부터 관련 민원이 지속해서 들어왔다”면서도 “사인 간 계약이지만, 준공 전후로 4차례 간담회 자리를 마련하는 등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시공을 맡은 현대엔지니어링 측은 “시공사가 직접 개입할 수 있는 부분이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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