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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억 내야 우선분양"…말 많던 민간임대 매매예약금 '관행' 사라지나

    입력 : 2023.07.23 08:20

    [땅집고] 장기민간임대주택 '도봉 롯데캐슬 골든파크' 계약자들이 매매예약금 3억원을 내야한다고 통보한 시행사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TV조선

    [땅집고] “민간임대주택에서 전세로 일단 10년 거주하고 나면 우선분양권을 준다고 해서 계약한건데, 분양권 받고 싶으면 수억원에 달하는 ‘매매예약금’을 따로 내야 한답니다. 이게 말이 됩니까?”

    2021년 12월 시행사 하나자산신탁·더시너지2와 시공사 롯데건설이 서울 도봉구에 공급한 총 282가구 규모 ‘도봉 롯데캐슬 골든파크’. 2025년 7월 입주를 앞둔 이 단지는 일단 전세 형태로 10년간 거주하면, 전세 계약이 끝나는 2035년쯤 아파트를 분양받을 기회를 주는 장기민간임대주택이다. 전용 84㎡ 기준 전세보증금이 8억8000만원 정도인데 서울 아파트 우선분양권 획득을 노리고 이 아파트 계약을 결정한 세입자들이 적지 않았다.

    그런데 임대차 계약을 체결한지 4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시행사가 갑자기 ‘매매 예약금 3억원을 내지 않으면 우선분양권을 줄 수 없다’고 통보하면서 입주예정자들 반발이 터져나왔다. 계약 당시 전혀 고지받지 못했던 매매예약금 3억원을 추가로 내라는 것은 부당하며, 사기 분양이나 다름 없다는 것.

    최근 민간임대주택 분양 전환 과정에서 관행처럼 굳어진 매매예약금을 두고 건설업계와 수요자 간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현행 제도상 건설사업자가 장기일반민간임대 형태로 아파트를 공급하면, 주택 수요자들은 이 집에 일단 전세 형태로 10년 이상 거주한 뒤 임대 기간이 종료하는 시점에 아파트를 우선 분양받을 수 있는 권리를 얻는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건설사업자가 ‘아파트 우선분양권을 받고 싶으면 매매 예약금을 지불하라’고 요구하면서, 예상치 못했던 목돈을 추가로 마련해야 하는 세입자들 불만이 불거지고 있다. 현재 매매예약금을 규제하는 법령이 따로 없어 아파트 단지마다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대로, 건설사업자가 ‘부르는 게 값’인 점도 원성을 부른다.

    ■10년 살기만 하면 새아파트 우선분양권 준다더니…‘7억 매매예약금’ 더 내라고?

    [땅집고] 장기일반민간임대주택과 일반분양주택 차이. /이지은 기자

    부동산 시장이 활황이던 2020~2021년, 건설사업자들은 전국 곳곳에 장기민간임대주택을 앞다퉈 공급했다. 당시 새아파트 인기가 치솟으면서 청약 경쟁률이 크게 올라 당첨이 어려워지자, 전세 형태로 공급해 청약 통장이 필요없는 장기민간임대주택이 인기를 끌었다.

    수요자 입장에선 장기민간임대주택을 선택할 경우 얻는 장점이 여럿 있다. 먼저 청약 통장이 없더라도 10년 이상 거주만 하면 우선분양권이 주어진다. 전세 형태로 거주하기 때문에 분양전환 시점까지는 취득세·보유세 등 세금이 부과되지 않고, 무주택 기간을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장기민간임대주택 단지마다 우선 분양권을 볼모로 입주자들에게 수억원에 달하는 매매계약금을 요구하고 있다. 당초 전세 계약 종료시 시행사가 정한 분양가를 내고 아파트를 분양받는 조건으로 입주한 것인데, 매매계약금을 굳이 선지급해야하는 점이 이해가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더군다나 현행법상 매매계약금은 임대보증금과 달리 우선변제 등 보호 대상이 아니지기 때문에 시행사나 건설사가 파산하는 경우 돈을 돌려받을 길이 없다.

    ☞관련 기사: [단독] "매매예약금 3억 안줘? 그럼 나가!"…롯데캐슬골든파크 입주민 날벼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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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땅집고] '도봉 롯데캐슬 골든파크' 예비 입주자(계약자)들의 '매매예약금' 관련 질의에 시행사 '시너지2'가 지난 7월 보내온 회신 일부./예비 입주자 제공

    매매예약금을 두고 갈등이 불거진 대표적 사례가 ‘도봉 롯데캐슬 골든파크’다. 임대차계약 당시 시행사와 건설사가 확정분양가 14억원에 84㎡ 새아파트를 분양받을 권리를 주겠다고 홍보했는데, 돌연 매매예약금 3억원을 내지 않으면 우선분양권을 줄 수 없다고 통보한 것. 입주예정자들은 시행사를 상대로 집단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지난해 경기 화성 동탄2신도시에 공급한 총 125가구 규모 ‘힐스테이트 동탄 더 테라스’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터졌다. 전용 138~148㎡를 임대보증금 7억~8억원에 공급한 단지인데, 10년 뒤 아파트를 분양받고 싶으면 예약금으로 6억~7억원 가량을 더 내야 한다고 요구하면서 계약자 불만이 속출했다.

    ■건설업계 “매매예약금 순기능도 있어” 반박하지만…국토부 반응 ‘싸늘’

    [땅집고] 롯데건설이 시공 중인 서울 도봉구 '도봉 롯데캐슬 골든파크' 장기일반민간임대주택 시공 현장. /TV조선

    반면 건설업계에선 매매예약금의 순기능을 무시할 수 없어 관행 유지가 필요하다고 맞선다. 최근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가 동시에 오르면서 공사비가 천정부지로 올라 매매예약금이 아파트 건설비를 일부 충당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

    사업자가 장기민간임대주택를 10년 운영한 뒤 분양하는 구조라 사업 초기에 거두는 이윤이 없어, 매매예약금이 갑자기 사라질 경우 시행사·건설사가 아파트를 짓는 도중 자금난에 처할 위험이 있다는 것이 건설업계 주장이다. 더불어 입주자들 걱정과 달리 신탁 방식으로 매매예약금을 관리하는 경우 자금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다만 정부는 매매예약금 문제와 관련해 건설사업자보다 입주자들 손을 들어주려는 분위기다. 올해 2월 국토교통부는 전국 17개 지자체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한국주택협회, 대한주택건설협회, 한국주택임대관리협회 등 기관에 “민간임대주택에서 매매예약금은 관련법상 근거가 없어 우선변제권 등이 적용되지 않는다”며 “해당 계약을 체결하거나 유도하는 행위는 민간임대주택특별법에 저촉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경고문을 발송했다.

    관련 법 개정 움직임도 보인다. 지난 5월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인 김민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건설임대주택 사업자가 임대의무기간 중 장래의 매매를 위한 매매예약금 명목의 금전 수수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은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김 의원은 “그동안 법과 제도의 사각지대로 인해 불공정한 관행으로 자리잡은 매매예약금 제도를 방지하고, 각종 세제 혜택 등 공적 지원을 받는 민간건설임대 주택이 사실상 꼼수 분양주택으로 이어지는 부작용을 막자는 것이 개정안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도봉 롯데캐슬 골든파크’ 입주예정자협의회의 정종훈 회장은 “그동안 매매예약금과 관련한 서민 피해에 대해 국토교통부와 국회가 호응해 반가운 마음”이라며 “하루 빨리 개정안이 통과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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