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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비융만 2조 날린 현대차 GBC 신사옥사업 내년 초 재추진

    입력 : 2023.11.01 07:44

    [땅집고] 지난 7월 찾은 서울 강남구 삼성동 GBC(글로벌비즈니스센터) 부지 모습. /배민주 기자

    [땅집고] 현대자동차그룹이 추진하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 글로벌비즈니스센터 (GBC) 신사옥 사업이 새로운 밑그림을 가지고 이르면 내년 초 재추진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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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1일 업계에 따르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최근 영국 건축가 노먼 포스터를 만나 GBC 설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로봇, 인공지능(AI) 등의 콘셉트를 중심으로 한 미래도시형 디자인을 반영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노먼 포스터는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애플 본사 ‘애플파크’를 디자인한 건축가다. 국내에서는 경기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에 있는 한국타이어 신사옥을 설계했다.

    [땅집고]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공사 중인 GBC(글로벌비즈니스센터) 신사옥 건립 사업 최초 조감도. /현대차그룹

    GBC는 당초 105층 1개 동 (업무 및 숙박용 등 부속건물 제외)짜리 초고층 빌딩 건립을 목적으로, 2020년 5월 착공했다. 부지 매입가만 해도 10조5000억원으로 국내 역사상 최고 매입가를 기록했다. 당시 현대차그룹이 본사인 양재동 사옥의 심각한 공간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강남 한복판에 초고층 랜드마크를 짓겠다는 목적으로 부지를 인수했다. ·

    하지만 착공한 지 몇 개월 지나지 않은 2020년 말부터 105층 1개 동 대신 50층짜리 3개 동 혹은 70층짜리 2개 동으로 쪼개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 시작했다. 현대차그룹이 자율주행, 모빌리티 등 막대한 신사업 투자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105층을 포기했다는 것이다. 막대한 토지비용을 감안하면 1년 사업이 지연될때마다 연간 금융비용이 5000억원이 하늘로 날아간다.

    정 회장은 랜드마크 건설을 숙원사업으로 여겼던 선대 회장과는 다른 경영철학을 갖고 있다. 정 회장은 기업 경영에서 ‘실용주의’를 취하는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시장의 요구 사항을 발 빠르게 경영에 반영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 회장의 경영 기조를 감안하면, 신사업 투자에 전력을 다하는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는 막대한 투자비가 드는 초고층에 집착할 이유가 없다.

    현대차그룹은 전기차는 물론, 로보틱스. 자율주행, 미래 항공 모빌리티(AAM), 수소생태계 등 신사업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최근에는 중동에서 전기차 등 신규 수요 창출과 수소 에너지 분야 협력, 첨단 플랜트 수주 확대 등 새로운 사업 기회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있다. 속도감 있는 투자를 위해서는 자금 운용이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상황이다.

    초고층 랜드마크 사업의 사업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도 현대차그룹의 설계 변경에 힘을 싣는다. 초고층 랜드마크를 건립하기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자재비와 건축비가 드는 것은 물론 운영비까지 상당하다.

    금융 비용 측면에서의 상실도 크다. 재계와 금융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부지를 매입하고 난 2015년부터 매년 2000억~3000억원 가량의 금융 이자를 날렸을 것으로 추정한다. 약 8년치를 단순 계산하더라도 2조원 전후이다.

    GBC 외에도 수도권 내 사업성이 좋다고 평가받았던 초고층 사업들이 사업에 차질을 겪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인천 청라국제도시 호수공원 중심부에 448m 높이 초고층 전망 타워를 짓는 ‘인천 청라시티타워 사업’이다. 해당 사업은 건축비 부담으로 인해 지난 4월 추진이 잠정 중단됐다. 사업비 증액 문제로 시행자인 한국주택공사(LH)가 협약을 해지하면서다.

    현대차그룹이 GBC사옥 설계를 바꾸게 되면 건축 비용은 약 1조원 이상 줄어들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사업 초기 GBC 사옥 예상 건축비는 약 3조7000억원 수준인데, 최근 물가 상승분을 반영하면 그보다도 높은 수준일 것으로 보인다.

    건축비가 오르긴 했지만, 현대차그룹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하고 있는 만큼 GBC 건립을 위한 추진 동력은 충분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현대차그룹의 올 3분기 누적 매출액은 121조311억원, 누적 영업이익은 11조6524억원 수준이다.

    한편, GBC가 조성될 삼성역에는 영동대로 지하화 사업과 삼성역 복합개발사업이 진행 중이다. 영동대로가 지하화하고 나면 지상에는 1만8000㎡ 규모 녹지 광장이 조성될 예정인데, 코엑스와 GBC가 지상 녹지로 함께 연결될 전망이다. /배민주 땅집고 기자 mjba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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