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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GBC, 연 5000억 날리며 3년째 터파기 공사만 하는 이유는

    입력 : 2023.07.14 08:11 | 수정 : 2023.07.14 08:56

    착공 후 3년째 터파기 공사만…'티스푼 공사' 의혹
    서울시·강남구 "50층 설계 변경안? 들어본 적 없어"

    [땅집고] 지난 10일 찾은 서울 강남구 삼성동 GBC(글로벌비즈니스센터) 부지 모습. /배민주 기자

    [땅집고] “50층 설계 변경안이요? 여기저기서 얘기는 나오는데 정작 저희는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서울시·강남구 관계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추진하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신사옥 건립 사업이 미궁에 빠졌다. 지난 10일 땅집고가 찾은 GBC 사업 부지는 크레인과 화물차 몇 대만 오고 갈 뿐 사실상 방치 상태나 다름이 없었다. 착공한 지 3년이 지났지만 초기 공정인 터파기 단계에 머물러 있어 업계에서는 의도적으로 사업 속도를 늦추기 위한 ‘티스푼 공사’가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땅집고] 지난 10일 찾은 서울 강남구 삼성동 GBC(글로벌비즈니스센터) 공사 현장 입구. /배민주 기자

    GBC는 105층 1개 동(업무·숙박용 등 부속건물 제외) 짜리 초고층 빌딩 건립을 목적으로 2020년 5월 착공했다. 부지 매입가만 해도 10조5000억원으로 국내 역사상 최고 매입가를 기록했다. 당시 현대차그룹이 본사인 양재동 사옥의 심각한 공간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강남 한복판에 초고층 랜드마크를 짓겠다는 목적으로 부지를 인수했다.

    하지만 착공한 지 몇 개월 지나지 않은 2020년 말부터 105층 1개 동 대신 50층짜리 3개 동으로 쪼개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 시작했다. 현대차그룹이 자율주행, 모빌리티 등 막대한 신사업 투자 자금 마련을 위해 105층을 포기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 3년간 업계와 언론을 통해 설계 변경이 기정사실화됐지만, 정작 인허가 관청인 서울시와 강남구는 “아무것도 접한 내용이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에서 설계 변경안을 제출하지도 않았다”면서 “여기저기서 이야기만 나올 뿐이지 공식적으로 접한 내용은 아무것도 없다”고 했다.

    강남구 측도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다. 강남구 관계자는 “설계 변경에 대한 보도가 나오면서 현대차그룹 쪽에 변경 가능성이 있느냐고 수차례 물었지만 사실무근이라는 답변만 돌아온다”면서 “2026년 12월 준공 가능 여부에 대해 물어도 문제없다는 입장이라 답답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50층으로 낮춘다고 하더라도 고층 건물이기 때문에 터를 깊게 파는 공정은 필수”라면서 “터파기만 1~2년 정도가 걸리기 때문에 초기 공정을 진행하는 동시에 변경 설계 인허가 승인까지 시간을 벌 수 있다”고 했다. 공사 진행 과정에서 속도를 늦추는 일명 ‘티스푼 공사’ 방식을 통해 시간을 확보하면서 설계 변경을 추진하겠다는 계산이 엿보인다는 것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땅값 10조원이라 공사가 1년 지연될 때마다 5% 이자로 연간 5000억원이 허공으로 사라진다"고 말했다.

    설계 변경 가능성에 대해서 현대차그룹 측은 수년째 긍정하지도 부정하지도 않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땅집고와의 통화에서 “지금까지 현대차그룹에서 설계 변경에 대해 공식입장을 낸 사실이 없고, 지금도 공유할 수 있는 사항은 없다”고 답했다. /배민주 땅집고 기자 mjba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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