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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베 따로, 비상계단 막고"…세상에 이런 차별이? '임대주택'의 설움

    입력 : 2023.10.31 07:00

    소셜믹스 20년에도 변함 없는 임대차별의 현실

    [땅집고] 서울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아너힐즈(개포주공3단지) 입구에 위치한 임대동 . 최고 33층으로 지어진 일반동과 달리 임대동은 층수가 낮고, 짙은 색으로 도색돼 있다. /네이버 로드뷰 캡쳐

    [땅집고] “소셜믹스가 필요하다는 건 이해하지만, 혹시 일반분양을 받았는데 위층이나 옆집이 임대면 매도시에 제값을 받기 힘들 것 같습니다. 임대 가구는 어떻게 배치가 되는 건가요?”

    총 7개 동으로 이뤄진 서울 성북구 보문동 한 아파트는 1개 동만 정문을 따로 사용한다. 101~106동 입구엔 브랜드 로고가 새겨진 대형 문주가, 201동 입구엔 주차 단속기가 있다. 강남구 개포동 한 재건축단지는 일부 동의 층수, 외장재 수준을 낮췄다. 이 단지는 최고 33층인데, 도로에 접한 동은 최고 7층 규모로 상가와 비슷하다.

    이런 광경은 정비사업을 통해 공급된 신축 아파트에선 흔히 볼 수 있는 임대가구의 모습이다. 어떻게 해서든 임대가구-분양가구 간 경계를 구분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느껴진다.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 조합 입장에서 가장 좋은 방안은 임대가구를 아예 짓지 않는 방안이지만, 용적률 상향(인센티브) 등의 혜택을 받기 위해선 반드시 공공주택(임대)을 지어야 한다. 정비사업에서 임대가구와 인센티브는 불가분의 관계다. 조합과 지자체 모두가 만족하는 임대가구 비중 합의점을 찾기 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임대가구를 짓지 않기 위해 아예 사업을 미루거나 혜택을 포기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임대가구가 정비사업 걸림돌로 작용한 대표 사례다.

    [땅집고] 서울 성북구 보문동 '이편한세상보문' 임대동과 분양동 위치. 분양동과 임대동은 학교와 공원으로 완전히 구분돼 있다. /네이버 로드뷰 캡쳐

    ■ 조합이 임대가구 원치않는 이유

    최근 도심 아파트 정비사업에선 임대가구가 사업 속도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전히 조합은 이 비중을 최소화하기를, 허가권을 쥔 지자체는 최대화하기를 바란다.

    조합이 임대가구를 원치않는 주된 이유는 사업성 우려다. 정비사업에서 사업성이 좋다는 것은 일반분양을 통해 받을 수 있는 돈이 많다는 말이다. 그러나 임대가구가 늘면 일반분양 가구가 줄고, 조합의 유일한 수입원인 일반분양 대금도 감소한다. 사업성이 떨어지면 조합원들이 내야 할 돈이 많아진다.

    단지 이미지를 훼손하거나 불량한 이웃을 만날 가능성도 조합이 임대가구를 반기지 않는 이유다. 주로 저소득 계층 주거문제 해결을 위해 건립했던 임대주택 단지에선 시설 노후화와 슬럼화 등 사회 문제가 발생했다. 일반 아파트와 임대 아파트 간 교류가 줄면서 계층 간 위화감이 생기고, 주거 수준 격차도 벌어졌다. 분양단지와 임대단지를 별개로 조성하면 다양한 사회문제가 생긴다는 연구 결과도 많다.

    최근엔 임대 가구 수요자가 최근엔 신혼부부, 청년 가구 등으로 확대됐으나, 아직 임대 가구에 대한 사회적 시각이 크게 달라지지 않은 이유다. 2017년엔 임대아파트 브랜드인 ‘휴먼시아’와 빈곤층을 비하한 ‘거지’의 한글짜를 딴 ‘휴거’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땅집고] 서울 성동구 옥수동 '옥수푸르지오2차' 분양동(위), 임대동 정문. 분양동 입구엔 아파트 로고가 적힌 대형 문주가 있다. /네이버 로드뷰 캡쳐

    ■ “섞으면 나아질거야” “멀리~ 지어야지”

    현재 임대가구로 상징되는 ‘소셜믹스 (social mix)’ 역시 이런 문제점 해결하기 위해 2004년 ‘섞어 짓기’라는 이름으로 처음 등장했다. 당시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는 “섞어짓기를 통해 일반·임대아파트 간 벽이 서서히 낮아질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재건축단지 내 임대아파트 건설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에 따르면 수도권 과밀억제권역 안에서 시행하는 주택재건축 사업의 경우 재건축으로 늘어나는 용적률 중 25%는 의무적으로 임대주택으로 지어야 한다. (공공주택지구의 공공임대 의무 비율은 35% 이상이다.) 당시 이 제도는 재건축 개발이익의 환수 차원에서 추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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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이 ‘섞어짓기’는 주민들을 완전히 섞이게 하진 못했다. 25%라는 비중만 지키면 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에서 2005년 이후 정비사업을 추진한 단지들은 임대 동 입구를 따로 만들었다. 성동구 서울숲푸르지오2차, 성북구 e편한세상보문·길음뉴타운8단지 등은 임대동과 단지 출입구를 공유하지 않는다.

    불가피하게 같은 동을 쓰게 됐을 땐 비상계단으로 경계를 나눴다. 마포구 메세나폴리스(합정1구역 재개발)는 한 동에 임대(4~10층)와 일반(11~29층) 가구가 함께 있지만, 엘리베이터·비상계단이 따로 있다. 임대 가구 비상계단에서 11층으로 가는 길이 막혀 있다.
    [땅집고] 오세훈 서울시장(맨 오른쪽)이 2023년7월6일 신속통합기획안이 확정된 서울 종로구 창신·숭인동 일대를 찾아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 임대가구 안 늘리면 재건축 ‘NO’…임대주택 ‘더’ 늘어난다

    결국 소셜믹스 정책은 2010년 이후엔 같은 동 안에 통로를 구분해 임대와 분양 세대를 섞는 형태로 진화했다. 소셜믹스 단지는 동별로 분리하는 ‘동별 분리형’과 같은 동 안에 임대·분양 물량을 섞는 ‘동내 혼합형’으로 나뉘는데, 최근 지어지는 단지는 대부분 후자다.

    이를 강제하는 법은 없다. 그러나 인허가권을 가진 서울시로부터 건축 심의 등 허가를 받으려면 임대를 분리해선 안 된다. 서울시는 한 발 더 나아가, 지난 2021년엔 모든 정비사업 단지에 임대·분양 가구가 구분 없이 섞이는지 체계적으로 관리하겠다며 ‘임대주택 소셜믹스 의무화’를 위한 사전검토TF도 출범시켰다.

    이러한 소셜믹스 아파트는 전국에서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고양 창릉·하남 교산·남양주 왕숙 등 3기신도시 아파트 공공주택은 공공주택특별법에 따라 공공임대 35% 이상, 공공분양 25% 이하 비중에 따라 조성된다.

    서울에선 신속통합기획,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등 다양한 정비사업을 통해 공공주택이 늘어난다. 서울시는 민간사업자가 장기전세주택 등 공공주택 비중을 늘릴 경우 종·용적률 상향 등을 혜택을 적극 준다는 입장이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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