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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룰' 정부가 만든 강제 역전세대란…빌라 시장 붕괴 위기

    입력 : 2023.09.25 07:24 | 수정 : 2023.09.25 07:39

    [땅집고] 부산 금정구 원룸촌 건물 곳곳에 임대를 알리는 스티커가 붙어있다. /김동환 기자

    <서민주택 생태계 붕괴-3> 문제는 ‘126%룰’

    [땅집고] “전세 시장 훈풍? 그것도 아파트 얘기죠. 빌라나 다세대 같은 비아파트 시장은 역전세난 때문에 죽어 나가고 있습니다.”

    서울 아파트 시장을 중심으로 전셋값이 오르면서 역전세난 공포가 잦아든 반면, 빌라와 다세대를 비롯한 비(非)아파트 시장에는 ‘강제 역전세난’이 들이닥쳤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강제 역전세난을 일으킨 주범으로는 정부가 지목됐다. 정부가 전세사기를 막기 위해 보증보험 가입 한도를 공시가격의 126%로 통제하는, 이른바 ‘126%룰’을 적용하면서 보증금 한도가 시세보다도 훨씬 낮은 가격으로 제한됐다는 것이다. 새 임차인을 받더라도 내어 줄 보증금을 충당할 수 없고, 전세금 반환 대출 한도마저도 제한된 임대인들은 진퇴양난에 빠졌다.

    서울에서 임대 사업을 하는 A씨의 경우, 2021년 당시 소유한 도시형생활주택에 대해 1억3125만원의 금액으로 전세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2년 뒤 계약 만료를 앞둔 지금, 운이 좋아 새 세입자를 맞더라도 4000만원의 웃돈을 얹어 기존 임차인에게 돌려주어야 한다. 올해 공시가격이 7210만원으로 고시된 데다, 126%룰이 적용되면서 2년 새 보증금이 최대 9000만원 한도로 제한됐기 때문이다.

    A씨는 “이번 역전세난은 자연스러운 시장 흐름에 따라 나타난 게 아니라 정부의 가격 통제로 발생한 현상”이라면서 “비아파트 시장은 공시가격과 시세와의 괴리가 안 그래도 큰 데, 주택 유형별로 차등을 두지 않고 일괄적으로 보증보험 가입요건을 24%나 내려버린 건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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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산 위기 몰린 비아파트 임대사업자, 집회 및 소송 나선다

    전세사기로 인한 아파트 선호 현상이 짙어지면서 실제로 비아파트 전세 시장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서울시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7월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량은 9만490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집계된 8만8156건 대비 7.7% 늘었지만, 같은 기간 다세대와 연립은 5만6226건에서 4만1060건으로 줄었다. 1년 새 36.9%가 감소한 것이다.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해 파산 위기에 놓인 임대사업자가 늘어나면서 ‘126%’를 폐지를 주장하는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임대인 50여명은 2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집회를 진행했다. 일부 임대인은 집단 소송을 위한 소송단을 모집 중이다.

    김연희 전국임대인연합회 부회장은 “정부 정책의 초점이 아파트 시장에 집중되면서 전세 시장이 안정되고 있다는 왜곡된 이야기가 나온다”면서 “정부는 아파트 시장과 비아파트 시장을 구분해 현실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증보험 한도 풀고, 비아파트용 적용 시세 기준 마련해야

    비아파트 시장으로 번지는 역전세난은 임대인뿐만 아니라 임차인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보증보험 가입 기준을 맞추지 못해 보험에 가입하지 못한 상태로 나오는 매물이 쏟아지고 있다. 또한 전세를 월세로 돌리는 대신 월세 가격을 올리는 임대인이 늘어나면서 서민 주거 부담이 더욱 가중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원석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최근 일어나는 역전세난의 핵심은 빌라를 비롯한 비아파트에 있다”면서 “전세사기를 막겠다고 낸 대책이 외려 비아파트 시장에 타격을 주는 만큼 한시적으로라도 보증보험 한도를 풀어주는 식으로 상황을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아파트 시세에 적용되는 KB시세나 한국부동산원 시세처럼 비아파트에 적용할 수 있는 시세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성창엽 주택임대인협회장은 “빌라나 다세대 같은 비아파트는 시세 흐름을 즉시 반영하기가 어려워 시장가격과 공시가격 차이가 크다”면서 “비아파트에도 준용할 수 있는 시세 기준을 정부 차원에서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배민주 땅집고 기자 mjba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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