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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팡질팡 정책에 쪽박 차기 십상"…서민주택 임대사업의 몰락

    입력 : 2023.09.22 07:33 | 수정 : 2023.09.22 17:39

    <서민주택 생태계 붕괴-2> 서민주택 공급자 임대사업자 위기

    [땅집고] 서울의 한 빌라 밀집 지역./연합뉴스

    [땅집고] “정부 정책 따라 임대사업자 제도가 누더기가 돼 버렸는데 누가 공급하려고 나서겠습니까. 지금 집 사서 임대하면 쪽박 차기 딱 좋아요.” (50대 도시생활형 주택 임대사업자 A씨)

    서울 강동구에서 도시형생활주택(도생) 임대사업을 하는 50대 김모씨는 곧 세입자와의 계약 만기를 줄줄이 앞두고 있다. 이씨는 “전세사기꾼 취급받지 않으려면 빚을 내서라도 보증금을 돌려줘야 하는데 한꺼번에 만기가 찾아오니 큰 액수라 감당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빌라, 다세대, 도시형 생활 주택 등 비아파트 임대사업자들이 보증금 반환에 애를 먹고 있는 것은 지난 5월부터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전세사기 악용 방지를 명분으로 보증보험 가입기준을 강화했다. 전세보증금이 공시가격의 150%에서 126% 이내에 들어야만 보증 가입이 가능해졌다.

    예를 들어 공시 가격이 1억짜리 원룸이라면 기존에는 보증금 1억 5000만원까지는 보증 가입이 됐지만, 5월부터 보증금이 1억2600만원 이하가 돼야 보증 가입이 된다. 보증가입 금액은 부동산 중개시장에서 전세가격의 기준이 된다.

    김씨는 “보증보험 가입 요건 강화는 정부가 사실상 전세가격을 강제로 인하시킨 효과를 냈다”면서 “세입자를 새로 받는다고 해도 기존 보증금이 충당이 안 되고, 비아파트 기피 현상으로 매도마저 어려운 상황이어서 임대사업자의 파산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관련기사: [단독] '서민주택' 다세대·연립 인허가 최고 80% 급감…외환위기 이후 최악

    성창엽 주택임대인협회장은 “보증보험 요건이 강화되면서 비아파트 임대사업자는 10년 전 전세가 보다 낮게 가격을 책정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면서 “전세금 반환대출 또한 비아파트의 경우 ‘방 공제’(주택담보대출금 총액에서 세입자 보호 목적으로 소액보증금을 빼는 제도)로 인해 대출 한도가 낮기 때문에 시중 은행에서도 빌라 같은 비아파트는 대출을 받을 생각도 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빌라, 다세대에 대한 임대사업자의 위축은 서민주택시장 생태계 붕괴로 이어지고 있다. 빌라, 다세대 등은 시세차익용 투자 상품이 아니라 임대용 상품이어서 일반 구매 수요자가 거의 없다. 아파트와 달리, 철저한 임대사업자 시장이다. 임대사업자가 줄어들면서 이들 주택의 공급이 급감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최근 3년간 3대 서민주택으로 불리는 다가구, 연립, 다세대 인허가 실적이 급감했다. 전국 다가구(가구수 기준) 연립 다세대 주택 인허가 실적은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 각각 57%, 43%, 72% 줄었다.

    성 회장은 “문재인 정부에서 종부세강화, 임대차 사업축소 등의 정책으로 임대사업자가 위축된 가운데 보증보험 강화 조치로 임대사업자가 전멸 위기”라며 “서민 주택 생태계가 파괴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서민들에게 돌아간다”고 말했다.

    임대사업자들은 문재인 정부에서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가 집값 폭등의 주범으로 몰아 종부세 부과 등 세금 폭탄으로 위기에 내몰렸다. 한 임대사업자는 “정권에 따라 시장에 따라 임대사업 정책이 춤을 추면서 임대사업 자체에 환멸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정부의 정책 잘못으로 건전한 임대사업자가 위축되면서 전세사기꾼들이 판을 쳤다”고 말했다.

    정부는 추석 전 발표할 주택공급활성화 대책에 도시형생활주택 등 비아파트 규제 완화를 포함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실효성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소형주택 기준과 청약 제한을 완화하는 선에서 그쳤기 때문이다. 세제 혜택이나 전세보증금 반환제도 손질 등 강력한 대책이 아니라면 효과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서울 임대차 시장에서는 월세 비중이 높아지고 임대료도 폭등하는 등의 부작용이 벌써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 정보제공업체 경제만랩이 서울부동산정보광장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올해 1~7월 서울 비아파트 전·월세 거래량은 16만2192건으로 집계됐는데, 이 중 월세 거래량이 9만7801건으로 60.3%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비아파트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 비중이 60%를 넘은 건 관련 데이터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11년 이후 처음이다.

    월세가격도 폭등 중이다. ‘스테이션3’에 따르면 지난달 거래된 서울시내 전용면적 33㎡ 이하 연립다세대 원룸의 평균 월세는 69만원으로 전년 동월 56만원 대비 24.3% 올랐다. /배민주 땅집고 기자 mjba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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