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3.09.03 07:35
[땅집고] “법은 평등하고, 정책은 공평하게 적용돼야 합니다. 전체 생활형숙박시설(생숙) 1%만 용도변경을 했지만, 그들은 법을 지켰습니다. 정부는 (이행강제금 부과를 미뤄) 법을 지킨 국민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줄 수 없어요. 또한 숙박업으로 신고하면 생숙에 살더라도 문제가 없습니다.” (이진철 국토교통부 건설정책과장)
“2021년 5월 정부의 사후적 규제조치가 생지기 전에 분양된 생숙은 ‘기성의 법률관계’ 내지는 ‘완성된 법률관계’를 의미합니다. 이러한 법률관계는 법적 안정성 관점에서 존중돼야 해요. 또한 정부가 생숙을 오피스텔로 용도변경을 유도했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입니다. 즉, (용도변경은) 실현불능을 전제로 해 처음부터 당연무효가 됩니다.” (석종현 한국토지공법학회장ㆍ단국대 명예교수)
“2021년 5월 정부의 사후적 규제조치가 생지기 전에 분양된 생숙은 ‘기성의 법률관계’ 내지는 ‘완성된 법률관계’를 의미합니다. 이러한 법률관계는 법적 안정성 관점에서 존중돼야 해요. 또한 정부가 생숙을 오피스텔로 용도변경을 유도했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입니다. 즉, (용도변경은) 실현불능을 전제로 해 처음부터 당연무효가 됩니다.” (석종현 한국토지공법학회장ㆍ단국대 명예교수)
정부가 오는 10월부터 생숙을 주거용으로 사용할 경우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기로 한 가운데 법조계에서는 정부의 생숙 규제에 ‘위헌 소지’가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정부가 급하게 법을 개정하면서 ‘소급 입법’을 추진했고, 결과적으로 생숙 규제가 여러 기본권을 침해하는 부작용을 낳았다는 지적이다. 반면 정부는 생숙 이행강제금 부과에 법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생숙의 숙박업 등록을 의무화하는 건축법 시행령 개정안은 2년의 유예기간을 끝으로 10월14일부터 시행된다. 이후로 생숙을 주거용으로 사용하면 ‘불법건축물’로 간주돼 시가표준액의 10%를 이행강제금으로 내야 한다. 이행강제금은 연 2회 부과 가능하며, 횟수 제한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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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국토부, 국민 기본권 침해 가능성 크다”
강대식 국민의힘 의원과 주택산업연구원(주산연)이 개최한 ‘생활숙박시설 당면문제와 관련제도 개선방안’ 세미나에서는 생숙 이행강제금 부과 정책 자체가 헌법을 위반하는 부분이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소급 입법’이 이뤄지면서 이행강제금 부과 대상이 전체 생숙으로 규정됐는데, 이로 인해 국민 재산권과 평등권, 주거권이 침해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석호영 명지대 법무행정학과 교수는 “한시적 규정 완화로 생숙의 오피스텔 용도 변경 추진이 가능해졌지만, 주차장이나 소방시설, 복도 폭 등 오피스텔 기준에 맞춰야 하는 문제점이 있다”며 “이처럼 생숙 용도변경이 사실상 제한된 가운데 유예기간이 2년으로 짧아 용도변경이 쉽지 않고, 이는 곧 재산권 행사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이어 “처음부터 생활을 목적으로 도입된 생숙을 일반숙박시설과 동일하게 취급하는 점도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미 분양을 마치고 입주를 한 것은 ‘행위가 종료된 상태’로, 지난 10년간 생숙에 대한 규제가 없었다는 것은 ‘앞으로 문제 없겠구나’라는 (국민-정부 간) 신뢰가 형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이행강제금 부과 결정은 이러한 신뢰에 반하는 정책으로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석 회장 역시 “이미 완성된 법률관계를 존중하자는 게 법조계 의견”이라며 “2021년 5월4일 건축법 시행령 개정 규정을 이날 이후 건설 및 분양되는 건축물부터 적용하는 것으로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
■ 졸속으로 만들어진 법 때문에 그만
특히 법조계는 이행강제금 부과 대상을 정하는 건축법 시행령이 소급입법된 점을 지적했다. ‘소급입법금지’는 공법상의 권리로, 새 법령을 이미 종결된 사실관계 또는 법률관계에 적용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말이다. 단, 당사자의 손실이 적거나 아주 경미한 때, 신뢰보호의 요청에 우선하는 심히 중대한 공익상 사유가 있는 때에는 법을 소급할 수 있다.
건축법 시행령 개정 시점은 2021년 5월이다. 헌법이 소급입법을 금지하는 만큼, 원래대로라면 2021년 5월 이전에 입주를 마쳤거나 건축 승인을 받은 경우엔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그 이전에 준공된 생숙까지 개정법을 적용하기로 했다.
이미 준공 후 사용 중인 건축물까지 대상이 된 이유는 국토부가 시행령 개정안을 졸속으로 추진해서다. 지난 2021년 5월 국정감사에서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부산 해운대구 엘시티를 언급하며, “생활숙박시설이 각종 주택 규제에서 벗어나 특권을 누리고 있다”고 지적하자,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은 즉각 규제하겠다고 답했다. 그 해 10월 정부는 생숙의 숙박업 등록을 의무화하는 시행령 개정안을 내놨다.
서종대 주택산업연구원 대표는 “정부는 부랴부랴 생숙에 숙박업 등록을 의무화하는 내용으로 관련 규정을 개정했다”며 “통상적으로 건설 관련 규정을 개정할 때는 ‘소급입법에 따른 불이익 변경’이 발생하지 않게 조치하지만, 이 개정안은 소급 적용됨으로써 시장의 혼란을 야기했다”고 했다. 이어 “국토부의 ‘소급입법이 아니다’는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 국토부 “입장 변화 無”…지자체에 책임 밀었다
국토부는 이행강제금 부과와 관련해 여러 의견을 반영한다면서도, 특별한 법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생숙으로 지어진 건축물을 숙박업소로 등록하거나, 오피스텔 규정을 충족시키면 된다는 것이다.
이진철 국토교통부 건설정책과장은 “생숙 이행강제금 부과 여부는 지자체가 판단하고, 위법이 아니라면 이행강제금 부과가 되지 않을 것”이라며 “조만간 부과 주체인 지자체와 이행강제금 관련 협의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1%는 용도변경을 했고, 법에 따라 숙박업으로 사용하는 숫자(비중)가 상당한 것으로 안다”면서 “(이행강제금 부과를 미룰 경우) 법을 지키려다 희생하는 사람이 나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생숙의 오피스텔 용도변경 건수는 지난 2월 기준 42개 동, 1033호다. 지난해 기준 생숙은 전국 8만6920호로 집계됐는데, 2년여간 약 1.1% 만이 용도를 바꿨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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