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3.07.24 11:47
[생활숙박시설 이행강제금 부과 논란] “생숙 용도변경, 2년 안엔 불가능한데…알고도 방치한 국토부”
[땅집고] “국토교통부가 2년 안에 생활숙박시설(생숙)을 주거용 오피스텔로 바꾸라고 했는데, 이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유예 시점이 다가오면서 이행강제금을 낼까 봐 수분양자들은 밤잠을 설치는 지경이에요. 그런데 지침을 내린 국토부와 실무자인 지자체는 서로 책임을 미룹니다.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가 없어요. 너무 억울합니다.“
최근 생숙 입주자들 사이에선 ‘국토부한테 뒤통수를 맞았다’는 말이 나온다. 국토부가 생숙의 주거용 오피스텔 용도변경을 장려했지만, 지구단위계획상 오피스텔이 들어설 수 없는 곳에 지어졌거나, 건물을 새로 짓지 않는 한 오피스텔 기준을 충족시킬 수 없는 단지가 대부분이다. 입주자들은 국토부가 이러한 상황을 알면서 ‘2년’이라는 시간을 줬다고 주장했다.
국토부가 소극적 행정을 하는 사이 용도변경이 더욱 어려워졌다는 지적도 있다. 전남 여수 웅천지구가 대표적. 여수시는 아파트 주차난을 막겠다며 오피스텔 주차 기준을 강화했다. 사실상 생숙 용도변경을 불허하겠다는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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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선 생숙 연합회 ‘전국레지던스연합회(전레연)’ 회장은 20일 땅집고와의 인터뷰에서 “국토부는 생숙을 오피스텔로 바꾸라고 자료만 낼 게 아니고, 최대한 길을 열어줘야 한다”며 “인허가권을 쥔 지자체가 용도변경에 행정력을 기울이도록 주문하고, 시간을 줘야 한다”고 했다.
- 이행강제금 부과 시점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약 1년 9개월간 용도 변경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
“전국에 있는 전레연 임원들과 생숙 용도변경 허가권을 쥔 시청과 구청을 방문하는 데만 1년 반이 지났다. 생숙이 오피스텔이 되기 위해선 국토부가 아닌 지자체 건축 관련 과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생숙을 오피스텔로 바꾸기 위해선 갖춰야 하는 조건이 단지마다 달라서 지자체를 통해 단지 별로 필요한 시설이 있는지, 관련 법과 조례가 무엇인지 등을 파악했다.”
- 필요한 시설이 있으면 설치하고, 오피스텔로 전환 신청을 하면 되는 것 아닌가.
“형식상으로는 그렇다. ‘해운대 에이치 스위트’는 배연창 등 소방 설비를 설치하면 오피스텔이 될 수 있다. 이 단지가 2014년 분양 사업 승인을 받아서 당시 소방법과 건축법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이런 설비가 없는 이유로 ‘생숙이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사실이 아니다.
그런데 이렇게 설비만 갖춰서 용도변경이 가능한 곳이 거의 없다. 경기 남양주시나 부산 기장군 생숙은 오피스텔이 들어설 수 없는 곳에 지어져 지자체 지구단위계획을 바꿔야 한다. 지구단위계획을 바꾸려면 토지 소유주 80% 이상 동의를 받아서 지자체에 주민 제안을 하고, 도시계획위원회 회의와 전문가 심의 등을 거쳐야 한다. 지어진 건물의 복도폭이나 직통계단 거리를 줄여야 하는 경우도 있다. 사실상 건물을 다시 지으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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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단위계획 변경 같은 건 시간이 얼마나 걸리나. 시간만 있으면 되는 문제인지.
“정확히 몇 달이 걸린다고 말할 수 없다. 생숙 용도변경을 위해서는 지자체의 여러 인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심의 통과 기간을 기약할 수 없다. 확실한 건 생숙 용도변경을 위한 시간으로 2년은 지나치게 짧다는 것이다. ‘에이치 스위트 해운대’는 공사만 하면 되지만, 거의 2년이 걸렸다.
지구단위계획 변경은 절차가 있지만, 매우 복잡해 일반 주민들만의 능력으론 할 수가 없다. 주민 동의율을 확보하고, 전문 업체를 선정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만 몇 달이 걸린다. 전문 업체가 관련 법을 따져 작업을 수행하는 것도 하루아침에 가능한 일이 아니다.
지자체가 생숙에만 이중잣대를 들이대는 경우도 있다. 한 시청 건축과는 지구단위계획을 여러 번 변경했으나, 생숙 부지에 대해서만 지구단위 내 토지 소유자 3분의 2의 인감증명서와 신분증 등을 받아오라고 했다. 옆집을 위해 민감한 개인 정보를 알려주는 사람이 어디 있나. 너무나 불합리하다.”
-용도변경을 못 하면 어떻게 되나.
“기한 내에 용도변경을 못 한 생숙은 불법건축물로 지정되고, 소유주는 이행강제금을 내야 할 처지다. 이를 피하기 위해선 전세를 구해서 나가야 할 수도 있다. 정부가 나서 10만 가구를 전세 난민으로 내모는 셈이다. 이게 정부가 말하는 ‘목민관(牧民官)’의 자세인지 되묻고 싶다.”
-최근 국토부 앞에서 우천 시위를 전개했다. 왜 이런 상황까지 오게 된 걸까.
“피해 규모가 10만 가구나 되지만, 가해자가 없는 상황을 알리고자 세종청사 앞에 모였다. 사업을 허가해 준 지자체와 주무부처인 국토부는 모두 뒷짐만 진다. 특히 국토부 실무자들의 행태는 ‘직무유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토부는 용도변경 성공 사례가 있다며, 피해자 구제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국토부가 말하는 용도변경 사례는 한 개발업자가 호텔로 운영하던 생숙 건물을 매입한 것이다. 건물을 통째로 살 돈이 없어서, 우리는 피해자가 됐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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