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3.08.27 07:21
[땅집고] “자식을 키우다 보면 별의별 일들을 경험합니다. 순간 마음에 안 들거나 날 힘들게 하는 일도 생기죠. 부동산도 같습니다. 소중하게 잘 관리하고 보살피면 커다란 ‘가치’로 빛을 발하고, 그간의 힘듦보다 큰 기쁨을 주는 날이 올 거예요. 조금 힘들다고 숨은 가치를 생각하지 않고 헐값에 던지지 않았으면 해요”
경기 침체와 고금리에 따른 급격한 전세가 하락으로 집주인과 세입자의 갈등이 깊어지는 가운데, 한 다주택자가 세를 놓은 집을 ‘자식’처럼 다루라는 글이 올라와 화제다. 지난 16일 국내 최대 온라인 부산 커뮤니티인 ‘부동산스터디’에 올라온 '다주택자가 되고 싶은 사람들에게'라는 이 글은 게시 이틀 만에 무려 조회수 1만5000건을 기록했다. 댓글도 220개가 달렸다.
필명 ‘부동산 아저씨’는 글에서 자신이 보유한 한 노후아파트에서 겪은 일을 바탕으로 다주택자의 자세에 대해 언급하며, 부동산을 자식처럼 여기라고 조언했다. 그는 “다주택자는 아파트를 장기보유를 하면서 현금흐름을 만드는 경우가 많은데, 시간이 갈수록 연식이 오래된 아파트를 보유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노후 아파트가 여기저기 하자가 많아도, 이를 자식처럼 다뤄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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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 원문>
나이를 먹을수록 여기저기가 아픕니다. 아프면 몸도 힘들고, 돈은 돈대로 들어갑니다. 집도 마찬가지예요. 연식이 오래되면 될수록 여기저기 하자가 생깁니다. 임차인들에게 연락이 오면 좋은 소식보다는 안 좋은 소식일 때가 많죠. 어느 날, 임차인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어요. 역시 하자가 발생했다고 합니다.
해당 아파트는 제가 2013년 투자목적으로 구입해 아직 보유한 곳입니다. 매수 당시에도 지어진 지 이미 10년이 넘었고, 현재는 20년이 훌쩍 넘습니다. 투자수익률은 의미가 없습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매수한 가격보다 훨씬 높은 가격으로 전세를 놓고 있습니다.
그런데 연식이 쌓일수록 하자 발생 빈도와 간극이 짧아지고 있습니다. 이럴 때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하자의 크기가 더욱 커지지 않도록 신속하게 치유해 주는 것입니다. 해당 아파트가 내 자산 형성에 도움을 줬듯, 이제는 내가 해당 아파트를 보살필 차례입니다.
작년 겨울 보일러 교체 이후엔 한동안 아무 연락이 없었습니다. 그러다 8개월 뒤 임차인은 나의 오랜 아파트가 아프다고 알려줬습니다. 아래층으로 물이 샌다는 것입니다. 관리사무소 직원은 세탁실 배관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며 전문 업체를 연결해 줬습니다. 업체 측은 하수 배관이 깨져서 세탁기를 쓸 때마다 아래층 세탁실(발코니) 천장으로 미세하게 물이 샌다고 했습니다.
업체는 배관 쪽 바닥을 까내고, 배관 교체 작업을 해야 한다며 공사비로 60만원을 책정했습니다. 난이도 높은 공사가 아니고, 작업 양도 적은 편이라서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가격을 깎는 대신, 신경 써서 수리를 해달라는 말을 했습니다.
제가 직접 나서서 여러 업체에서 견적을 받으면 공사비를 더 낮출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려면 현장방문을 해야 하는데 이는 우리집 임차인과 아래층 거주자를 너무 귀찮게 하는 일입니다. 그래서 ‘적당한 바가지(?)’를 쓰며 최대한 빨리 공사를 하는 것을 택했습니다. 생각하지 못한 지출이 아까웠지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공사업체와 일단락을 짓고, 잠시 후 임차인에게 또 전화가 왔습니다. 공사하는 분이 보니까 발코니 폭이 좁아서 세탁기를 옮겨야 한다는 것입니다. 임차인의 세탁기 위엔 건조기가 설치돼 있어, A/S센터에 도움을 받아야 하고, 이를 위해선 재설치까지 총 20만원이라는 비용이 든다고 합니다.
순간 속으로 ‘왜 하필 워시타워야!’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임차인에게 ‘비용을 반씩 부담 하자고 할까?’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하지만 차마 임차인에게 그 말을 하지 못했습니다. 따지고 보면 내가 불편을 준 것이고, 임차인 입장에서는 겪지 않아도 되는 불편함을 감수하는 거니까요. ‘오늘 지출이 많구나’라고 생각했어도, 임차인에게 내색하지 않았습니다.
‘좋은 일만 많이 생기겠지’ 하던 중 아래층 집주인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이사 당시 세탁기 위에 수납장을 설치했는데, 누수로 인해 자신의 수납장이 못 쓰게 됐다는 것입니다. 인내심이 한계치에 도달한 것 같았습니다. 예상치 못한 추가 비용이 계속 발생해서 감정조절이 쉽지 않았습니다. 속으로 ‘왜 거기에 수납장을 설치했나’ ‘이사 온 지 꽤 된 걸로 알고 있는데 지금 새 제품으로 교체해달라는 건 너무 한 것 아닌가’라는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참았습니다. 말을 하는 순간 마음이 시원할 수 있지만, 더 큰 감정소모의 신호탄이 돼 아랫집과 빅매치를 치뤄야 할 것입니다. 저는 잠시 생각을 하고 “죄송합니다. 제가 어떻게 해드릴까요?”라고 말했습니다. 아랫집주인은 30만원을 요구했습니다.
일반적이지 않은 일의 연속이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습니다. 하수배관에 문제가 생기지 않았다면 우리집 임차인과 아랫집 주인은 피해를 입지 않아도 됐으니까요. 그래서 문제를 해결에 들어가는 비용은 내가 부담해야 할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경험상, 누수는 하자 중에서도 상당히 스트레스를 만들고, 돈도 많이 들어가는 사안입니다.
이번 사건은 우리집 세탁기 하 수배관이 깨져서 아랫집으로 물이 새는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그렇다면 누가 봐도 가해자는 우리집이고 피해자는 아랫집입니다. 시간 끌기와 오리발이 능사는 아니지만, 시간을 끌수록 피해 범위는 더욱 커지며, 오리발을 내밀수록 감정의 골은 깊어만 갑니다.
신속하게 사태파악을 하고 최대한 빨리 상황을 정리하는 게 중요합니다. 처음엔 지출하지 않아도 되는 돈이 나가서 속은 상하지만, 나중엔 비용을 최소화하는 길임을 알 수 있습니다. 돈을 허투루 사용하면 안 되지만, 무조건 아끼려하기보다는 효율성을 생각해서 사용하는 게 중요합니다. 이렇게 저는 오늘 110만원이라는 돈을 지출했습니다.
'우리집 임차인’은 신속하게 하자를 해결해 줘 고맙다는 문자를 보냈습니다. ‘아랫집 주인’은 새 제품으로 세탁기 수납장을 교체했다는 만족감이 더 커서 그런지, 누수로 인해 생긴 얼룩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했습니다.
다주택자는 단기 차익보다 장기보유를 하면서 ‘현금흐름’을 지향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연식이 오래된 아파트를 보유하는 경우가 많아집니다. 저는 보유한 부동산들을 자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식을 키우다 보면 별의별 일들을 경험하게 되는 것과 같죠. 순간 마음에 안 들거나 힘들게 하는 일도 생깁니다.
하지만 오랫동안 함께 하다 보면 ‘고운정’ 뿐만 아니라 ‘미운정’도 많이 듭니다. 자식이 아프다고 하면 치료비 걱정을 먼저 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안 아프게 잘 치료할 수 있는지를 먼저 생각하는 게 부모의 마음입니다. 소중하게 잘 관리하고 보살피면 커다란 ‘가치’로 빛을 발하고, 그간의 힘듦보다 큰 기쁨을 주는 날이 올 겁니다. 그러므로 부동산투자도 자식을 키우는 마음처럼 했으면 합니다. 조금 힘들다고 숨은 가치를 생각하지 않고 헐값에 던지지 않았으면 합니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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