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3.08.17 11:50
[땅집고] “최근 새 아파트 공사비를 폭등시킨 주범은 바로 정부입니다.”
최근 정비업계에선 조합과 시공사 간 계약 해지가 굵직한 이슈로 떠올랐다.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 등 여파로 건설사마다 당초 조합과 약속했던 공사비 대비 크게 오른 금액이 필요하다고 요구하자, 아예 계약을 파기하고 새 시공사를 찾아 나서는 조합이 적지 않은 것.
실제로 올해에만 해도 ▲경기 성남 산성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대우건설·GS건설·SK에코플랜트) ▲경기도 양주 삼숭지역주택조합(현대건설) ▲부산시민공원 촉진2-1구역(GS건설) ▲부산 동구 초량2구역(호반건설·해지 예정) 등 현장에서 시공 계약 해지 사례가 줄줄이 이뤄졌다.
이달에는 서울 서대문구 홍제3구역 재건축 조합이 시공사인 현대건설과 계약을 해지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됐다. 홍제3구역 재건축은 지하 6층~지상 25층, 11개동, 총 634가구 규모 새 아파트를 짓는 사업이다. 조합이 처음 시공계약을 체결한 2020년까지만 해도 3.3㎡(1평)당 공사비가 512만원이었는데, 지난해 9월 현대건설이 공사비를 687만원으로 인상해달라고 요구한 데 이어 올해 7월에는 이보다 더 비싸진 898만원을 제안하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첫 계약 대비 공사비가 75%나 뛴 셈이다. 이에 홍제3구역은 현대건설과 시공 계약을 해지하고 새 건설사를 찾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국내 최대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인 ‘부동산스터디’에는 이처럼 공사비가 폭등하고 있는 원인이 바로 정부 때문이라고 지적한 글이 올라와 눈길을 끈다. ‘까르’라는 필명을 쓰는 글쓴이는 “제로 에너지 건축물, 중대재해처벌법, 감리를 비롯한 규제 강화 등 정부의 조치로 공사비가 상승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일반분양하는 가구가 적거나 일반분양가를 높게 정할 수 없어 사업성이 낮은 현장일수록, 조합원들에게 공사비가 인상 문제가 더 큰 부담으로 다가올 것이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이런 현장은 책자상 비용과 실질비용 사이 격차가 크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추후 추가분담금 액수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며 “공사비 인상기일수록 정비사업 구역의 사업성 파악할 때 냉정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하 원문>
1. 공사비 상승의 주범은 정부이다. 최근 여러 정비사업 구역들이 겪는 공사비 상승 이슈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이 중 정부의 역할에 의한 공사비 상승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 정부에 의한 공사비 상승의 사례를 알아보면 아래와 같다.
1) 제로 에너지 건축물
정부에서는 '제로 에너지 건축물', 즉 에너지 사용을 절감할 수 있는 건축물을 지을 경우 건축 기준을 완화해 주는 인센티브를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인센티브의 제공은 대부분 해당 정비사업 구역에서 원해서 이루어지기보다는, 정부 측의 의지에 따라 억지춘향식으로 이루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예를 들어 정부 측에서 “제로 에너지 건축물을 짓지 않는다면 더 이상 인허가를 진행시켜 줄 수 없다”고 말하면 울며 겨자 먹기로 제로 에너지 건축물을 지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겉으로는 조합의 의지에 따라 이루어진 모습을 보이지만, 실질적으로 조합 입장에선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제로 에너지 건축물을 지을 수밖에 없으며, 이는 공사비 상승으로 이어지게 된다. 정부 혹은 이를 담당하는 지방 정부의 선출직 공무원이야 제로 에너지 건축물을 많이 만들수록 자기 치적 사항이 되고 향후 선거 등에 유리해지기 때문에 이를 계속 강제로 추진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
2) 중대재해처벌법
중대재해처벌법이란 건축물 등을 짓는 과정에서 사망 등 중대한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개인 사업주에게 그 책임을 묻게 하는 법다. 예를 들어 아파트 등의 건축 공사를 하다가 사망사고가 발생한 경우 이에 대한 관리감독 소흘 등을 사유로 해당 건설사의 대표이사를 '1년 이상의 징역'에 처할 수 있게 만드는 식이다.
이러한 처벌 기준의 강화는 생명권 존중의 차원으로 보면 긍정적인 발전이다. 하지만 건설공사 현장에 안전관리 등에 필요한 인력을 추가로 배치할 수밖에 없어 공사비 상승의 원인이 된다. 무엇보다 중대재해처벌법 특성상 사고의 발생 사유에 관계없이 처벌을 하는 만큼, 건설사들이 그만큼의 위험 부담을 공사비에 전가시킬 수 밖에 없는 원인이 된다.
3) 감리 등 규제 강화
정부의 감리 등 규제 강화는 쓸데없이 참견하는 사람들만 늘린다. 최근 불거진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아파트 부실 공사 등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해 정부 측에선 이에 대한 원인으로 관리감독 인력의 부족을 꼽고 있다. 하지만 실질적인 원인은 낮은 공사비, LH 조직 특유의 전관예우 등으로 불필요한 비용이 소모되는 등 다른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감리 등 관리감독의 인원을 늘리는 방식으로 해결책을 제시하도록 하고 있다.
관리감독 인력을 늘린다면, LH 등 건설 사업 시행자의 이익도 따라서 늘어난다. LH 임원 등이 회사에서 퇴직한 후 감리업체 등을 차려 LH에서 진행하는 아파트 공사의 감리사 등으로 채용되는 것은 더 이상 특별한 사례가 아니다. 이는 결과적으로 공사비를 높이는 원인이 될 것이다.
쓸데없이 참견하는 외부인력이 늘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공사를 진행하는 데 더 큰 비용이 드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사고가 날수록 규제는 높아지고, 이는 결국 소비자에게 비용 전가가 된다. 이 과정에서 규제에 따른 이익은 사고 당사자(LH와 같은 공공 건설시행사)와 관련된 사람이 취하는 모습이다. 이런 구조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지 않을까 생각된다.
2. 사업성이 나쁜 곳일수록 공사비 상승의 여파를 크게 받는다. 공사비가 상승한다면 일반분양 세대가 적거나 일반분양가를 높게 산정할 수 없어 사업성이 낮은 곳일수록 공사비 인상으로 인한 부담이 더 클 수밖에 없다.
따라서 냉정한 사업성 분석이 필요하다. 해당 정비사업 구역의 사업시행인가, 조합원 분양신청, 관리처분인가 책자 등을 보면 이러한 사업성을 파악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대체로 이러한 책자에선 공사비 및 비용측면에 대해 상당히 긍정적인 관점에서 비용산정을 하는 경우가 많다. 조합이 추후 공사비의 상승액과 일반분양가 상승액이 서로 상쇄될 것이라고 보고, 공사비 인상분을 감안하지 않고 추정사업성을 매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2022년 이후처럼 공사비 상승폭이 상당히 높게 나타나는 경우 일반분양 세대가 적은 곳일수록, 인근 아파트 시세가 낮아 일반 분양가를 높게 산정하기 어려운 곳일수록 책자상 비용과 실질비용 사이에 괴리감이 더 커지게 된다.
따라서 재건축·재개발 투자에서 실수를 줄이고 싶다면 나만의 관점으로 사업성을 분석해야 한다. 사업성을 분석한 결과 총 투자금액이 나쁘지 않을 때 투자에 나서는 것이 좋다. 특히 재개발은 '정비사업'에 속하기 때문에, 여기에 투자하는 것은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아파트를 받는 것이 아니라 '정비사업'의 주주로 참여해 손익에 따라 분담금이 달라지는 구조며 이를 감안해 평형 배정에 따른 추가분담금이 산출되는 방식이다. 투자자라면 이러한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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