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3.08.27 07:26
[땅집고] “정부 수도권 30만 호 공급계획에 포함된 창릉과 탄현 외에도 고양에서는 원흥, 지축, 삼송, 덕은지구 등 대규모 택지 개발이 이뤄졌습니다. 종합 계획 수립 없이 개발제한구역 해제와 주택 공급이 이뤄지면서 주변 지역 간 단절, 분리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고양시정연구원 보고서)
경기도 고양시가 택지지구 쪼개기 난개발로 교통 시설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에 이번에는 철도 연장 사업이 좌절됐다. 고양시 시민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라는 이유로, 철도연장 사업에 대한 기대가 높았으나 정부는 ‘불가능하다’고 최종 통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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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개기 개발의 결말…지하철 놓기엔 애매하네~
고양시는 오른쪽으로 서울 은평구, 아래쪽으로 마포구와 경기 김포시에 접해 있다. 이러한 지리적 특징은 장점이자 단점이 됐다. 서울 접근성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 동시에 난개발의 표적이 된 것이다. 정부는 2006년 10월 덕양구 삼송과 향동을 시작으로, 2008년 지축(추가), 2012년 덕은 등 ‘서울 아파트 부족론’이 나올 때마다 덕양구 그린벨트를 해제했다. 2021년에는 고양 창릉지구 개발을 확정했다.
그 결과 덕양구엔 택지개발지구가 줄줄이 들어섰다. 일산신도시 대부분 아파트엔 지하주차장과 커뮤니티가 없지만, 삼송과 지축, 덕은, 향동, 원흥(도래울)지구 아파트엔 이러한 최신식 시설을 갖추고 있다. 인프라를 갖춘 대단지 아파트와 학교가 들어서면서 인구 유입도 꾸준히 이뤄졌다. 5개 지구는 현재 각 2-3만명을 거느린 미니 신도시 규모로 성장했다.
이 일대는 일산신도시보다 집값도 비싼 편이다. 2021년 7억8880만원에 거래된 일산동구 식사동 ’일산자이센트리지’ 전용 84는 이달 초 6억4000만원(14층)에 거래됐다. 2020년 10월 10억5000만원까지 올랐던 덕양구 지축동 ’지축역센트럴푸르지오’ 전용 84는 이달 9억5000만원(23층)에 손바뀜했다.
■합하면 인구 10만인데, 다 다른 동네!
덕양구 미니신도시들은 일명 ‘쪼개기 개발’로 이뤄진 탓에 치명적인 단점을 안고 있다. 모두 약 2㎞ 떨어져 차 없이는 왕래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인프라가 나아질 가능성이 매우 낮다. 이 일대는 처음부터 철도 등 교통 계획 없이 대규모 주택 공급이 이뤄졌다.
‘신분당선 연장사업’이 무산된 이유도 여기서 기인한다. 이 사업은 현재 신사역까지 개통된 신분당선을 2단계(신사~용산), 3단계(용산~삼송) 구간까지 확장하는 안이다.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 조사(예타)를 통과하지 못해 사실상 좌초됐다. 예타 결과 경제성 분석(BC)은 0.36, 종합평가(AHP)는 0.325로 모두 기준점(BC 1점, AHP 0.5점)보다 낮았다.
이 노선 연장안은 3호선, GTX-A와 상당 부분이 겹친다. 기존 수요를 분산시킨다는 긍정적인 면이 있지만, 이는 곧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의미이다. 또한 실수요자가 삼송, 지축등 덕양구 북부 지역 주민에 그친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럼에도, 삼송지구 등에선 신분당선 연장안에 대한 기대감이 상당했다. 이 일대엔 산업단지나 큰 기업이 없어 대부분 주민들이 지하철을 이용해 서울 중심부로 출퇴근하기 때문. 스타필드와 이케아라는 대형 쇼핑몰이 있으나, 이를 대형 일자리로 연결시키기엔 한계가 있다.
■ 3㎞ 떨어진 학교까지 1시간…서울은 가까워도 못 가!
‘쪼개기 난개발’로 생활 불편도 상당 부분 초래했다. 덕은지구엔 고등학교가 없어, 이 지역 고교생은 가까운 향동지구까지 마을버스를 타야 한다. 약3㎞ 구간을 오가는 마을버스 노선은 단 1개로, 배차간격은 30분 내외다. 등교시간으로 약 1시간이 소요된다. 처음부터 고등학교 부지 없이 택지 개발이 이뤄졌고, 학령인구 감소로 학교 신설 기준 인원을 채우기 어렵다는 게 고양시 입장이다.
덕은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고교는 마포구 상암고는 지역구가 달라 지원이 불가능하다. 덕은지구에서 이 학교까지 직선거리는 약 1㎞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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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리영 고양시정연구원은 보고서에서 “고양시 개발제한구역 해제는 주기적으로 반복된 수도권 주택가격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이뤄졌다”며 “체계적이거나 종합적인 계획 수립 없이 필요에 따라 이뤄졌다는 점에서 많은 문제를 유발했다”고 우려했다.
김 연구원은 “산업용지를 비롯한 자족성을 강화할 수 있는 토지 이용은 배제됐다”며 “개발제한구역 해제는 고양시 인구만 증가시켰을 뿐, 자족 기능은 더욱 악화시킨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지적했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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