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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분야 '무소불위' 권력…"LH 전관 없이는 LH 일 못해"

    입력 : 2023.08.18 10:35 | 수정 : 2023.08.18 11:30

    박성준 대한건축사협회 부회장

    [땅집고] “LH(한국토지주택공사) 출신 전관을 우대하는 분위기는 옛날에도 있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LH는 합병으로 인해 공공주택 분야 전 과정 발주처가 됐어요. 영향력이 훨씬 커졌죠. 특히 정부가 집값을 잡는다는 취지로 고강도 규제를 내놓으면서 민간 아파트 공급이 뚝 끊겼는데, 이로 인해 LH가 무소불위 권력을 쥐었습니다. 업계 사람들은 ‘LH 전관 없이는 LH 일 못한다’고 합니다.”

    [땅집고] 대한건축사협회 박성준 부회장. /대한건축사협회

    대한건축사협회 박성준 부회장은 속칭 ‘LH 사태’가 발생한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 ‘엘피아’(LH와 마피아 합성어)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LH출신 우수한 인력이 실무에 뛰어들면 후배 양성ㆍ경험 공유라는 순기능을 발휘할 수 있지만, 현장에선 전관예우 같은 역기능이 대두된다고 봤다.

    건설 현장의 최후의 보루여야 할 ‘감리’ 분야에선 전관예우 관행이 더욱 두드러진다. 올 4월 검단 아파트 주차장 붕괴 사고 이후 국토교통부와 LH가 진행한 전수조사 결과에 따르면 부실시공이 확인된 15개 단지 중 9개 단지의 감리를 맡은 전관 업체 등은 사실상 LH 사업을 독점해 왔다. LH는 전관 특혜 의혹이 불거진 이후에도 전관 업체에 일감을 밀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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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일 박 부회장은 땅집고와의 통화에서 “이러한 전관 문제는 LH가 공공분야 최상위 발주처이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며 “집을 짓는 시공사, 도면을 그리는 건축사사무소들은 LH에 잘 보이기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했다.

    그는 이어 “전관 문제는 집값 폭등 시기에 더욱 두드러졌다”면서 “정부가 집값을 안정화한다며 분양가 상한제, 전매제한 등 규제를 적용하면서 민간 분야 아파트 공급이 대폭 줄었고, 시공사들이 자연스레 공공분양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 부회장은 국토교통부 규제개혁위원회ㆍ서울시 공공건축심의위원회 위원을 거쳤으며, 가천대 건축학부 겸임교수를 맡고 있다. 다음은 박 부회장과의 일문일답.

    - 주택 시장에서 LH 물량이 상당하다던데

    “전국 공동주택 중에서 아파트 비중은 약 20%라고 본다. 이중에선 LH 물량이 상당하다. 특히 LH가 발주하는 공공분양주택과 임대주택은 현장 당 공사비가 1000억원이 넘을 정도로, 개별 사업 규모가 큰 편이다.

    LH 현장 시공은 보통 대기업이 아닌 도급순위 50~100위 정도 규모 회사가 맡는데, 만약 1000억원대 공사 2-3건을 수주하는 것만으로 1년 매출을 채우는 곳도 있다. LH는 건설 시장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현재 업계에서 LH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

    “업계에서 ‘LH전관 없이는 LH일을 못 한다’는 말이 수년 전부터 나왔다. 전 과정 발주처가 되면서, 모든 건설 관계자들이 잘 보여야 하는 곳이 됐다. 그만큼, 로비도 상당하다.

    예컨대 LH가 주도한 공공택지 개발에선 시공사들이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이 실력이 부족해서 결합하기로 한 걸까? 그 이면에는 전관예우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컨소시엄 형태 회사를 시공사로 선정하면 전관이 있는 특정회사를 밀어준다는 의혹을 떨칠 수 있다. 컨소시엄을 꾸리면 인력도 많아 보이고, 실력도 더 좋아보이지 않나.

    물론 컨소시엄을 꾸린 이유 중에는 토목이나 조경 등 특정 분야 인력이나 경험이 적어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취지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로 컨소시엄을 꾸린 경우는 전체의 10%정도 되는 것 같다.”

    -LH 전관예우는 어쩌다, 언제부터 생긴 건가.

    “문제가 되는 ‘전관예우’는 최근에 발생한 일이 아니다. 과거에도 주공이나 토공 출신 인력이 우대받는 경우는 있었다. 실제로 제가 만난 공공기관 출신 인사 중에도 우수한 실력을 가진 분들이 많다. 또한 LH가 원래부터 강력한 권한을 가졌던 것도 아니다. 2009년 한국토지공사(L)와 대한주택공사(H) 합병으로 인해, 토지 개발부터 설계, 시공, 감리, 분양까지 전 과정을 도맡았지만, 여태 아파트가 무너진 적은 없었다.

    그런데 왜 이제서야 난리인 걸까. 바로 부동산 상승기에 LH가 건설업계 주택 흐름을 좌우할 정도로 강력한 힘을 가졌기 때문이다. 정부가 부동산 가격을 누른다며 고강도 정책을 내세웠는데, 이것 때문에 건설사들은 민간 시장보다 공공 시장 일감을 수주할 수밖에 없었다. 공공분야 절대 강자인 LH의 힘이 더욱 커진 계기다.”

    -LH는 2년 전에도 임직원 땅 투기 문제로 개혁안을 내놨다. 그런데 왜 전관문제가 걸러지지 못한 걸까.

    “2년 전 자체 개혁안이 나온 이후 현장에서 달라진 점은 있다. 감리 공모에는 아직 LH 임원들이 직접 심사위원으로 들어가지만, 설계 공모에선 더 이상 임원들이 심사위원으로 나서지 않는다. 당시 문제가 불거지면서 건축계에서도 전관으로 인한 문제점을 강력하게 제기하면서 달라졌다. 그러나 여전히 공모 심사위원 명단을 LH가 정하고 있다. 영향력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볼 수는 없다.“

    -전관 말고 또 다른 고질적인 문제점이 있을까.

    “시공책임형 건설사업 관리(CM)라는 제도가 있는데, 이 제도 아래서 키를 쥔 시공사가 원가 절감을 과하게 하면 부실 공사로 이어질 수 있다. CM제도는 시공사가 설계단계부터 참여해 공사비 견적, VE(설계 경제성 검토ㆍValue Enggeering) 등을 수행하는 것이다. CM시공사는 원가 절감 항목을 결정할 수 있어 원가 절감을 주도할 수 있다. LH 입장에선 낮은 공사금액으로 발주하는 게 훨씬 이익이니, 나쁠 게 없다. 원래는 설계와 시공을 한 회사가 동시에 맡을 수 없다. 설계자가 맡은 기본 설계가 끝나면 건설사 선정을 하는 구조다.

    가장 쉬운 원가 절감 방법은 구조에 대한 안전치를 낮추는 것이다. 검단 아파트 붕괴 사고 현장도 ‘그런(원가절감) 과정이 있지 않았을까’라는 의심이 든다. 그게 현장에선 관례처럼 이뤄지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원래 구조설계 당시와 원가 절감 후 구조설계 계산서를 봤으면 좋겠다고 사고조사위원회에 요청했다. 아직 답은 오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감리의 존재감은 미미하다. CM제도는 시공사에 많은 권한을 주는데, 이중에선 감리자 교체 권한도 있다. ‘일 못 한다. 다른 사람 보내 달라’고 하면 바로 바뀔 수 있다. 이런 체제에선 감리자가 힘을 발휘할 수 없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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