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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권 투자, 대박과 쪽박 언제 갈릴까? [붇 이슈]

    입력 : 2023.08.07 07:54 | 수정 : 2023.08.07 08:38

    /조선DB

    [땅집고] “저는 아파트 청약, 분양, 분양권 투자가 부동산 투자 중에서 가장 쉽고 좋은 투자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시기적으로 잘 활용하면 말이죠. ​앞으로 부동산 장이 안 좋아진다고 하더라도 지금 나오는 물량을 잘 잡아 쥐고 다음 상승장을 기다리면 보답받을 수 있다고 봅니다.”

    지난달 28일 국내 최대 규모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인 ‘부동산스터디’에 ‘분양권 투자가 망가지는 케이스’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올라와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카페 매니저인 ‘붇옹산’이 쓴 이 글은 일주일도 채 안 돼 조회수 2만1000회를 기록하며 인기 글 순위에 올랐다. 부동산 호황기만 겪어본 분양권 투자자들에게 단기 차익이 아닌 장기적, 보수적 관점으로 청약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하는 내용이다.

    붇옹산은 “아파트 가격이 눌리기 시작하면, 조금 고분양가로 나온 분양권 가격도 뚫고 못 올라가고 함께 눌린다”며 “이때 나자빠지는 사람 많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나올 좋은 분양 물량이 많고, 시장 흐름이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잔금 치를 준비까지 해서 단타보다는 긴 호흡으로 보고 접근하는 게 좋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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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DB

    <이하 원문>

    벌써 이런 이야기를 할 필요는 없지만, 지난 장을 경험해 보지 못하신 분이라면 그래도 한번은 읽어두시기 바랍니다.

    ​2008년 11월 정부가 강남3구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들에 투기지역 투기과열지구를 해제하면서 강남ㆍ서초ㆍ송파구를 빼고 분양권 전매가 가능해졌습니다. 2009년 초 시장에 다시 불이 붙기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반응하기 시작했던 것은 분양권 시장이었죠. 2004년 이후 수년간 분양권 전매가 묶이면서 시장을 떠나 있었던 분양권 업자들이 다시 모델하우스에 돌아왔습니다.

    2008년 하반기 부동산 분위기 안 좋을 때 분양해서 미분양 났었던 용산 ‘신계e편한세상’의 경우 2009년 분위기 타면서 억대 프리미엄이 붙어서 거래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엔 조금 고분양가다 싶었던 본동5구역을 재개발해 지은 ‘래미안 트윈파크’도 프리미엄이 꽤 많이 붙으며 완판됐었습니다. 42평 분양가가 10억원이었습니다. 참고로 2008년 ‘반포 자이’ 34평 분양가는 11억원이었습니다. ​2009년 반짝했던 분양권 장의 훈풍이 사라지고, 분위기가 달라진 것은 2009년 가을부터 시작한 규제 때문이었습니다. ​

    기본적으로 분양권은 가수요를 머금은 투자재 성격이 강한 물건입니다. 다들 갖고 싶어 하는 ‘새 아파트가 될 수 있는 권리’지만, 분양권 상태에서는 사용하거나 수익을 내지 못합니다. 그래서 상승장에서는 미래가치에 대한 기대감으로 높은 호가가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지지만, 분위기가 바뀌면 사용수익할 수 없다는 점은 큰 단점으로 작용하면서 가격 변동에 취약한 모습을 보입니다. ​

    분양권 가격에 대한 가치평가는 비교대상이 되는 아파트의 가격 수준에 따라서 계속 변화하게 됩니다. 비교대상이 되는 아파트의 가격 수준이 올라가면 분양권도 따라서 올라가지만, 비교대상이 되는 아파트 가격이 내려가면 분양권도 당연히 따라서 가격이 눌립니다. 그리고 시기나 지역, 물건에 따라서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눌리기도 합니다. ​

    적어도 지난 7~8년간 서울에서는 아파트 분양을 받아서 입주 시점에 손해나는 경우를 보신 적들이 없기 때문에 ‘분양 불패’라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있으시겠지만, 주변 시세보다 가격이 조금 애매하게 높은 듯 나오는 상황들이 발생하기 시작하면 의심을 해보시기 시작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이번에 분양하는 이문1구역 ‘래미안 라그란데’ 34평이 11억원 내외로 나온다고 하죠. 동대문구에서는 비교해 볼 만한 아파트로 전농답십리뉴타운 내의 ‘래미안 크레시티’ 34평이 있습니다. 저는 입지로 따지면 래미안 크레시티 쪽이 상급지라고 생각합니다. 입주 연차는 10년이 넘게 나겠지만 말이죠.

    래미안 크레시티 34평 실거래가가 지금 12억원~13억원 정도에 나오고, 작년 말부터 올 초에 분위기 확 죽었을 때 10억원 중반까지 찍고 다시 올라왔습니다. 추후 1~2년 후 부동산 시장 상황이 안 좋아지고 래미안 크레시티의 가격이 12~13억원대에서 다시 11억대로 눌리는 상황이 올 경우 어떻게 될까요. 래미안 라그란데는 신축이니까 분위기 상관없이 가격 뚫고 힘 받아서 올라갈까요? 저는 구축이라도 상급지 랜드마크 아파트의 가격이 눌리면 신축도 함께 눌릴 가능성이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

    어렵게 청약해서 당첨돼서 중도금 대출금 이자 내면서 입주 시점까지 왔는데, 프리미엄 재미도 크게 못 보는 상황이 온다면 어떨까요? ​아마 ‘분양 불패’ 이런 말들은 다시금 사람들 머릿속에서 잊히기 시작할 것입니다. ​ 저는 개인적으로 앞으로 부동산 가격이 횡보하며 어느 가격지점으로 수렴하는 시간을 거칠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는 제 주관적인 생각일 뿐 틀릴 수도 있으니 제 판단을 신뢰하시라는 것이 아닙니다. ​

    지금 당장이 아니더라도 오랜 상승장에 따른 피로감 등으로 가격 수준이 횡보하며 더 이상 치고 올라가지 못하고 눌리는 시점이 온다면, 제가 위에서 설명한 사례처럼 분양권 투자로 재미를 못 보는 케이스들이 나오기 시작할 것입니다. ​그리고 신축, 분양 아파트에 대한 사람들의 신뢰가 깨지면 ‘청약통장 무용론’이 다시 등장합니다. 1순위 통장을 굳이 신규 청약에 쓰려고 하지 않게 되겠죠. ​

    돌이켜보면 2012년~2013년 입주하던 아파트들에 분양가 이하의 마이너스프리미엄 수준으로 분양권 매물들이 나오기 시작했었습니다. 사업시행자는 분양가에서 20% 이상 할인한 금액으로 다 분양하지 못했던 물량들을 털어내면서 기존에 분양받은 분양계약자들 멘탈을 날려버린 시절도 있었습니다. 10% 계약금 내고 중도금 대출받아서 분양받았는데 할인을 20% 해버리면 계약금 납부한 10% 포기로 물건을 팔지도 못합니다. ​

    그렇다고 해서 앞으로 가격이 수렴하는 시기가 올 수 있으니 청약하지 말라는 뜻은 아닙니다. ​ 앞으로의 시장 상황이 어떻게 될지 그 누가 알겠습니까? 저는 아파트 청약, 분양, 분양권 투자가 부동산 투자 중에서 가장 쉽고 좋은 투자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시기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면 활용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

    다만 조금 보수적으로 접근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조금 긴 호흡으로 바라보고 청약하셨으면 하는 것입니다.​ 지금 서울 수도권에 나오는 분양물량 중에서 가격을 떠나서 정말 상품성 좋고 입지 좋은 곳의 일반분양 물량들이 많이 대기하고 있고, 또 앞으로도 정비사업 등을 통해서 나올 예정입니다. 특히 뉴타운은 2005년에 지정한 3차 뉴타운 이후에 없었고, 많은 뉴타운 사업이 끝난 상황이기 때문에 이런 상품성 있는 물건들이 다시 나오려면 꽤 시간이 걸리거나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

    강남권 공동주택 재건축 중 저층은 얼마 남지 않았고, 중층은 구조적으로 일반분양 가구 수가 많지 않습니다. 단독주택 재건축 사업은 2012년에 사라져서 방배동 일대에서 이번 물량을 빼면 다음이 없습니다. ​앞서 이야기했던 2012년~2014년 사이에 일반 분양가 이하의 시세로 입주를 시작했던 여러 아파트 단지는 수년 후 시장이 바닥을 다지고 다시 반등할 때 그 어느 아파트보다 빠르게 높은 상승률을 보이며 치고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이들 아파트들 중에서 그 지역을 대표하는 아파트가 된 경우들도 많습니다. 이번 상승장에 얼마나 올랐는지를 대략 체크해 보니 거의 두 배 이상씩은 다 올랐습니다. ​

    입주 시점에 가격이 떨어지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버틸 수 있느냐 버틸 수 없느냐의 차이는 결국 잔금을 밀어 넣을 수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입니다. ​긴 상승장에서 짧은 분양권 프리미엄 차익을 바라보고 짧게 짧게 들어왔다가 그 기간에 중장기 조정장, 혹은 하락장의 수렁에 빠지면 분양권 투자는 골로 갈 수 있습니다. ​

    그러나 잔금 치를 수 있을 정도로 자금을 준비했거나, 입주 시점에 선대출 일부 끼고 후순위 전세 싸게라도 놓아서 분양대금 다 납부할 여력이라도 만들어 놓으신다면 차선은 됩니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조금 버티면 전세가격이 오르면서 숨통 좀 트입니다. 그리고 조금 더 버티면 다시 ‘아 이제 봄이구나!’ 느끼게 해주는 온기가 돌아옵니다. ​ ​

    지난 장을 경험한 잔뼈가 굵은 분들도 아마 비슷하게 생각하고 있지 않을까 추측합니다. 다만 공격적으로 진입해야 하는 그 시점, 시기를 언제로 볼 것인가에 대해 조금 견해들이 엇갈릴 거라 생각하고요. ​이번 상승장도 돌이켜보면 시장은 ‘분양권 투자’가 가능한 좋은 진입시기를 생각보다 꽤 오랜 기간 투자자들에게 열어줬습니다. ​ 강남3구의 투기과열지구 해제가 2012년 5월이고, 이때부터 분양권 전매가 풀렸죠. ​

    그리고 아현3구역 ‘마포래미안푸르지오’의 분양시점이 2012년 4월이었고 2014년 입주 직전까지 미분양이었습니다. 왕십리뉴타운 1구역 ‘텐즈힐 1단지’ 분양시점이 2013년 8월이었는데 미분양이 났죠. 2014년 11월 분양한 만리2구역 ‘서울역 센트럴 자이도, 2015년 3월 분양한 ‘고덕래미안힐스테이트’도 미분양이었습니다. 2015년에는 3월 왕십리뉴타운 3구역 ‘센트라스’, 11월 ‘헬리오시티’(가락시영)가, 2016년 3월에는 ‘래미안 블레스티지’(개포주공2단지)가 분양했습니다.

    2016년 11월에 조정대상지역이라는 규제가 나오면서 다시 분양권전매 제한이 묶였는데 시점에 따라 만 4년 이상 열려있었던 것 같습니다. 홈런을 치려면 자세를 잡고 힘을 비축해 있다가 크게 휘둘러야 합니다. ​앞서서 계속 번트치고 달리느라 체력이 빠져있는 상태면 홈런 치기 좋은 공이 와도 그냥 흘려보낼 수밖에 없습니다. /박기람 땅집고 기자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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