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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청약이란 '마약'에 빠져…" 11년차 건설사 과장의 일침 [붇 이슈]

    입력 : 2023.07.14 16:55

    경기도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공사 관계자들이 타설 작업을 하고 있다. 해당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는 참고용 이미지. /조선DB

    [땅집고] “순살 자이에 흐르지오, 통뼈캐슬…전 국민이 욕하는 건설업이 왜 이렇게까지 됐는지 생각해 보셨나요?”

    국내 최대 규모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인 ‘부동산스터디’에 최근 올라온 ‘저는 건설사 11년 차 과장입니다’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연일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난 8일 올라온 이 글은 현재 내용이 지워진 상태지만, 14일 기준 조회수 2만3000회, 댓글 수 162개가 달릴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부동산스터디 회원 수는 현재 199만명에 달한다.

    네티즌들은 댓글을 통해 “요즘 시멘트 강도가 예전 같지 않다고 생각해서 이유가 궁금했는데, 좋은 인사이트다” “결국 세상에는 공짜는 없다” 등의 댓글을 남겼다. 반면 “싸게 싸게 빨리 빨리가 만연한 우리나라 건설업은 이미 꼬일 대로 꼬여서 회복이 쉽지 않다” 등의 반응도 있었다.

    /조선DB

    <이하 본문>

    앞서 저는 대기업 건설사 11년 차입니다. 반은 현장, 반은 본사에서 근무했죠. 도대체 어디서부터 우리나라 건설은 정체되다 못해 뒤처지기 시작했을까. 고민도 하다가 결국 시공 쪽은 그만두려고 합니다. 대신 구조 및 용도 변경을 가미하여 기존 건물의 대수선이나 리모델링을 통해 개발사업을 해보려고 합니다. 건축사와 구조기술사 공부 중이죠. ​다른 쪽도 워낙 관심이 많아서 부동산학도 야간대학원 석사 졸업도 하고 민법 공부도 할 겸 공인중개사도 땄네요. ​

    ​건설업, 모든 국민이 욕하고 있는 이 업은 이 도대체 왜 이렇게 된 걸까요. 할 말이 엄청 많지만,​ ​지금 생각나는 것 중 하나는 압축강도 부족. 원래 물과 시멘트가 일정비율이 되면 수화반응을 일으켜서 굳게 되는데, 이 비율이 물 시멘트 비율이죠.

    수화반응에 필요한 물은 얼마 안 됩니다. 워커빌리티(작업능률), 즉 시공성을 위해 물을 더 첨가하죠. ​이 추가 물의 양은 좋을 것이 없습니다. 콘크리트가 굳을 때 증발해 공극이 되고, 이것은 강도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칩니다.

    다음부터는 제 생각입니다. 그렇다면 이 건설사 놈들은 왜 제대로 안 하는 걸까요. 여기에 콘크리트 비벼본 분이 계신가요? 땡볕에 철근 날라 보셨어요? ​ 제대로 안 하는 게 아니라 제대로 할 사람이 없어서입니다. 소득이 올라가면서 (사람들은) 이런 일을 더더욱 하기 싫어하죠. 관리자들도 다 떠나는 추세예요.

    왜일까요? 안전사고 나서 감옥 갈까 봐요. 솔직히 저도 이런 게 겁납니다. 결국 품질, 안전, 지속 가능한 건설시장의 생태계, 더 나은 품질과 상품개발은 다 돈이에요. ​유독 부동산가격에 민감한 국민들 눈치를 보는 정치인들은 (건설사가) 원가 상승분을 판매가에 전가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습니다. 분양가상한제 등 각종 규제로요.

    그리고 ‘로또 청약’과 같은 마약에 빠져있는 국민들은 두 배 돈 들여서 엄청나게 좋은 주택을 안전하게, 대신 아주 천천히 내진설계까지 해서 지어준다고 해도 좋아하지 않죠. ‘그건 건설사 너희 사정이지 내가 그걸 왜 사야 하냐?’는 겁니다. 결국 이 콜라보레이션은 타격감 좋은 ‘건설사 때리기’로 통쾌함을 느끼는 데에 그칩니다.

    이윤이 나지 않는 현장에서 정상적인 생산자들은 다 망하거나 떠나고, 어떻게 하면 더 대충 지을까를 고민하는 진짜 악질 건설업자만 남게 될 겁니다. ​다들 제대로 된 집 사셔서 생존하십시오. 전 불안해서 제집 제가 짓고 살려고 합니다. /박기람 땅집고 기자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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