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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고발, 선정 무효…서울시가 압구정 3구역에 유독 엄격한 이유

    입력 : 2023.07.16 13:15 | 수정 : 2023.07.16 14:46

    [땅집고] ‘성냥갑 아파트 퇴출···혁신디자인 건물에 용적률 1.2배’, ‘빌딩 저층 녹지 조성 땐 용적률 인센티브’ ‘혁신 성장에 투자하는 대학에 무제한 용적률 인센티브’

    최근 오세훈 서울시장의 발언을 보도한 기사들의 제목들이다. 오 시장은 용적률 인센티브를 통해 디자인 좋은 건물을 만들고 녹지를 확보하는 정책을 펴겠다고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도 서울시는 ‘압구정 3구역’ 재건축조합이 설계공모를 하면서 용적률을 서울시 지침인 300%가 아닌 360%로 설계한 희림건축을 경찰에 고발했다. 서울시는 또 15일 압구정3구역 재건축 조합이 희림을 설계회사로 확정한 것이 무효라고 16일 밝혔다. 희림 측은 “장수명 건축, 지능형 건축, 제로에너지 건축을 할 경우 최대 60%포인트 용적률 인센티브를 활용하면 용적률 360%가 가능하다”고 반박했다.

    오 시장의 약속처럼 성냥갑 아파트가 아니라 혁신 디자인을 채택해도 360%의 용적률을 적용받을 수 있다. 신통기획으로 재건축하는 서초구, 여의도 등의 일부 아파트에 대해 준주거지역 등으로 용도를 상향해서 파격적인 용적률 인센티브를 주고 있는 서울시가 유독 압구정3구역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보이는 이유는 뭘까?

    과거 재개발 재건축 조합들이 서울시의 지침을 무시한 뻥튀기 용적률과 초고층 설계를 채택했지만, 서울시는 불간섭주의를 택했다. 재건축 재개발 조합이 과장된 설계를 택하는 것은 민간의 자율이다. 서울시는 인허가 과정에서 설계안의 적정성 여부를 검토해서 부적합하다는 판단이 내려지면 반려하면 그만이다.

    연관기사: 압구정 신통기획 재건축 출발부터 진흙탕 파행
    [땅집고] 15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광림교회. 오후 2시부터 설계자 선정을 투표를 진행했다. /전현희 기자

    ■‘압구정’ 상징성 때문? …집값 인상 부추길까 걱정하는 서울시

    서울시가 ‘고발’이라는 초강수를 둔 가장 큰 배경으로는 ‘압구정 상징성’ 때문이라고 건설업계는 분석한다. 압구정3구역을 비롯해 압구정 재건축 단지들은 서울 한강 중심부에 있어, 준공된 지 40여년이 넘었어도 3.3㎡(1평)당 가격이 1억원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지침보다 완화된 용적률을 적용해주면 집값이 더욱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오시장의 역점 사업인 신통기획이 압구정동과 같은 초고가 주택 집값만 올린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실제로 압구정동 일대 집값은 신통기획안 확정 이후 최근 상승세를 보인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8차(515가구, 1981년 입주)’ 전용 163㎡는 지난 6월 49억5000만원에 주인을 찾았다. 3월 실거래가(41억5000만원) 대비 8억원 올랐다. 거래량도 늘었다. 올 상반기 압구정동 아파트 매매 건수는 50건으로 지난해 연간 거래량(36건)보다 많다.

    앞서 시는 ‘미래 한강의 매력적 수변 주거문화를 선도하는 단지’를 목표로 77만3000㎡, 50층 내외, 1만1800가구 규모로 탈바꿈하는 신통기획안을 압구정 2~5구역에 확정했다. 현재 압구정동은 미성, 현대, 한양 등의 아파트 1만여 가구가 6개 구역으로 나뉘어 통합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다.

    연관 기사: 서울시 기준 무시…용적률'뻥튀기' 설계안으로 압구정 재건축 뛰어든 희림

    ■ “‘신통기획’ 근간 흔들지 마!”오세훈 역점사업 힘 빼는 초석될라

    기준을 어긴 설계안이 당선되는 사례가 다른 사업장에서 또 벌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서울시가 선제 조치를 취했다는 분석도 있다. 자칫 오 시장의 역점사업으로 평가받는 ‘신통기획안’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다.

    특히 최근에는 서울 재개발ㆍ재건축 사업장들의 신통기획 관심도가 더욱 높아졌다. 사업 초기만 하더라도 신통기획은 강남 주요 재건축 단지들의 외면을 받았지만, 사업 기간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각광받는 된 것이다. 시에 따르면 지금까지 신통기획 참여를 확정한 재개발·재건축 사업장은 총 44곳(3일 기준)이다. 시는 연내 75개소 기획 완료, 22개소 정비구역지정을 추진하고, 내년까지 75개소 정비구역 지정을 완료한다는 목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신통기획 기준을 어긴 설계안이 당선되면, 다른 사업장에서도 ‘신통기획 지침을 따르지 않아도 된다’는 인식이 퍼질 수 있어 서울시가 강경방침을 정한 것 같다”고 말했다.

    [땅집고] 압구정3구역 재건축 현상설계 공모에 참여한 해안건축이 경쟁사인 희림건축이 서울시 신통기획 지침을 따르지 않은 설계안을 내놓았다며 홍보전시관 운영을 중단했다. 압구정3구역 조합원들은 해안건축 홍보관 부스 앞에서 홍보관을 문을 다시 열라고 요구했다./전현희 기자

    ■ 희림 도넘은 짓, 또 하네?

    시가 ‘동종전과’ 때문에 희림에만 유독 가혹한 잣대를 적용한다는 의견도 있다. 희림은 2016년 은마아파트 설계 공모 당시에도 지침(최고 35층)을 어긴, 최고 49층 높이의 아파트 설계안을 내놨다. 결국 희림이 설계한 은마아파트의 설계안은 아직 도시계획심의를 통과하지 못했다.

    희림측이 제안한 압구정3구역 설계안은 용적률 뿐 아니라, 공공보행로 위치와 임대가구 배치도 서울시의 지침과 다르다. 신통안에서는 단지를 관통하는 공공보행로를 만들라고 했으나, 희림은 공공보행로를 단지 서측으로 우회했다. 희림은 공공성을 위한 ‘소셜믹스’를 지키지 않았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시 입장에선 희림의 설계안이 그야말로 ‘엉망진창’인데, 이러한 행위를 반복하는 셈이다. 시가 최근 “앞으로도 설계공모 당선만을 위해 주민을 현혹하고 시장을 교란하는 행위에 엄정히 대처하고 절대 좌시하지 않겠다”고 강조한 이유는 대상이 희림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 굳이 고발까지?…이중잣대 논란에 빠진 서울시

    일각에선 여러 이유를 감안하더라도, 서울시가 과잉 대응했다는 시각도 있다. 강북권 금싸라기 정비사업장인 ‘한남2구역’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대우건설이 고도제한(90m 이하)을 무시한 설계안으로 채택됐을 당시에는 압구정3구역처럼 직접 개입하지 않았다. 당시 대우 측은 90m 고도제한을 깨고 아파트 높이를 118m까지 높이겠다는 이른바 ‘118 프로젝트’를 내걸었다.

    연관 기사: "고도제한? 118m 지어줄게!"8000 한남2구역 수주 승자는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공모안 선택은 조합원들의 몫이고, 서울시는 공모안에 문제가 있으면 반려하면 된다”며 “설계회사의 공모안 자체를 문제삼는 것은 과도한 개입”이라고 말했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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