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3.07.07 11:50 | 수정 : 2023.07.07 12:29

[땅집고] “희림 설계안 보면 평형도 넓게 해주고, 거실이랑 주방도 분리돼 있고, 보행로도 단지 바깥으로 빼주고. 사실 해안 설계보다 더 좋긴 하잖아.” “에이 여보, 희림이 제시한 거는 완전히 공상과학 소설이야. 서울시에서 하라는 대로 안 하고 용적률 높여서 해준다는 건데 결국에 서울시랑 부딪혀서 엎어지면 어쩔 건데.”
지난 5일 오후 6시 30분경 서울 강남구 압구정현대6·7차 아파트 83동 앞. 오는 15일 압구정3구역 재건축사업의 설계 공모에 참여한 해안건축·희림건축이 홍보전시관을 운영 중이었다. 50대 중반으로 보이는 부부는 각 홍보전시관 사이에 서서 두 개 설계사의 건축계획안을 두고 의견이 엇갈려 언성을 높였다.


두 개 설계안의 가장 큰 차이점은 용적률에 따른 주택형 변화였다. 해안건축은 신통기획안에 따라 용적률을 최대 300%를 적용해 단지를 계획했다. 반면 희림건축은 혁신설계를 적용해 최대 360%까지 적용할 수 있어 실사용 공간이 1.6배 늘어난다는 계획을 담은 설계를 내놨다.

단지 내 공공보행로 위치에 대한 계획안도 두 설계안이 달랐다. 신통기획에 따르면 공공보행로가 단지 한가운데 있어 입주민들의 사생활을 보호할 수 없다는 이유로 조합원들의 불만이 많았다. 신통기획안을 따른 해안건축은 압구정로에서 한강까지 단지를 관통하는 공공보행로를 설치한다. 다만 입주민들만 이동할 수 있는 보행로를 공공보행로 옆에 따로 설치하고 단지 최서단에 상가를 배치했다. 반면 희림건축은 신통기획에 따라 단지 한가운데 설치하기로 했던 ‘공공보행로’도 단지 서측으로 우회했다.
용적률 상향에 따른 임대주택 배치도 두 개 후보가 다른 안을 내놨다. 해안건축은 소셜믹스 형태로 단지 내 곳곳에 임의로 배정될 예정인 반면 희림 건축은 아예 임대동을 따로 분리해 배치할 계획이다.
용적률 상향에 따른 임대주택 배치도 두 개 후보가 다른 안을 내놨다. 해안건축은 소셜믹스 형태로 단지 내 곳곳에 임의로 배정될 예정인 반면 희림 건축은 아예 임대동을 따로 분리해 배치할 계획이다.

하지만 소유주들 사이에서는 희림건축이 제시한 설계안의 현실성이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시와 대치되는 설계안 때문에 사업 속도가 지연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조합원B씨는 “서울시 정책 기조에 반하는 희림건축의 설계안을 택했을 경우 신속통합기획이 아닌 일반 재건축으로 선회해야 한다”며 “만약 희림건축이 당선되더라도 설계안이 인허가 과정에서 불발되면 다시 처음부터 설계안을 만들어 도시계획심의를 받는 등의 과정이 필요해 사업 속도가 늦춰질 가능성이 있어 우려스럽다”고 했다.
일부 조합원들은 신속통합기획을 적용해 공공성이 강화되는 측면에 대해서 반감을 갖지 않고 있었다. 노년·장년층이니 소유주 중에는 압구정동 아파트가 거주 공간으로서의 의미를 넘어 문화유산으로 남겨졌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었다. 조합원 B씨(70대·남)는 “재건축 이후 완공되는 압구정동 아파트가 유럽의 문화재처럼 100년 이상의 전승할 수 있는 일종의 유산으로 남았으면 좋겠다”며 “그런 측면에서 오히려 공공에게 단지가 개방되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볼 수 있다”
현지 공인중개사사무소에서는 압구정 3구역 예상 설계안이 공개되면서 거래 문의가 늘고 매물이 소진됐다고 했다. 집주인들은 매물을 거둬들이거나 호가를 올리고 있다. 인근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 C씨는 “설계안이 공개되면서 매물을 거둬들이거나 거래가 이뤄지면서 95% 가까이 소진됐다”며 “현재 주택형별 매물이 10개가 채 되지 않는다”고 했다. C씨는 “6월 초중순까지 매수문의가 많았는데 매도호가가 3억~4억 정도 오르면서 매수자와 매도자 간 희망 가격 차가 나면서 최근에는 거래가 뜸하다”고 했다.
투표 결과를 예측하기는 어렵다는 게 현지 분위기다. 해안건축 관계자에 따르면 설계안 공개 초기에는 희림건축이 제시한 설계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압구정3구역 조합원 A씨(50대·여)는 “평형이 넓어지고 보행로를 우회하는 것이 대다수 조합원들이 원하는 것”이라며 “하지만 사업속도를 높이기 위해 일부 이익을 포기하면서까지 신통기획을 찬성한 소유주 비율이 75% 이상인만큼 쉽게 희림건축의 설계안을 택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전현희 땅집고 기자 imh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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