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3.07.13 08:10 | 수정 : 2023.07.13 08:27
[땅집고] “나인원한남, 시그니엘에 거주하시던 분들이 압구정 재건축단지로 갈아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70대~80대 연령층의 소유주들은 집을 팔고 싶어 하는데 평당 3억까지는 오를 것 같으니 자녀분들이 매도를 말리는 분위기입니다.”(조정희 압구정 수달 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
최근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안과 재건축 조합의 설계도가 공개되면서 압구정동이 고급아파트의 지형도를 바꿀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압구정동은 1980~1990년대까지만 해도 한국을 대표하는 부촌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강남 8학군’ 열풍으로 대치동이 치고 올라왔고 최근에는 재건축 새 아파트를 앞세운 반포가 깜짝 약진했다. 개포동은 주공 1~7단지가 재건축을 끝내면서 강남 넘버원 단지를 자임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압구정이 신속통합기획안을 적용해 재건축사업에 속도를 내면서 부촌지도에 지각변동이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른바 ‘왕의 귀환’이다.
■ 반포에 밀린 1980년대 전통부촌 압구정
1970년대까지만 해도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 부촌은 서울 성북구 성북동, 용산구 한남동 일대 단독주택 밀집 지역이었다. 하지만 1980년대 강남권 개발이 본격화하면서 강남구 압구정 현대아파트, 서초 삼풍아파트, 송파 잠실 아시아선수촌이 신흥 부촌으로 떠올랐다.
이 중에서도 압구정 현대 아파트는 단연 첫손에 꼽혔다. 특히 1976년 입주한 압구정 현대 1, 2차는 한강변에 자리 잡은 데다 중대형 주택형으로 구성돼 있어 부의 상징이나 다름없었다. 서초구 반포동 아파트도 한강을 끼고 있지만 중소형 아파트로 구성돼 있어 압구정 현대아파트의 위상이 독보적이었다.
세월이 흘러 압구정 일대 아파트가 낡아갔던 반면 반포동 아파트를 재건축한 새 아파트가 들어서며 지각변동이 발생했다. 반포자이(반포주공3단지 재건축)와 반포래미안퍼스티지(반포주공2단지)가 2009년에 입주하면서 압구정보다 한 수 아래로 취급받던 반포가 신흥 부촌으로 떠오른다. 반포래미안퍼스트지 전용 169㎡는 2009년 입주 당시 20억5000만원에서 2011년 31억원대로 치솟았다. 2011년 압구정 현대아파트 1·2차 161㎡는 20억원 내외로 10억원 가량 낮은 수준이었다.
2016년 ‘아크로리버파크’(신반포1차 재건축)가 들어서며 현재까지 강남권 최고가 아파트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고 있다. 2016년 당시 전용168㎡는 35억5000만원이었고 2021년 58억5000만원까지 치솟았다. 2019년에는 개포동 주공 1~7단지가 모두 정비가 끝나면서 강남 집값 1위로 올라섰고 압구정동은 강남에서도 동별 기준 집값 3위를 기록했다. 그 사이 용산구 한남동 나인원한남, 유엔빌리지 등 고급 빌라트 등이 들어서며 압구정은 오랜 기간 1위 자리를 뺏겼다.
■ 신통기획으로 다시 부활 신호탄
압구정 아파트에는 유재석, 강호동, 김희애 등 유명인들이 많이 살지만. 주차장 부족으로 출퇴근 시간마다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수도관이 부식돼 녹물이 나올 정도이지만. 여전히 인기를 끄는 이유는 입지이다. 최근 압구정지구 재건축 단지들이 신통기획안에 따른 설계자 공모를 통해 재건축 이후 모습이 가시화하면서 기대감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압구정동 아파트 거래량이 크게 늘고 있다. 실제11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6월 압구정동 매매 건수는 50건으로 지난해 상반기(24건), 하반기(12건)보다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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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도 상승세다. 신현대 12차(2구역) 110㎡이 지난달 36억에 거래돼 전고가 대비 3억5000만원 상승했으며 현대10차(3구역) 108㎡이 37억원에 거래되며 직전거래가 대비 5억1000만원 올랐다. 조정희 압구정 수달 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6월 초중순까지 거래가 활발해 매물이 95%가량 소진하면서 주택형 별로 남아있는 매물 수가 10개 내외”라며 “다만 6월 말쯤에는 매도 호가가 매수대기자들의 예측보다 높아져 매수 문의가 줄어들었다”고 했다.
■ "완공되면 2배는 뛴다" 기대감도
현지 부동산 업계에서는 압구정동 아파트가 재건축을 완료하면 3.3㎡ 당 시세가 3억원 이상 치솟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조정희 대표는 “압구정 현대 1·2차의 개별공시지가가 지난 20년간 13배 올랐고 지난해 청담동 프리마호텔 부지가 3.3㎡ 당 3억원에 매각된 것으로 미뤄봤을 때 완공 시점에 토지 원가만 2억원가량일 수도 있을 것”이라며 “서초구 반포동과 입지가 다르기는 하지만 오는 8월 입주를 앞둔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 84㎡가 2021년 30억원 내외로 거래됐는데 올해 45억원에 거래된 것을 감안하면 압구정 재건축 단지도 완공 후 지금보다 두배가량은 더 뛸 것”이라고 했다.
가격 상승 기대감이 높은 데다 압구정 재건축 단지 이상의 상급지를 찾기 힘든 만큼 당분간 매물 수가 많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조 대표는 “압구정 일대 단지들이 2021년 2~4월 조합이 설립됐는데 조합설립 이후 3년 이내 사업시행인가 신청을 하지 않으면 매도해 조합원 지위 양도를 할 수 있다”며 “일부 매수 대기자들은 이때 매물이 풀리면서 가격이 소폭 하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지만 IMF 수준으로 경기가 악화하지 않는 한 매물이 쏟아지기는 어려워 가격도 크게 하락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장 대표는 “다만 일부 소유주 중 분담금을 부담하기 어려워 매도를 준비하는 경우에는 언제 가장 비싸게 받을 수 있을지 시점을 재고 있다”고 했다. /전현희 땅집고 기자 imh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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