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 투자와 창업에 성공하려면 정확한 상권(商圈) 분석과 입지 선정이 가장 중요하다. 조선닷컴의 부동산·인테리어 콘텐츠 플랫폼 땅집GO가 점포 개발에 잔뼈가 굵은 최고 베테랑들을 만났다. 이들이 ‘돈 버는 가게 자리’ 찾는 자신만의 ‘비밀노트’를 공개했다.
[달인의 비밀노트] ③송석화 제네시스BBQ 팀장
폐업률 1위 치킨집 창업, 어떤 곳 골라야 하나?
대로변이나 눈에 잘 띄는 곳만 고집할 이유없어
내점·배달수요 함께 갖춘 주택가 인근 유흥가 좋아
“치킨 시장이 포화? NO! 수요 더 늘어난다”
왜? 치킨 소비량 선진국 절반…점포낼 곳도 많아
‘은퇴하면 치킨집이나 해볼까’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서울시 조사 결과, 2014년 기준 서울에서 3년 이내 폐업률이 가장 높은 업종 1위는 치킨집(38%)이었다. 2위는 호프·간이주점(37%), 3위가 커피전문점(36%)으로 나타났다.
“치킨을 포함해 모든 창업의 성공은 영업에 달렸고, 영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입지(立地)입니다.”
전국 1800여개 매장을 갖춘 국내 1위 치킨 브랜드 BBQ에서 점포 입지 선정의 베테랑으로 통하는 송석화 팀장을 만났다..
■“치킨집 입지는 편의점과는 달라”
송 팀장은 “창업 성공 조건으로 ‘쓰리엘(3L)’이라는 말이 있다”면서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로케이션(location·입지)이라는 뜻”이라고 했다
-치킨집 터 잡을때 주의점은.
“가게 자리 찾을 때 덮어놓고 ‘대로(大路)에 있는 사거리 코너가 제일’이라고 생각하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 치킨은 즉흥 구매보다 목적을 가지고 사는 품목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편의점은 길을 가다가 문득 사고 싶은 것이 떠올라 들르는 손님도 적지 않다. 하지만 치킨집은 다르다. 치킨집이 유동인구 많은 사거리 코너에 가시성(可視性) 좋은 매장일 필요는 없다.”
송 팀장의 또 하나 중요한 요소로 배달 수요를 꼽았다. 제네시스BBQ의 주력 모델인 ‘BBQ 올리브 카페’의 경우 20~30평 규모 매장에서도 매출의 약 60%가 배달에서 나온다.
배달 수요가 있다고 치킨집을 아무데도 내도 장사가 잘된다는 뜻은 아니다.
-그럼 무엇이 중요한가요.
“창업에서 결국 ‘좋은 입지’란 상대적 개념일 수밖에 없다. 월세가 저렴하고, 권리금도 적은 곳을 찾다 보면 큰길이 아닌 골목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 이런 입지적 약점을 만회하려면 점주들이 2~3배 더 뛰는 수밖에 없다. 내점 고객이 많지 않은 입지에서 배달 매출을 끌어올리려면 전단이나 광고, 개인 SNS(소셜미디어) 홍보 등 마케팅 활동에 시간과 공을 들여야 한다.”
그는 “치킨 전문점이란 업종 특성을 꿰뚫어야 좋은 입지를 고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 치킨집은 ‘가족형 준(準) 레스토랑’ 형식으로 바뀌는 추세다. 자녀와 함께 간단한 외식을 즐길 수 있는 곳이거나 해외에선 한류(韓流)로 자리잡은 ‘치맥(치킨+맥주) 문화’를 즐기기 적합한 곳이 좋다는 뜻이다.
“주택가를 배후 수요로 갖추고, 대단한 유흥가는 아니어도 식당·주점 등이 어느정도 모여 있는 복합 상권이 가장 좋습니다. 이런 곳이 배달과 방문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으니까요.”
■“매출 많다고 좋은 입지는 아니다”
송 팀장은 치킨집 입지를 고민하는 예비 창업자가 지켜야 할 ‘마지노선’을 제시했다.
“복잡한 것 다 떠나서 이것 하나만은 절대 지켜야 합니다. 매장 후보지의 예상매출이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하는 자리는 들어가면 안 됩니다.”
-당연한 얘기 같은데요.
“너무 당연한 얘기인데 이마저도 꼼꼼히 따지지 않고 무턱대고 창업하는 사람이 많다. 어느 업종이든 가게 내기 좋은 자리는 자릿세가 비싸고, 싼 곳은 입지 여건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임차료, 인건비 등을 감안해서 수익을 낼 수 있는 가게 자리를 찾는 게 제일 중요하다.”
-예를 들자면.
“예상 일매출 50만원에 월세 100만원 터에 가게를 낼지, 하루 매출 150만원에 월세 500만원인 곳에 매장을 낼지, 고민해봐야 한다. 무조건 매출이 3배 더 나온다고 더 좋은 입지라고 단정할 수 없다.”
BBQ는 배달만 전문으로 하는 최소 20㎡(약 6평) 매장부터 창업이 가능하다. 그러나 전체 가맹점의 약 60%는 65㎡(약 20평) 정도 면적에 테이블 7~8개 정도 놓고 배달을 병행하는 스타일이다.
송 팀장과 함께 점포 개발을 담당하는 조수연 대리는 “매출은 매장 크기에 비례할 수밖에 없다. 맥주와 함께 치킨을 소비하는 패턴이 대세인 만큼 100㎡(약 30평) 안팎의 중대형 매장이 계속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치킨집이 포화라고? 수요 더 늘어날 것”
대다수 예비 창업자들은 골목마다 빠지지 않고 있는 치킨집을 보면서 ‘공급 과잉’을 걱정한다. 하지만 송 팀장은 가장 잘못된 선입견이 바로 ‘한국은 치킨집 포화상태’라는 점을 꼽았다. 그는 치킨집 포화가 아닌 두 가지 근거를 댄다.
-언뜻 이해하기 힘든데요.
“전국에 치킨집이 몇 개나 되는지 아는가. 점포 수는 3만8000개가 넘고, 브랜드만 해도 250여개에 달한다.”
-좀 많은 거 아닌가요?
“그렇지 않다. BBQ 같은 대형 브랜드와 중소 치킨 브랜드는 경쟁하는 시장 자체가 다르다. 프랜차이즈 상위 1~3위 정도의 브랜드가 주도하는 치킨 시장은 성장성이 충분하다. 물론 과당 경쟁을 견디지 못해 폐업하는 치킨집도 있지만, 대형 프랜차이즈는 군소 업체보다 경쟁력이 강하다.”
2014년 기준 한국인의 연간 닭고기 소비량이 15.4㎏으로 OECD 국가 평균(27.5㎏)의 56%에 불과한 것도 치킨업계가 국내 시장 전망을 낙관적으로 보는 요인이다.
BBQ는 1개 매장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배후 수요를 4000가구로 정하고, 이를 ‘공백지’라는 이름을 붙여 관리한다.
송 팀장은 “같은 4000가구라도 노년층보다는 치킨을 즐기는 젊은층이 밀집된 곳, 소득수준이 높은 아파트 주변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고 말했다. 그는 “전국을 공백지 단위로 구분하면 총 4000여개인데, BBQ가 추가로 매장을 낼 수 있는 공백지가 아직 2700곳이나 남았다”며 “치킨 시장 포화를 걱정할 단계가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