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 투자와 창업에 성공하려면 정확한 상권(商圈) 분석과 입지 선정이 가장 중요하다. 조선닷컴의 부동산·인테리어 콘텐츠 플랫폼 땅집GO가 점포 개발에 잔뼈가 굵은 최고 베테랑들을 만났다. 이들이 ‘돈 버는 가게 자리’ 찾는 자신만의 ‘비밀노트’를 공개했다.
[달인의 비밀노트] ②윤인성 파리바게뜨 과장
“빵집, 유동인구보다 아이들 많으면 유리
어르신들 많이 살면 소비력 약해 피해야”
“초등학교·교회·마트 옆은 집객효과 높아
오피스 지역에선 반드시 남녀 성비 체크해야”
파리바게뜨는 현재 전국 3300여개 매장을 운영하는 국내 최대 베이커리(빵집) 브랜드다. 유통업계에서는 ‘파리바게뜨 있는 곳이 그 동네에서 가장 좋은 상권(商圈)’으로 통한다. 그만큼 ‘장사가 가장 잘될 만한’ 곳에 점포를 여는 노하우가 탄탄하다는 뜻이다.
7년 넘게 파리바게뜨에서 신규 점포 개발을 맡고 있는 윤인성(37) 과장이 장사 잘되는 빵집 자리 찾는 노하우를 공개했다.
■“4인가구 많은 지역이 유리”
“상식부터 깨뜨려라.”
윤인성 과장의 첫마디는 단호했다. 입지 선정의 기본은 유동인구가 전부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유동인구 숫자에 현혹되면 망하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빵집을 내려는 곳에 ‘우리의 주고객이 얼마나 있느냐’를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왜 사람이 몰리는 지 아는 게 더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그럼, 어디가 좋은 곳이죠.
“파리바게뜨 주고객층은 아이들 키우는 30~40대 연령층의 4인 가구로 봅니다. 주택가에서는 유동인구가 많은 자리보다 4인 가구가 많은 곳이 더 좋아요.”
왜 그렇죠.
“4인 가구를 주 고객으로 보는 것은 (빵을 좋아하는) 아이들이 있고, 케이크 선물 매출이 나오기 쉽기 때문이죠. 1·2인 가구가 많은 오피스텔, 아파트 밀집 지역이라도 50평 이상 대형 주택이 많은 곳은 상대적으로 소비력이 떨어지는 어르신들이 많이 살아서 약한 상권으로 봐야 해요.”
윤 과장은 “가구 수뿐만 아니라 소득수준, 연령대, 남녀 성비(性比) 등 다양한 인구지정학적 요소를 종합 분석해야 한다”고 했다.
■“초등학교·교회 주변 집객력 좋아”
윤 과장은 좀 더 구체적으로 입지 선정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해당 상권에서 가장 집객(集客)이 잘 되는 포인트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면 어떤 곳이죠.
“지하철역 출입구나 버스정류장, 건널목이 될 수도 있겠죠. 어떤 동네는 마트나 은행에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몰려요. 기본적으로는 초등학교나 교회, 성당도 집객효과가 좋은 사이트죠.”
그는 서울 강남의 한 택지개발지구에서 새 점포 입지를 선정한 과정을 소개했다.
첫째 후보지는 대로변에 있지만, 배후 주택가 규모가 1000가구 미만이었다. 둘째 후보지는 2000가구 아파트에 둘러싸인 자리였다.
어디를 선택하셨어요.
“제 선택은 첫 번째 자리였어요. 두 번째 후보지는 아파트 주민이라는 탄탄한 수요가 있지만, 고객을 더 흡수할 여지가 없어 보였죠.”
그럼 첫째 후보지는요.
“대로변 버스정류장과 가까워 유동인구까지 흡수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 거죠. 그 지역은 지하철역이 없어 대다수가 버스로 출퇴근해요. 또 주변에 대기업 슈퍼마켓이 입점한다는 정보를 입수한 것도 첫째 후보지로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됐습니다.”
■“업무지역은 여성 많은 곳 잡아야”
주거 지역이 아닌 업무 지역에 빵집을 창업하려면 다른 기준으로 입지를 선정해야 하지 않을까.
윤 과장은 “오피스 주변에서는 남녀 성비를 아는 것이 필수”라면서 “빵이든 커피든 여성들이 주고객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남녀 성비는 어떻게 파악하죠.
“주변 부동산이나 음식점을 탐문하고, 인터넷 검색 등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상주 인구와 남녀 성비를 조사해야죠. 출퇴근 시간대 특정 지역에 몇시간씩 서서 지나가는 모든 사람의 성별과 연령대를 체크한 적도 많아요.”
상권 분석에는 주변에 경쟁점포가 얼마나 있는지 확인하는 것도 기본이다. 윤 과장은 “파리바게뜨의 경쟁점 파악을 위해 다른 브랜드 빵집이나 동네 빵집 수만 확인하면 안 된다”고 했다.
이유가 뭡니까.
“베이커리의 경쟁점은 김밥집, 떡볶이집 등 분식집이 될 수도 있고, 편의점이나 패스트푸드점이 될 수도 있어요. 빵집이라고 다른 빵집하고만 경쟁하는 게 아니라 주식이 아닌 간식을 파는 상권을 놓고 다른 업종과 경쟁하는 것이죠.”
윤 과장은 빵집이 들어서면 안되는 곳에 대해 묻자,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바로 ‘아파트형 공장’이었다.
언뜻 이해가 안되는데요.
“아파트형 공장은 상주 인구가 많고 밀집도도 높지만, 베이커리 구매가 드문 남성 근로자가 대부분이에요. 군부대 근처에서 여자 옷 팔려고 하면 장사가 안 되는 것과 마찬가지죠.”
그는 “실제 경험은 없지만, 새 점포를 하나 오픈할 때마다 아이를 낳는 것과 비슷한 감정을 느낀다”고 말했다.
“태어날 때부터 건강한 아이는 부모가 조금 더 수월하게 키울 수 있습니다. 조금만 신경써서 보살피면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는 것처럼요. 프랜차이즈 창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부터 좋은 입지에서 좋은 조건으로 시작해야 가맹점주들이 수월하게 수익을 낼 수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