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전세금 뛰는데 집값은 제자리 왜?

뉴스 유하룡 기자
입력 2010.02.04 02:37

경기회복 여부 불투명
재건축 외 거래 거의 중단… 집값 기대수익률 낮아져

서울 강남구 개포동 W아파트 185㎡(56평)형은 작년 8월부터 전세금이 큰 폭으로 뛰었다. 국민은행 시세 기준으로 당시 전세금은 4억7000만원대였지만, 지금은 5억5000만원을 호가한다. 5개월 만에 8000만원쯤 급등한 것. 그러나 매매가는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작년 7월 3000만원쯤 오른 뒤 6개월째 시세가 그대로다. 최근 전세금은 계속 오르는데 집값은 그대로인 아파트가 늘어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전세금이 오르면 집값도 따라 올랐던 추세에 비춰 보면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다. 도대체 주택 시장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집값 밀어올리기엔 아직 역부족(?)

이미 아파트 전세금 상승률이 매매가 상승률을 앞지른 지 오래다. 국민은행 부동산연구소에 따르면 작년 3월 처음으로 전세금 상승률(0.3%)이 매매가 상승률(-0.2%)을 추월한 이후 지난 1월까지 11개월 연속 같은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는 2008년 이전과는 판이한 상황이다. 2008년엔 9월과 10월 두 달 동안 전세금 상승률이 매매가를 앞섰다. 2007년에도 3월과 9월을 제외하면 매매가 상승률이 더 높았다.

전세금 상승세가 지속되면 일반적으로 매매가격도 동반 상승하는 '커플링(coupling)' 현상이 나타난다. 전세 시장의 일부 수요자가 매매 시장으로 밀려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이런 공식이 깨진 것이다.

그렇다면 최근 전세금이 집값에 영향을 주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아직 매매가를 압박할 만큼 전세금 비율이 높지 않은 데서 원인을 찾는다. 삼성경제연구소 박재룡 수석연구원은 "통상 전세금 비율이 50%를 넘으면 매매가가 상승 압박을 받는다"면서 "아직은 매매가를 밀어올릴 수준은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서울 집값이 급등했던 지난 2002년 매매가 대비 전세금 비율은 55%를 넘었다. 이후 이 비율은 계속 낮아져 작년 2월 38.3%에서 바닥을 찍은 뒤 10월부터 다시 높아지면서 올 1월 말 현재 40.7%를 기록하고 있다.

◆실수요자 적어

주택 시장에서 실수요자가 사라진 탓이란 주장도 나온다. 실제로 작년 금융 위기 이후 각종 금융 규제가 강화되면서 투기 성향이 강한 재건축 외에 일반 아파트는 거래가 거의 중단된 상태다. 내외주건 김신조 사장은 "신규 분양 시장에서도 양도세 감면을 노린 투자 수요가 70~80%를 차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값 아파트'로 불리는 보금자리주택 공급이 늘어나고, 경기 회복 여부가 불투명해 집값의 기대수익률이 낮아진 것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건국대 조주현 교수는 "집값 상승 기대감이 줄어들고 대출이 막히면서 반대급부로 전세금을 많이 받으려는 수요가 늘어났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서울 강남권이나 직주 근접이 용이한 도심 등 주택 매매 수요가 상존하는 지역에 대한 공급이 계속 늘어나지 않으면 경기 회복과 함께 언제든지 매매가 상승세가 다시 촉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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